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오늘은 좀 편안하고 싶다.
어제의 감정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제는 어제고, 끝은 끝인걸.
어쩌면 예견된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낳는다.
끝과 시작은 늘 붙어 다닌다.
그리고 삶은 필히 변화한다.
변화는 시작과 끝의 순환이다.
가끔은 관계의 끝도 프로젝트의 끝도
예상했던, 예상치 못했던 끝도, 사무치게 한탄스럽고 상처였다.
모든 끝은 나에게 상처를 진하게 남긴다.
내가 좀 무디면 좋으련만, 내가 좀 냉정하면 좋으련만
하고 바란다.
좀 더 냉정하고, 사람을 덜 좋아했다면
그게 나였을까?
그건 내가 아니지 않을까.
사람을 좋아해서 강렬하게 황홀하고
사람을 끔찍이 좋아해서 꺼질 듯이 아프다.
그런 경험을 수없이 반복한 나의 삶에서
'외로움'을 경험하고 온전히 겪어내는 것 또한
동반되는 공부라고 여겼다.
마치 공부처럼 숙제처럼. 느껴지는 나에게 외로움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이 외로움에, 지독했던 외로움에
내가 나를 사랑하는 정도를 강도 높게 테스트하듯
마치 한계를 시험하듯 몰아붙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그저 버텼다.
그저 숨죽여 울고
그저 목놓아 울었다.
그럼에도 다시 용기 내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그 모든 순간 가슴으로 내가 행복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울음이 있었는지 헤아릴 수 없다.
울음에 울음에 슬픔에.
아이처럼 지금 앉아있는 이곳에서 늘
쌓여있는 휴지를 바라보다
눈물을 닦고 또 닦아내었다.
뚜렷이 기억나는 마음은 강렬했던 고통과
함께하는 연민이었다.
그것뿐이 나는 할 수 없었다.
그 눈물의 흔적과 여운이 며칠씩 갔다.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주기도 했다.
아픔이 꼬리처럼 아픔을 나을 때,
좌절해서 일어날 수 없었고, 바짝 엎드려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누구도 모를 아픔의 순간들을 오직 나만이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은 자부심처럼, 새겨져 있다.
내 살과 피처럼 영혼에게 각인되고,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았던 상태가 어느 순간
밥도 잘 먹고 일도 잘하고, 멋지게 산책하고 걷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되어 과거의 나에게 끝없이 고맙다고 말해주고 말해주어도
모자랄 것 같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