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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Nov 27. 2019

고운 정 미운 정

알쏭달쏭한 너희둘 마음


어제는 하원하고 어린이집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추워진 날씨에 놀이터도 못 가고 매일 심심해해서 마침 엄마 아빠가 가져다 주신 귤로 귤청을 만들어볼까 생각하던 참에 같이 놀자고 하니 둘이 끌어안고 난리가 났다. 

분명 키즈노트에는 'oo 이와 고함을 지르며 한번 다투었답니다.' 라 쓰여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의 앙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둘 다. 


아이와 친구는 작년부터 많이 다퉜다. 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서 키즈노트는 물론 담임선생님에게 가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한때는 등원시키고 전화가 오면 어디 아픈가? 하는 생각보다 또 싸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이렇게 사사건건 부딪치던 애들은 올여름쯤부터 어쩌다 한번 다투는 안정된 관계(?)가 되었다. 아이 친구의 엄마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주 만나는 언니다. 사람 사귀는 게 서투르고 워낙 붙임성도 없어서 누구와 친해지는 게 어려운 나인데 아이의 같은반친구라는 연결고리로 친해지게 됐다.(사교적인 언니 덕분이 크다) 이렇게 엄마들끼리는 친한데 아이들이 자주 다퉈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목청 큰 우리 딸이 소리를 버럭 지르거나 가끔 공격적으로 굴기도 할 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언니를 보는 게 미안스러웠다. 그래서 하원 할 때 되도록 둘이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피해 다니기도 했다. 가까운 놀이터로 가면 마주칠까 봐 좀 멀리 있는 놀이터에 가기도 하고. 아무튼 이 둘은 애증의 관계라고 작년 담임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애매한 사이라고 올해 담임선생님은 그러셨고. 서로 oo이가 제일 좋아 라는 외치는데 애매하고 애증의 관계라니. 둘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 보통 싸우면 좀 싫어지고 그렇지 않나 언니와 나는 이 둘의 마음을 정말 모르겠다고 자주 얘기했다. 어쨌든 그런 아이들이 어젠 한 번도 장난감으로 다투지 않고 잘 노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로 집에 놀러 가기라도 하면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전쟁이 벌어지곤 했는데, 그래서 엄마들은 엉덩이도 못 붙이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안절부절 말리기만 했었는데, 어젠 모처럼 식탁 앞에 앉아 유치원 얘기도 하고 요즘 육아고민도 얘기하고 그랬다.

그리고 우리 애들 엄청 컸다면서 노는 모습도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얘네 둘은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나 보다. 활동적인 친구와 앉아서 꼼지락 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이, 성향 이 정반대인데 아마 그래서 더 자주 부딪치지 않았을까. 그래도 없을 땐 서로를 찾고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주겠다 하고 서로를 제일 좋다 말하는데 그동안 박 터지게 싸우면서 특히 미운 정이 단단히 든것 같다.

내년 2월엔 어린이집 졸업이다. 그리고 유치원은 같은 곳을 못 가게 됐다. 낯선 환경에서 서로 의지하며 다니길 바랬는데 상황이 맞지 않아서 각자 다른 곳으로 간다.(난생 처음 하는 유치원 결정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헤어짐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받아들여질까.  어른들도 이별은 쉽지 않은데 아이들도 아마 그럴 테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적응해서 그곳에서도 새로운 좋은 친구들을  만나길 바라본다. 같은 동네라 종종 만날테지만 매일 보던 사이라 그래도 영 아쉽다.

우리 졸업 전까지 많이 투닥거리지 말고 잘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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