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사과

by 송해리

어제 문득 부끄러우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내가 창피했다.

그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부끄러워서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 숨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두려웠다.


초등학교 때 민규라는 친구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맘을 확인하고,

학교 전체, 주변 학원까지

소문이 퍼져서 남자아이들에게 내내 놀림을 받았던 적이 있다.


나는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져서

화끈거렸고, 남자아이들 중 한 짓궂은 아이가 그날부터 나를

'사과'라고 놀렸다.


근데 희한하게 그 반응, 관심이 기분 나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나를 조롱하기보다 애정을 담아서 사과라고

이름 붙여준 게 느껴졌다.

'사과'라는 단어도 그 친구가 귀엽게 발음하곤 해서

나는 학원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레었다.


종종 발표를 할 때도 얼굴이 빨개지곤 했는데,

그 뜨거운 열기와 화끈거림이

더 더 숨고 싶게만 만들었다.


그런데 사과는 왠지 그런 내 모습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오히려 민규와의 에피소드가 잠잠해졌을 때

나에게 관심을 더 이상 주지 않아 서운해졌다.


나는 관심과 애정이 좋은 아이인데,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이것과는 별개로 느껴졌다.

나는 관심이 좋았고,

나를 표현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가끔 꿈에서 교실 안의 내가 너무나 돋보이고 빛이 나서

친구들이 모두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내 기분이 날아오를 듯 기쁜 그런 상황이 펼쳐지곤 했다.


부끄러움, 수줍음.

이 감정은 진정 사랑스러운 성질처럼 느껴지는데,

왜 나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때

한없이 작아지는 걸까.


내가 바라보는 수줍은 아이는 늘 소중하고 예쁜데.

아마도 수줍은 당사자는

그저 숨고만 싶은 것이 당연한 거겠지.


수줍은 모두가 이해받고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이 너무 편안할 것 같다.

사랑스러운 세상에 수줍은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 광경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날 만큼

안전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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