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는 작은데 왜 비싸요?

투뿔 살치살과 양념갈비

by 한꽃차이

SNS에 종종 "웨딩부케는 왜 비싸요?"라는 글이 올라온다. 얼마 전, 한 글에 제법 자세한 댓글을 달았더니 좋아요 79개를 받았다. 아마 플로리스트들의 공감이겠지. 우리에게는 이 질문이 이렇게 느껴진다. "같은 고기인데 오마카세 투뿔 살치살은 왜 냉동양념갈비보다 비싸요?"

고기가 아니더라도 세상 대부분의 비싼 상품을 보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겠지. 꽃만 예외로 친다. 같은 꽃인데 웨딩이 들어가니까 바가지일 거라고 여긴다. 심지어 부케는 크기도 작으니까. 작아 보이지만 웨딩부케의 꽃은 틈 없이 조밀하게 만든다. 꽃다발 3개는 만들 양이다. 작고 예쁠수록 비싼 건 보석뿐이 아니다. 꽃도 마찬가지다. 꽃의 가격과 등급도 고기 못지않게 차이가 난다.


마트에 갔더니 갓 도축한 동물복지 삼겹살을 2만 원에 판다고 하자. 대신 만원인 수입냉동삼겹살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선택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싱싱한 삼겹살을 바가지라고 나무라지 않았으면 한다. 꽃에게도 마찬가지 상식과 태도로 대해주길 바라고 싶다. 한단에 4만 원인 카라가 있고 2만 원인 카라가 있으니까. 삼겹살보다도 다르다.


부케에 쓰는 카라는 꽃잎에 초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순결한 아이보리색을 써서 품종부터 몇 안된다. 꽃이 너무 크거나 줄기가 두꺼우면 투박하고, 너무 작거나 가늘면 고급미가 떨어진다. 꽃잎 모양도 적당히 물결이 있어서 카라만의 매력을 나타내야 한다.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기준은 꽃시장에서도 주로 웨딩꽃을 가져다 놓는 집에서 파는 가장 비싼 몇 단만 맞출 수 있다.


꽃의 종류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애초에 다른 곳에 넣을 수 없이 비싸고 줄기도 짧거나 여려서 부케에만 쓰는 꽃도 많다. 은방울꽃, 에델바이스, 백조난, 팬지, 매발톱꽃 등. 카라, 네리네, 스위트피, 샌더소니아, 클레마티스, 아스틸베, 부바르디아 같은 비싼 꽃은 고급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 포인트로 들어가기도 한다. 한두 송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고급스러움도 금액도 확 높아진다.


이렇게 비싼 꽃을 딱 쓸 만큼 사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부케에 넣을 양의 2배를 사입한다. 고르고 골라 완전무결하고 크기와 화형이 맞는 것만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장미 꽃다발에 들어가는 장미 가격을 a라고 하면, 2~5배 비싼 부케용 장미가격은 3a가 되고 2배 구입하니 6a가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토니에와 코사지 만들 꽃도 사야 하고 부케박스, 부케용 리본과 진주 장식 금액도 일반적인 꽃다발보다 높다.


숫자로 따질 수 없는 내공과 시간도 들어간다. 부토니에와 코사지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고 다 부케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케 전문 플로리스트는 따로 있다. 꽃을 배울 때도 창업 과정, 꽃다발꽃바구니 과정과 웨딩부케 과정은 별도다. 물론 웨딩부케 과정이 재료가 다르니 더 비싸고 드물다.


어렵기도 어렵다. 꽃바구니 만들기가 1자리 덧셈이라면 꽃다발은 3자리 곱셈, 부케는 미적분이랄까. 처음 부케를 배웠을 때, 얼마나 식은땀이 나고 긴장으로 심장이 뛰었는지 모른다. 꽃다발을 수없이 만들어봤어도 완전히 달랐다. 미세한 1cm 차이가 모든 걸 틀어지게 해서 수없이 다시 만들었다.


싱싱함이 생명이니 손을 차갑게 해서 재빨리 한 번에 만들고 바로 꽃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도 신부가 계속 손에 들고 있는 동안 줄기가 뜨끈해진다. 은방울꽃처럼 온도에 민감한 꽃을 드는 신부님께는 대기실이나 피로연에서 들 서브부케가 있어야 한다. 결혼식장의 에어컨, 히터, 야외결혼식장의 햇빛과 바람까지 견뎌야 한다. 던지기까지 하니 연약한 꽃으로 단단히 만드는 능력도 필수다.


사입하고 만드는 시간과 노력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상담이 여러 차례, 오래 걸린다. 신부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이야기 듣길 좋아하고 계획 변경에 알레르기가 없는 성격이라 다행이다. 배송도 꽤나 까다롭고 직접 가져다 드리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온갖 리스크가 크다. 미리 가서 예약해도 사장님이 못 구했다고 안 들어왔다고 할까봐 꽃시장에 그 꽃이 없는 꿈까지 꾼다. 구한 꽃이 생각과 다르거나 퀄리티가 좋지 않을 확률, 사입하고 다듬고 물 올리려 냉장고에 넣어둔 중에 혹은 다 만들고 꽃냉장고 보관 중에 또는 배송 중에 갑자기 시들 확률, 신부님 마음에 안 들 확률... 사업이란 백번 잘 되는 것보다 한번 리스크가 영향을 미친다. 플로리스트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케는 돈이 더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사명감에 하는 거라고.


사명감까지는 모르겠지만 좋아서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투뿔 살치살에 맛 들인 사람처럼 은근한 중독이랄까. 흔치 않은 고급꽃을 접하며 매번 설렌다. 바짝 몰입해서 10도 1cm에 목숨 걸고 만들면 뿌듯함 도파민에 피곤하지도 않다. 이 작업에 더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다. 들어가는 수고는 흐린 눈으로 한 꽃 한 꽃 퀄리티와 완성도는 매의 눈으로, 진정한 장인이 될 때까지 해보련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