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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윤 Apr 19. 2024

엄마의 미간

키가 크고 마르고 몸이 유약했던 어린 나는

새벽에 자주 두리번 거렸다.


이불의 1/3이 다 젖을만큼 코피를 흘려냈고

픽픽 자주도 쓰러졌다.


자주 고열을 앓았고 , 고열을 앓을때마다 매번 똑같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느꼈던 뭉툭한 그 촉감

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큰 검지 손가락

모태 천주교인 나는 .

꿈속에서 어렴풋이 하느님이겠거니 싶었다.

'아가 , 아직 내 옆으로 올 때가 아니니 이 곳에서 달콤한 꿈만 꾸고 다시 가렴 '


시간이 지나 내 머리속에서 각색되었을 것 같긴한데 , 대충 그런 느낌이였다.


그렇게 꿈에서 현실로 몽롱하게 넘어오는 길목에서 엄마를 찾았다.


어렴풋한 어둠속에서 금새 엄마를 찾아내고

엄마 옆에 나머지 형제들이 있나 없나 먼저 살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엄마 옆은 공석이였다.


살금 살금 엄마품으로 파헤치고 엄마 가슴팍 냄새를 소리없이 한움큼 맡았다.


엄마 냄새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결 냄새


오르락 내리락 엄마의 숨결 높이


예쁘고 닮고싶은 엄마의 입술 옆 점


그리고


잔뜩 찡그린 엄마의 미간


오늘은 또 어떤 고단한 하루를 겪었기에 이리도 찡그린 얼굴로 잠이 들었을지


안쓰러운 우리 엄마


엄지손가락에 침을 스윽 발라서 잔뜩 찡그려진 엄마의 미간을 예쁘게 곱고 단정하게 펴주고싶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찡그리고 잠이 드는 습관이였는지 모르겠는데 지금도 엄마는 여전히 찡그린 미간으로 잠이 든다.


50대 이후에는 모든 삶의 햇빛과 그림자가 얼굴이 새겨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엄마는 어떤 포근한 햇빛과 어떤 씁쓸한 그림자가 있었을런지는 대충은 알고 있지만


더 포근했었으면 ,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 언젠가는 엄마가 우리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거나 치유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많이도 애썼던 것 같다. 결국은 다 흐지부지되고 우리가 엄마의 깃털이 되어줄 수 없단 것을 깨달은 어느 날은 많이 헛헛했고 울었었다. 


그동안 애썼던 우리들이 안쓰러워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가벼워질 수 없는 엄마가 안타까워서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시간과 감정이 많이 흐른 지금에서는 

그것 역시 엄마의 삶이고 현재라고 합리화 아닌 합리화를 하며 마음을 다독이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엄마를 자주, 많이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의 하루의 길목에서 하릴없는 이야기라도 몇 마디 들어주고 외롭지 않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혹여 엄마가 그런 감정 따위도 느끼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


나는 오늘도 엄마의 찡그린 미간을 바라보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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