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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Nov 03. 2015

인스브루크 / 브레겐츠

in Innsbruck / Bregenz

* 20150911

* Salzburg Hbf - Innsbruck - Bregenz - Zürich Hb


날 좋다. 저 산들에서 동계올림픽을 했던 모냥이다.


일찌감치 나와서 이번엔 기차를 잘 탔다. 그래서 신속하게 인스브루크로 이동했는데... 내려보니 별게 없네? 정말 아무것도 없다. 구시가를 정말 조금 보존중이고 나머지는 이미 신시가지. 구시가에 있는 성당이 꽤 수준높게 이뻤고 나머지는 별거 없었다. 스와로브스키 매장이 있지만 이건 나에겐 AFC와 다름없다.


인스브루크의 이 성당은 꽤 멋졌다.


그래서 취리히로 이동중이다. 이 구간에 관광열차가 있다고 유레일에 막 자랑이 써있었는데 알고보니 여긴 그냥 경치좋은 구간일 뿐이다. 그냥 일반열차를 타고간다. 꼴을 보니 스위스도 딱히 특별한 열차가 있는게 아니라 그 구간이 훌륭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취리히로 들어가고 있다.


알프스 자락


확실히 인스브루크에서 취리히로 들어가는 구간은 이쁘다. 강따라 산따라 배산임수 지형이 계속 이어지면서 중간에 잔디밭이 펼쳐져있고 소와 집이 흩뿌려져있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광경들. 내가 본 중부 유럽 시골들 다수기 이랬지만 이 동네의 특이점이라면 역시 뒤에 웅장한 산이 있다는 것. 알프스 산맥의 연장인데 여기도 알프스라 부르는진 모르겠다. 유럽 시골을 느끼려면 제일 좋은건 강따라 움직여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에는 라인강이든 도나우강이든 강따라 여행을 좀 해야겠다. 같은 곳도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네 강은 뭔가 강따라 여행하고 이러기엔 좀 문제가 있으려나? 댐이 너무 많은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잘은 모르겠지만 수력발전소는 오지게 많았던 것 같은데.


참 칼라풀한 가을이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여행자를 급속하게 처량하게 만드는 놈으로 비만큼 효과적인게 없다. 실은 내가 뭔가 잘못본 것인지 취리히로 가던 차가 브레겐츠라는 곳으로 왔다. 중간에 갈라지기 때문에 블루덴츠라는 곳에서 환승해야 하는 차였던 것 같은데 나는 브레겐츠를 지나 취리히로 가는줄 알았다. 그래서 브레겐츠로 왔다. 보니까 근처에 호수가 있길래 내려보기로 했다. 신속하게 유스호스텔을 하나 뒤졌더니 있긴 있다. 그럼 여기서 하루 자지 뭐. 중간에 뭔가 경기장인지 공연자인지가 있었는데 보니까 언젠가 책에서 봤던 오페라 수변무대였다. 유럽 클래식 기행 책이었는데 거기에 나왔더랬다. 실제로 본 수변무대는 꽤 작았지만 특이하긴 했다. 


호수 위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의 무대. 브레겐츠 페스티발때 한다고.


그리고 고생한 내 위장에게 뭔가 너어주기 위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가의 음식을 시켜보았다. 잠도 못자는데 뭐라도 잘 먹어야지. 나온 것은... 며칠전 브라티슬라바에서 먹었던 그놈과 기본적으로 같은 음식이었다. 감자수제비를 크림에 뒤섞은게 밥 역할을 하고 그 위에 스테이크가 구워져있다. 그리고 야채가 꽤 있고. 근본적으론 같은 음식이지만 그래도 좀 비싸다고 이건 먹을만했다. 양도 많았다. 호숫가에서 먹은게 호사라면 가장 호사.


이름은 모르겠다. 35유로정도던가. 다먹고 배가 터지려고 했다.


그리고 호수 주변을 좀 걸었는데 호수가 워낙 크다보니 수평선 끝이 안보였을 뿐 아니라 구름의 모양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경치가 훌륭했다. 워낙에 유럽의 하늘과 구름이 이쁘지만 이렇게 보니 더욱 예뻤다. 내가 그림만 좀 그렸으면 터너풍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을 그런 풍경이다. 


보덴제. 멋이 있었다.



그렇게 풍경을 보다가 기차를 타러왔고 나는 분명 직행 기차가 있다는 것을 보고 왔는데 정작 온 기차는 딴 놈이다. 더 지연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불안감에 먼저 온 기차를 탔다. 하도 기차를 잘못타다보니 이젠 뭔가 나를 의심하게 된다. -_- 이번에는 유닌히 헤매네. 그래도 헤맨 덕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호수를 보았으니 괜찮다.


지금까지 봤던 호수들의 랭킹을 매겨보면...

1 할슈타트 호수

2 보덴제 호수

3 쾨니히스제 호수

4 침제 호수


3/4번은 솔직히 찾아가는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비추다. 호수는 1/2번으로 만족하자. 호수가 얼마나 많은지 어제 독일청년이 알려준 아티제 호수는 또 어디 다른 곳에 있고 내가 갈 생각을 안한 호수도 한두개가 아니다. 그러니까 스위스 오스트리아 여행할 때는 피해야 할 호수 몇개를 제외하면 어떻게든 호수를 만나고 배 탈 기회가 있음을 잊지말자. 굳이 조바심낼 이유가 없다.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도 할슈타트 뿐 아니라 인스부르크에도 있었다. 산이 워낙 많으니까 케이블카가 이어지는 신도 한두개가 아닌거 같다.


하늘도 이뻤고.


이렇게 취리히에 들어가면 일단 돈부터 달라지니 또 색다르게 부담이 된다. 숙소는 금방 찾겠지... 곧 해가 진다. 해지면 어딘가 찾는게 영 힘들어진다. 오늘치 고생은 다 한걸로 믿고싶은데 모를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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