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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ee tree Aug 24. 2020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자유롭게 그림




집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구했다! 크고 힙한 작업실은 많겠지만 나는 오로지 혼자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창작공간'

양재천 옆 이 자그마한 작업실은 우리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데 마치 숨겨진 아지트처럼 비밀스럽기도하고 편안하게 나를 맡길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시는 주인분과의 유쾌한 대화도 한 몫했다.^^-



이전 작업실은 사람이 너무 많아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작업실을 자유롭게 배회하며 작업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것을 경험한 후에 나는 이렇게 자유로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걸 깨닫기도 하였다. 

잠깐 눕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럭키랑 놀고 뽀뽀하기도 하면서..! 또 영상도 찍고 우쿨렐레도 연주하고 향도 피우고 밥도 먹을 자유로운 공간! 

가끔은 사색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웃고 울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런 공간은 절대 없을 것 같아 집에서 작업을 하려 했는데 집은 절대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으하하 (티비보고 자고 먹고 하다 하루가 그냥 가버린다.)



예술활동도 출퇴근이 필요하다!



이중섭 화백처럼. 가끔은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내스타일로 그려보는 것도 큰 재미다.




작업실 출근 첫날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그림을 왜 무엇 때문에 그리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어릴 때부터 그냥 즐거워서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그리다보면 어느덧 무언가에 휘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입시미술이다 뭐다 수많은 틀과 관념들이 나를 방해해 도통 그림을 즐겁게 그리기가 힘들었다. 잘그리는 그림이 대체 뭔데-? 우리나라에서 그림과 예술의 방향은 조금 잘못된 것 같다.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는거. 그냥 그게 예술이야~~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없다!






그림을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리는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어떻게든 '잘' 그릴수는 있으나 재미가 없어진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오는 행복감이 훨씬 크고 오래간다. 과정을 즐긴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재미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그 과정을 즐기려면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알아야한다. 



처음에는 그냥 어린아이가 놀듯 자유롭게 손의 감각을 믿고 판단없이 슥슥 해보는거다.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으면 찰흙과 클레이라도 가져와서 그림 그리듯 표현해봐도 되고. 다이소에서 잔뜩 새로운 재료들을 구해와 사부작거리며 놀아도 되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다가 좋아하는 장면을 그려보는 등 방법은 다양하며 무궁무진하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 꽂히는 것은 아무거나 그 자리에서 그려본다. 

사실 예술활동은 '놀이'에 가깝다. 내 안의 나를 가감없이 표현하는 놀이 말이다. 



진심을 담아 그린 그림은 그냥 그 그림자체가 '또다른 나'가 된다. 그런 그림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호오!' 하며 감탄사가 나오고 마음이 무언가 상쾌하고 개운하다!




으하하하 똥그란 눈으로 쳐다보는걸 보고있자니 안 그릴 수가 없다.



적응중인 럭키. 카페트가 깔려있어서 좋아하니 다행이야




어릴 때 놀이터에서 하는 놀이처럼 내 마음가는대로 해버린다. 어떤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써보고 몸이 이끄는대로 맡겨 보면서. 오늘은 작업실에서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준 식물을 그려보고 앉아있는 럭키의 얼굴표정을 그렸다. 엄마와 내 얼굴을 선으로 따라가보고 지나온 양재천 길을 파스텔로 슥슥 칠해보고 최근 본 씩씩한 나무도 그렸다.



무엇이든 나를 위해 즐겁게 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며 진실된 내가 되는 것이다. 외부환경이 아닌 나 자신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 내 가슴을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나를 사랑하는 여정의 첫 걸음이 된다. 

요즘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그래 맞아!! 그렇구나!! 무엇을 하든 다 괜찮아.'

주위에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다면

내가 해주면 되지뭐..!! (솔직히 그렇게 해줄 사람 나자신 밖에 없어 ^.^)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나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껍질을 벗겨내야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무수히 많은 껍질을 벗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렇게 많은 잠재력이 내 안에 있었다니, 이렇게나 열정이 많았다니. 하고 놀라게 된다.




나랑 엄마. 사람얼굴을 그리는게 이렇게 재미있었어!? (엄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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