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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Dec 08. 2019

나와 너의 한주

안녕 우리 딸. 지난 한주는 우리 둘 다 고생이 많았던 것 같아. 네가 심통을 부리면 엄마가 받아주기보단 같이 짜증을 부려서 힘들었지. (그리고 우리 딸이 지난주는 유독 징징거렸어.) 

이번 주는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어. 사실은 아빠와 많이 투닥거려서 그랬나 봐. 이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올해 2월 직장을 그만둔 아빠는 계속 슬럼프를 겪다 다음 주에 면접을 앞두고 있어. 물론 지금 단기로 다니는 회사는 있지만, 이번엔 이직하고 싶어 했던 회사 면접이라 엄청 신경 쓰고 계셔. 

그래서 일 끝나고 잠깐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바로 카페로 공부하러 가시지. 우리 딸이 "아빠는 왜 맨날 늦게 와?" 물었는데 아빠는 정말 정말 바쁘셨던 거야. 그런 아빠인데 엄마는 또 이기적으로 굴었어. 

밥 먹고 바로 나가는 아빠의 모습에 '나 설거지할 때만이라도 애랑 놀아주고 가지.' '나 손도 아픈데 애 좀 씻겨주고 나가지.' '나도 저녁만 되면 밥 해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느라 진이 빠지는데, 나도 힘든데' 이렇게 말이야. 엄마는 너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일하고 가볍게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여유가 있는데 그래서 매일 아빠가 늦어도 재충전할 시간이 있는데 아빠는 회사 집 공부 이렇잖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 육아가 좀 힘들어질 때 그래서 너와의 관계도 흔들릴 때 잠시라도 널 봐주지 않고 휙 나가는 아빠가 원망스러웠어. 자꾸 내가 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 하는 마음 때문에 아빠와 부딪치게 되나 봐. 우리 딸이 태어난 이후로 이런 문제로 많이 다퉜거든. 지금은 그럭저럭 맞춰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아빠는 지금은 엄마의 이런 투정을 받아 줄 여유가 없다.너무 힘들다.라고 하셨어. 잘 내색하지 않는 성격의 아빠라서 힘들다고 말할 때는 정말 힘든 상태야. 아빠의 중요한 일을 위해 엄마는 좀 고달파도 내색하지 않으려 해. 아빠와 사이가 안 좋으면 꼭 우리 딸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받아줘도 될 너의 투정에 괜히 토를 달아서 훈계하려고 하고, 엄마 잔소리 너무 심했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아빠가 행복하고 집도 밝아지는 걸 다시 한번 새겨서 내일 월요일은 정말 기운 내 보자.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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