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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윤 Apr 19. 2024

애정결핍

애정결핍


나는 형제가 많은 집에서 둘째로 자라왔다.

무려 딸 셋에 아들 하나인 대가족


모든 집의 둘째는 늘상 그렇게 자라왔듯

살기위해 눈치로 연명하고 양보와 배려는 나의 미덕이였다.


' 착한아이 콤플렉스 '


칭찬의 한마디를 듣기위해 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양보하는게 당연한 마음이였다.


부모님의 사랑을 양보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들은 어리니까, 언니는 언니니까 내가 두번째로 줄서는게 맞는거야 ' ' 나도 엄마랑 손잡고 싶은데 엄마는 손이 두개밖에 없으니까 내가 양보해야지 '


이런 쿨하지 못한 양보의 날들이 하루 이틀 켜켜이 쌓여가면서 나는 사랑의 결핍된 어른아이로 자라왔다.


34살이 된 나는 여전히 엄마아빠의 사랑을 갈구한다.

여전히 나는 엄마한테 "엄마는 나 사랑해 안사랑해" 와 같은 어린 아이의 핀잔어린 말을 툴툴대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아빠의 관심을 갈구한다.


부모가 된 후로는 엄마아빠를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토끼같은 4명의 아이들을 무한히 넘치게 사랑을 표현하고 주고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쟁과도 같은 육아현장에서 분명히 어려웠을 것이다.


1명의 아이만을 키우고있는 지금 나 조차도 힘든일인데 무려 4명의 아이들을 그 시대에 키우기에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애정결핍을 가진 34세의 어른아이이다.


그렇게 애정결핍인 내가 요즘은 과분하고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조금씩 따뜻해지고있다.



엄마아빠한테도 아닌, 남편한테도 아닌

이 자그맣고 내 손 한줌에 들어오는 2살짜리 아이한테서 효과 확실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도 무해하고 순수하게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를 만나본 적이 없다.


나의 눈길을 원하고 나의 손길에 감동하며 나의 단어 한마디에 환희를 느낀다.


내가 아무리 찡그리고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삭혀도

이 아이는 나뿐이다.


저렇게 작은 몸뚱아이에서 이다지도 큰 사랑을 품어내는게 신기하고 경이로울 정도이다.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싶을 정도의 큰 사랑을 내게 준다.


이 아이의 사랑이 나를 바라보는 날들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나는 얼마 안남은 이 아이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내고 34년 동안 매말라있던 애정결핍을 채워넣어 단단하거나 혹은 말랑한 나의 모습을 만들어내야겠다.


나의 하나뿐인 최고의 명닥터

내가 주는 것에 비해 더 큰 것을 주는 나의 큰사랑


어떻게 이런 귀한 사람이 나의 아기인지

고맙고 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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