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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주 Jan 17. 2021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닌 인내하는 능력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신념을 가져야 해요. 나는 소명이 있어 두렵지 않아

 

안톤체홉<갈매기> 명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는 니나의 대사
니나- 여류 작가나 여배우가 되는 행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저는 주위 사람들의 냉대, 환멸, 가난을 견딜 수 있을 거예요. 다락방에 살면서 보리 빵만 먹어도 좋아요. 자신에 대한 불만과 미완성에 대한 자각이 주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그 대신 명성을 바랄 거예요... 진정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명성을 말이죠... (두 손을 얼굴을 감싼다) 머리가 어지러워요... 아아...!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 에는 니나와 뜨레쁠례프라고 하는  두 주인공 남녀가 등장한다.

니나의 꿈은 유명한 여배우가 되는 것이고, 뜨레쁠례프의 꿈은 인정받는 작가가 되는 것으로 젊은 시절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꿈을 키워나간다. 그들의 곁에는 이미 그들이 꾸는 꿈을 이룬 두 인물이 있다. 뜨레쁠례프의 어머니인 아르까지나는 유명한 여배우이고, 그의 애인 뜨레고린은 성공한 소설가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천사같이 순수하고 어린 니나는 명성에 대한 엄청난 환상과 함께 그들을 동경한다. 그들이 얻은 명성만 얻을 수 있다면 다락방에 살면서 보리 빵만 먹어도 좋다고 한다. 그녀의 환상은 심히 지나치다.  "유명한 사람들이 왜 저런 평범한 일을 하지..?" 하며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낚시질, 카드놀이, 웃고, 화내기 조차 이상하게 느낀다. 


 니나의 환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현실과 마주한다. 자신이 동경하는 유명함을 가진 소설가 뜨레고린에게 빠져 모스크바로 함께 떠나지만 이내 버림을 받고, 배우로 무대에 서지만 자신의 손과 발이 무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차 모르게 어설픈 연기를 한다. 배우가 된다는 것 그리고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그 과정 속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뜨레쁠례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뜨례쁠례프는 대중보다 어머니와 니나에게 인정받고 싶었으나 좌절되고 소설가로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또한 혹독한 현실 앞에서 괴로워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그렇게 각자 긴 시간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이 만남을 갖는다.  

여기서 두 사람은 똑같이 고통을 겪었지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니나- "이제는 알고 이해해요, 꼬스쨔. 우리의 일에서 연기를 하건 글을 쓰건 마찬가지죠.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니라 견뎌 내는 능력이에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신념을 가져야 해요.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스럽지 않아요. 나의 소명을 생각할 때면 인생이 두렵지 않지요"
뜨레쁠례프- "(슬프게) 당신은 당신의 길을 찾으셨군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군요. 하지만 나는 공상과 환상의 혼돈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누구에게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는 신념도 없습니다. 소명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니나는 환상의 깨짐과 함께 그로인한 고통 속에서  정신력의 성숙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허황되고 거짓된 환상에서 깨어나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니라 견뎌 내는 능력 즉 인내하는 능력이란 것을 알게된다. 고난을 통해 그녀는 신념과 소명을 찾았고,  비로소 '진짜 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뜨레쁠례프는 혼돈 속을 헤매며 성숙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신념과 소명을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 뜨레쁠례프는 결국 마지막 장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생을 마감한 것은 꿈의 좌절로 인해서가 아니라 신념과 소명의 오랜 부재로 인한 삶의 의미상실이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연예계 활동을 꿈꾸는 친구들은 모두 니나와 같다. 1%의 빛나는 연예인을 보고 돈과 명예에 대한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이곳에 발을 들인다. 그 빛이 너무나 화려하고 강해서 그 너머의 진실을 차마 보지 못한다. 그렇게 빛나는 두 눈을 가지고 시작한 그들은 이내 '내가 보았던 1%의 그것을 얻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선 아주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인고의 시간이 끝내 내게 빛나는 순간을 선물해 줄진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라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아주 오랜기간 시간을 보낸 뒤 그들을 깨닫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니라 견뎌 내는 능력 이에요.."


  '견뎌 내는 능력'은 실로 중요하며 그것을 갖은 사람은 드물다. 전국의 수많은 연예계 지망생들이 부푼 꿈을 꾸며 시작하지만 끝까지 남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내가 졸업한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만 해도 한 학년 당 활동하는 사람이 1-2명도 안된다. 중도 포기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고, 나머지 인내의 능력을 가진 자들만이 포기하지 않고 오디션을 보며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기다림이 꿈꿨던 빛나는 명예의 순간을 안겨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십자가를 지고 신념을 갖고 오늘도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견뎌낸다는 것은 실로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혹독한 현실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것은 니나의 대사에 써있다. '자신이 십자가를 지고 신념을 가져야 해요.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스럽지 않아요. 나의 소명을 생각할 때면 인생이 두렵지 않아요'  해답은 신념과 소명을 갖는 것이다


신념(belief) 굳게 믿는 마음. 자신이 가진 견해, 사상에 대하여 흔들림 없는 태도를 취하며 변하지 않는 것    
소명(calling)은 원래 종교적 개념으로서 신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차츰 일반화되어 개인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여 그것에 헌신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발전했다.

심리학에서 소명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향한 가치와 목표를 주요 동기로 삼아 목적 의식과 의미감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특별한 역할을 지향하도록, 자기 너머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초월적 부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통과 마주하고 성숙함에 따라 흔들리지 않은 믿음을 갖는 것, 그리고 나를 넘어 다른사람을 향한 가치와 목표를 주요 동기로 삼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핵심이다.


나는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11년이 되었다. 내가 이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도 니나와 같이  나의 신념과 소명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소명을 찾았으며  당신의 소명은 무엇입니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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