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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Jul 06. 2021

미역국수, 이건 노벨상 줘야 해! 싶었는데...

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쇼핑 카테고리로 넘어가 있다.

'오늘의 특가' 종료까지 남은 시간 01: 15분!

이런 글씨를 보면 홀린 듯이 클릭을 한다. 미역국수도 그렇게 주문하게 되었다. 후기가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100% 완도산 미역, 다시마, 톳으로만 만든 국수로 한 봉지 칼로리가 19kcal!

190이라도 살 판에 19라니. 거기다 삶지 않고 물에 헹궈 완성하는 간편 조리까지.

당장 주문했다. 3가지 골고루 총 10봉.


택배가 도착하고 오늘 점심으로 미역국수를 픽했다.   

봉지를 뜯어 물에 헹구고 동봉된 비빔소스만 넣으면 되었다. 냉장고에 있던 오이, 양배추, 부추를 한 가득 썰어 넣고 들기름도 한 숟가락 듬뿍, 아침에 삶은 달걀도 올렸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간편 식사 준비였다.


일단 비주얼은 훌륭했다. 짠 걸 안 좋아해서 비빔소스는 조금 부족한 듯 넣고 비볐다.

가장 걱정되는 건 맛과 식감이었다.

해조류다 보니 혹시 비린맛이 날 수도, 미역 100%로 만들었다니 우뭇가사리처럼 쑹덩쑹덩 잘리는 식감일 수도 있으니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 젓가락 후루룩.

 봉지를 뜯으면 이런 국수가 뙇!  /  완성 비주얼    by duduni


오잉? 기대 이상인데?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국수의 식감은 쫄깃+탱글이었다. 거기다 감칠맛 나는 비빔소스에 아삭한 채소까지 어우러지니 아주 훌륭했다!

오! 대박! 이거 누가 만들었어? 너무 맛있다! 

와! 이거 만든 사람 무조건 노벨상 줘야 해!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19kcal에 건강하고 탱글한 국수. 대만족이었다.


난 이제 미역국수로 새로 태어날 거야. 어디선가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 원하지 않으십니까? 여기 미역국수가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들리는 듯했다.  

이런 훌륭한 제품은 동네방네 알려줘야 해, 생각하며 한 그릇 뚝딱했다.


후식으로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1시간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급격한 허기가 려온 것이다.

허기이~~???

그렇다. 19kcal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던 거다.

이상한  허기라는 것은 본디 은근하게 오는 법인데 이건 급. 격. 히. 온다는 사실이었다. 해일이 몰아치듯  들이닥쳤다. 참으로 생경한 느낌이었다.

살려면 별 수 있나. 급하게 베이글 반쪽을 구워 먹었다.

........

........

참.. 이게 뭐 하는 건지.

19kcal에 꽂힌 무의식의 발로가 아니었나 싶다. 겉으로는 만족했지만 속으로 이거 갖고 되겠어? 했던 게 분명하다. 이런 무의식이 위장으로 다급하게 신호를 쏜 것이다.

이러다 큰일 난다? 픽 쓰러지면 어쩌려고? 19kcal로는 피가 몸 한 바퀴 돌기에도 모자랄걸?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기분 탓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노벨상 발언은 잠시 넣어두는 걸로..


당연히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제품임은 분명하다. 베이글 한 개도 아니고 반쪽이면 되니 말이다.

여름에 불 없이 간편하게 먹기에도 좋다. 다이어트하는 분들, 혼밥 하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야식이 생각날 때 제일일 듯.


너무 허무한 결말인가?

허무하지 않을 하나의 의미를 찾아보자면, 지금 나이에 난생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난 일 아닐까 싶다. 밍밍한 이유식만 먹다가 짭조름한 과자를 처음 먹어보고 눈이 똥그래지는 아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새로운 맛을 알게  된 신선하고 색다른 재미를 미역국수에서 찾았다.


밥 하기 귀찮은 여름에도 가족들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주부들에게 살짝궁 추천해 봅니다. 이심전심에 동병상련... 그 마음 아니까요.

밀가루 국수나 라면의 맛에 견주시면 아니 됩니다. 감안하시고 드시길 바랍니다. 명색이 건강 국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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