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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Nov 29. 2019

핑크를 사랑하는 너에게

안녕 우리 딸. 엄마가 아침에 화내서 미안해. 오전 내내 너한테 엄청 미안했어. 버럭 했더니 서럽게 울면서 아기 때는 달래주더니 왜 지금은 안 달래주냐는 너의 말이 아직도 신경 쓰이네.

엄마는 무채색의 장식이 없는 옷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어릴 적부터 너에게 꽃분홍색에 샤랄라 레이스가 달린 옷은 안 사줬어. 이기적인 것 같지만 너의 옷은 엄마 취향을 자꾸 따라가게 되더라. 그랬는데 4살이 된 올해부터 핑크 노래를 부르길래 이젠 우리 딸이 좋아하는 핑크 원피스나 핑크 부츠, 핑크 레깅스 등등 온통 핑크색만 사고 있어. 아빠가 제발 핑크색 그만 사라고 하실 정도로.. 오늘 아침엔 엊그제 어린이집에 입고 갔던 핑크 원피스를, 빨아서 안 마른 옷을 입고 가겠다 계속 우겨서 화가 났었어. 다른 거 입자 몇 번 설득해도 막무가내라 결국 언성을 높여 너를 울리고 말았지. 우리 딸은 참 고집이 세. 특히 입는 걸로. 양말부터 내복, 겉옷까지 다 너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못 입게 하면 난리가 나니깐 말이야.

이번 주 내내 아침에 지각해서 오늘은 좀 서두르려고 했던 건데 옷으로 투정 부려 늦어지니 엄마 마음이 조급했나 봐. 그래도 네 마음을 좀 더 이해해주고 차근차근 말해줬어야 하는데 엄마가 아직은 못된 욱하는 성질을 못 고치고 있어. 요즘 비염에 폐렴까지 앓았어서 몸이 많이 고됐을 너를 좀 더 보듬어 줬어야 하는데.

우리 이따가 어린이집 끝나면 데이트 하자. 추우니까 멀리는 못 가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킨더 조이 먹자.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니깐 주말엔 저번에 엄마랑 재밌게 만든 호떡도 만들고 요즘 바쁜 아빠랑도 오랜만에 실컷 놀자. 이따 만나.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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