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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Jul 15. 2022

오늘 아침은 달토끼야

아침 식사 챙기기는 은근히 신경 쓰인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쉽고 간단한 메뉴가 잘 없다.

전날 저녁에 남은 국이나 찌개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고급 메뉴는 애저녁에 다 먹어치워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생판 새 메뉴를 아침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달걀 후라이와 조미김도 한두 번이요, 간장계란밥도 초딩 때나 통할 일이다.


그러던 차에 신박한 메뉴를 찾았다.

상온 보관이 더 맛있다는 말에 상온에서 쪼그라들락 말락 하게 놓아둔 토마토를 처치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메뉴다. 토마토에는 지용성 비타민이 있어 기름에 살짝 볶는 것이 영양적으로 좋다. 가정 시간에 배운 거다. 그래서 올리브유에 볶아 봤다. 거기다 달걀 오믈렛을 휘리릭 만들어 한 접시에 담아봤다.


- 음~ 비주얼 괜찮은데? 아들, 아침 먹어!

- (식탁에 앉으며) 이거 뭐예요?

- 엄마가 새로 개발한 거. 달걀 토마토, 그러니까 달토 볶음.. 달토? 달토끼!! 그래, 이제 달토끼라 부르자. 어때?

- ('뭥미? 웬 귀척?'이라는 표정으로) 에, 뭐 그러시던지요.


아들은 영혼과 어이가 털린 얼굴로 포크를 들었다. 맛을 보더니 '인정'이라는 표정. 음하하하, 까다로운 녀석의 입맛에 맞췄다. 성공이다. 부드럽고 부담 없는 맛에 만들기도 초간단이다. 여기에 빵 한 조각이나 바나나 우유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다시 달토끼를 대령한 날, "오늘 아침은 달토끼야."라고 말했더니 '파직' 쏘는 눈빛을 보냈다. 달토끼의 어감이 귀여워도 너무 귀여운 거다. 단어 자체에서 오는 뜨악함과 거리감이 있는 데다 평소 이 엄마의 언행과 지나치게 부조화스러운 뉘앙스인 거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일말의 미안함이 있지만서도 부조화로 인한 깜찍한 균열이 아침 공기를 단번에 깨우는 좋은 점도 있더란 말이다.


재미있는 건 낯간지러운 '달토끼'가 어느새 스리슬쩍 우리 집 스며들어버렸단 사실.

"엄마, 내일 아침에 달토끼 해줘요."

흐흐흐흐. 물들어버렸어.


이름을 붙인다는 건 이래서 의미가 있다. 그냥 달걀 토마토 볶음이 달토끼로 불리는 순간, 고유한 존재 의미를 지니게 된다. 많고 많은 달걀 토마토가 아닌 우리 집만의 달토끼다.

새로운 암석이나 생물, 천체를 발견하면 이름을 붙인다. 내 이름이 붙은 별이라... 생각만 해도 설렌다. 꼭 거창한 첫 발견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우리만의 이름이 있다는 건 내가, 우리만이 알게 되는 또 하나의 '존재'가 생기는 것이다. 


이름을 정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처럼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터키의 공식 명칭이 '튀르키예(Türkiye)'로 바뀌었다. 터키(turkey)가 칠면조를 뜻하는 데다가 겁쟁이, 패배자 등의 속어로 사용되는 점 때문에 터키 정부에서 UN에 변경 요청을 했다. 이에 UN이 승인함으로써 '튀르크의 땅'을 의미하는 튀르키예로 국호가 변경됐다. 터키인들은 자국의 이름을 이전부터 튀르키예로 발음하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공식 명칭을 튀르키예로 사용한다고 알렸다. 


'두두니'를 검색창에 쳐 보면 자동완성되어 '두두리'라고 뜬다. 자세히 보고 한 번 더 누르고 들어가야 검색이 가능하다. 튀르키예에게 터키, 두두니에게 두두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름은 제대로 바로 불러야 옳다. 


두두니는 달토끼를 먹으며 튀르키예의 열기구 사진을 본다. 언젠가 열기구를 타고 수많은 이름이 흩뿌려진 밤하늘을 올려다봐야지!


달토끼와 바나나우유(요즘 귀염병에 걸려버렸다)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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