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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Dec 30. 2020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 아침

커피를 만드는 시간

  하루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이게 중요함) 혼자가 되면 간단히 아침을 먹습니다. 정갈하게 씻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립니다.


  그리고 초를 켜고 묵주기도를 드리지요. 수험생 엄마로서 최소한의 도리로 시작한 건데 마음의 안정을 주어 계속할 생각입니다. 기도를 드리는 동안 계속 분심이 듭니다.

  어서 빨리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다.... 이런 분심 말이지요.  


  초를 끄면 바람처럼 주방으로 달려갑니다. 성질 같았으면 캡슐 커피를 사고도 남았을 텐데, 하나를 사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쓰는 고리타분한 성격도 있는 터라 커피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모카포트에 물을 붓고 거름망을 얹습니다. 미니 블렌더로 원두를 갈고 거름망에 가늘게 갈린 원두를 담습니다. 편편하게 수평을 맞추고 동그란 종이필터를 한 장 덮습니다. 그 위에 모카포트 윗부분을 돌려 끼운 다음 가스레인지에 올립니다.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지는 사이 전기 우유 거품기로 우유도 데웁니다.


  모래시계와 주전자가 합쳐진 것처럼 생긴 모카포트의 작동원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아랫부분의 물이 데워지면 그 압력으로 뜨거운 물이 장치를 타고 올라갑니다. 물은 거름망에 있는 커피와 만나고 추출된 커피는 종이 필터에 한번 더 걸러진 후 관을 타고 올라와 윗부분에 고입니다.


  치치치칙!

  이때쯤, 압력밥솥의 압력추가 소리를 내면 즉시 가스 불을 꺼야 합니다. 안 그러면 넘치니까요. 이제 다 된 겁니다. 모카포트의 윗부분에는 황갈색의 크레마가 있는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져 있지요.

넓고 얕은 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거품이 만들어진 우유를 올립니다.

  라떼 완성입니다.

by duduni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지요.

  로딩되는 동안 커피 한 모금을 맛봅니다.

  행복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간에 글쓰기를 하니 글 쓰는 시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새로 구상한 장편동화를 쓰기도 하고, 완성한  동화의 수정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림책 원고를 쓰거나 러프 스케치를 하기도 합니다. 기고할 에세이 초안을 잡거나 거기 첨부할 삽화를 그릴 때도 있습니다. 물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고 다른 작가의 글을 읽기도 하지요.


  이 모든 것이 안방 구석의 작은 책상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림 작업을 하기엔 많이 좁은 공간이지만, 글쓰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친한 작가님이 자신의 작업실에 와서 작업하라며 선의의 제안을 했지만, 내 책상에서도 잘 써지는걸요? 게다가 두두니표 커피까지 있으니까요.


  이렇게 글 쓰고, 그림 그리다 보면 하루가 아까울 정도로 빨리 지나갑니다.

  글을 쓰길 참 잘했어요. 알고 보니 제가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하고 있더라구요. 안 썼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끝으로 이건 안 비밀인데요. 웬만한 카페 커피보다 제가 만든 라떼가 맛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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