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러 갈 때 몇 번 주머니에 캐러멜이나 비타민 캔디 같은 단 간식을 챙겨갔더니 이제 날 보면 "엄마 뭐 가져왔어?" 묻는다. 군것질거리를 너무 많이 주는 것 같아 안 가져갈 때는 그림 그리라고 노트 챙겨 왔지 멋쩍게 둘러댄다. 그럼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아니야 라며 징징거린다. 너무 귀여워서 일부러 놀려주려 안 가져왔다고 거짓말도 가끔 한다.
이렇게 응석 부릴 땐 한없이 아기 같은데 어린이집보다 더 크고 친구도 많은 유치원에 잘 적응한 모습을 보면 우리 딸 많이 컸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다 세상에 나와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을 거쳐 어느덧 다섯 살 끝무렵에 있는 딸은 처음엔 아빠 판박이었는데 지금은 묘하게 내 얼굴도 보이고, 엄마 아빠 말이 전부였다가 이젠 거짓말에도 잘 속지 않는 똑쟁이가 돼버렸다.
누구나 그러하듯, 첫 아이라 백지상태여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분유도 먹고 트림도 했고 잠도 잤는데 도대체 왜 우는지 몰랐고 , 갑자기 비닐을 삼켜 토를 하거나 거실장에서 떨어져 입에 피가 나거나 할 땐 다 내 잘못 같아 힘들었다. 내 몸이 고단 할 땐 감정적으로 대한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줘서 참 고맙고 더 아껴주지 못했던 미안함, 애틋함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든다.
어제는 사진첩을 쭈욱 보다 보니 아이가 우리 부부 사진을 제법 많이 찍어줬단 걸 알게 되었다. 지난여름 장난 삼아 엄마 아빠 사진 좀 찍어줘 핸드폰을 쥐어줬더니 기대 이상으로 잘 찍어줘서 언니와 동생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먼저 말하지 않아도 "엄마 아빠 찍어줄게"
항상 사진 찍히는 입장이다 직접 찍으니 재밌는지 둘이 카페라도 가면 꼭 한 장씩 찍어준다. 그중에는 탄식이 나올 만큼 못생기게 나온 사진도 있지만 그래도 애정을 담아 찍은 거라 참 좋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모르는 아이만의 세상이 더 커져 나와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겠지만 그래도 가끔 엄마 아빠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씩 꺼내 까먹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어떤 간식을 넣어갈까. 그 웃음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