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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칼립투스 Nov 29. 2019

나의 로망 소풍 도시락

핸드폰 사진을 이리저리 넘겨보다 처음 도전했던 달팽이 도시락을 보았다. 어린이집 입소 후 딸의 도시락을 총 대여섯 번 정도 싸 봤다. 조금 멀리 가는 소풍이나 가까운 곳 견학 갈 때는 3일 전부터  '엄마표 도시락 준비해주세요' 라는 키즈노트 알림이 뜬다. 처음 준비할 땐 인터넷에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을 많이도 검색했는데, 달팽이부터 시작해서 난이도 높은 미니언즈, 뽀로로,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 도시락들까지 이 세상엔 손재주 많은 엄마들이 참 많다는 걸 실감했다. 한 번은 그나마 쉬워 보이는 달팽이 도시락을 쌌는데 인터넷과는 느낌이 다른 찌그러진 달팽이가 나와서 남편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진짜 몰라서 물었다.) 입이 짧은 아이라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싸주면 호기심에 많이 먹을것 같아 흉내내기만 여러 번, 이른 아침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 안에 만들기란 너무나도 어렵기에, 결국 1단에는 적당한 제철과일 2단엔 꼬마김밥 어쩌다 소세지를 곁들이는 걸로 소풍 메뉴를 나 편할대로 정해 버렸다. 나름 신경쓴 도시락처럼 보이려고 문어소세지를 만들어봤지만 왜 데치기만 하면 그리 거대하게 커지는지(너무 오래 삶아서 그런가보다.)...


"다른 친구들 도시락은 예쁜데 내 건 안 예뻐." 샘 많은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까.나도 그랬었는데

내 꼬마 시절을 떠올려 봤다.

소풍날 아침은 왠지 모를 분주함과 상위에 빼곡한 김밥 재료들, 참기름을 두른 고소한  냄새로 기분이 좋았다.

엄마의 도시락은  소박하고 한결같았다. , 단무지, 시금치, 계란, 당근으로  김밥과 자투리 공간에 채워진 남는 단무지와  또는 계란. 집에선 맛있다며  집어먹던 나는 소풍 가서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눠먹을때 애들 김밥에는  김밥에 없는 것들이 있고 모양도 색다르다는  알아차렸다.

맛살, 어묵, 깻잎, 치즈는 물론 밥이 바깥에 김은 안쪽으로 말린 누드김밥, 계란을 김처럼  계란말이 김밥을 싸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나씩 나눠먹다 보면 애들손이 많이 가는 유독 인기가 좋은 도시락은 바로  친구들 도시락이었다. 그에 비해 엄마의 김밥은 지극히 평범했고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비유 하자면 ‘교과서였다.  인기 없던  도시락이 뭔가 초라보여서  후로  소풍날이 가까워오면 "엄마 우리도 김밥에 맛살 넣자. 치즈도 넣으면 맛있더라." "누드김밥 같은  만들어주면  ?" 내가 만들 것도 아니면서 엄청 바라고  바랬다. 제발 우리엄마도 김밥에 맛살도 넣고 치즈도 넣어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엄마는 맛살을 넣으면 맛없다며  넣어주셨고 치즈도 역시 그러한 이유로, 누드김밥은   모른다는 말로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계속 전업주부로 지내다  근처 마트에서 일하게 되면서 아침에 너무 바쁘기 때문에, 제일    빠듯한 집안 사정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언니,,동생 셋이 같은 학교여서 소풍날도 겹칠때가 많았는데 양을 넉넉히 싸야 해서  아끼셨을거다.

이렇게 어릴  아무것도 모른채 도시락으로 타박했던 나는  아이 도시락을 고민하는 엄마가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예전엔 이해  되던, 못내 서운했던 엄마의 행동들을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마도  옛날 소풍날 아침에 부지런한 우리 엄마는  나가기  밥을 짓고 계란을 부치고 당근을 볶고 시금치를 무치면서 내가,우리가 맛있게 먹어주길 기대하셨을거고, 모양보다 맛에  신경 , 덜예쁘지만 정성은 듬뿍 들어간 그냥 김밥을 바쁜 아침에 뚝딱뚝딱 만드셨겠지.

엄마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솜씨지만 나도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기왕이면 꼬꼬마 시절 그토록 내가 원했던, 나의 로망인 예쁜 도시락을 많이 많이 싸주고 싶다. 결론은. 평소에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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