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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윤 Apr 19. 2024

보라색 지붕

에필로그 

나는 보라색 지붕 밑에서 살아왔다.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알록달록한 집들 중 한 개인 보라색인가? 싶겠지만 당연히 물론 진짜 지붕이 보라색은 아니다. 

짙은 검붉은 벽돌 같은 색이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바라보면 섬뜩하게도 차가운 보라색의 지붕이 되곤 했다.      

그런 지붕을 바라보며 가끔, 혹은 자주 죽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저 지붕에서 떨어져 흩뿌려진다면 나도 저런 보라색 비슷한 게 되겠지 하는 색감적인 생각으로 자주 머릿속으로 떨어지곤 했다.      

가정환경이란 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누군가에겐 나의 환경이 복에 겨운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도, 그리고 그 어린 내가 커버린 지금 와서도 다시 생각해 봐도 하나같이 다 엉망진창이었던 지난날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다 아문다고 함부로 말했던 어른들의 말들이 무색하게도 ,      

나는 여전히 쓰리고 따갑다.

아직도 나의 보라색 지붕을 생각하면 괴롭고 숨이 턱턱 막힌다. 

이제는 내가 책임지고 사랑해야 할 아이가 있기에 이내 흩뿌려질 수는 없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절하게 식어버린다.      

나는 남편에게 사실 참 미안하다. 

나는 집에서의 탈출을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해냈다.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내 남편은 독신주의임에도 불구하고 1년을 조르고 졸라 결혼을 했다. 

정말 이기적 이게도 내 생각만 했던 결혼이었다. 

성품이 정말 좋으셨던 시부모님이어서 나를 품어주었지 아니었다면 깨지고도 남았을 결혼이었다.      

그나마 착한 척하고 살았던 게 복이었는지 남편복과 시부모님 복은 타고난 것 같다.      

이렇게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좋겠지만 인생은 현실이고 결혼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임을 28살의 나는 몰랐을 것이다.      

남편과 결혼을 해서 독립을 했음에도 여전히 나는 흩뿌려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 같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인간이란 말인가. 


그렇기 흐지부지 또 하루를 이어나가며 그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살다가 , 귀인을 만났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단단해지고 굵어졌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내 아이가 나처럼은 안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명확하고 정확하게 직시해야 함을 깨달았다.      

동굴 속에 갇혀있던 나를 꺼내준 유일한 존재 


내 아이를 통해 많은 치유를 받고 위로를 받는다. 

나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 한다. 


34년을 무기력하게 살아왔던 내가, 오직 아이를 위해 잘 살아야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게 된 것이 신기하다. 


이런 게 모성애의 한 부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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