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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Nov 03. 2015

킴제 / 쾨니히스제

in Chiemsee / Königssee

* 20150910

* Salzburg Hbf - Prien en Chiemsee - Freilassing - Berchtesgarden Hbf


오늘도 일찍 나왔는데 하필 기차시간과 살짝 어긋났다. 역시 늦게나온 꼴. 매번 잘츠부르크 중앙역의 후문쪽으로 나가서 바로 호스텔로 갔기 때문에 오늘은 정문쪽으로 나가봤다. 앞쪽엔 어수선한 일상이 있었다. 구시가가 아닌 신시가가 펼쳐져있다. 우린 대도시에서 살고있는 것이다.


여긴 며칠째 난민들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역 점거로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던 시리아 난민들이 어떤 경로로 독일까지 유입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독일과의 접경지역이 잘츠부르크나 인스부르크니까 잘츠에서 넘기고 있는거 같다. 그래서 매일 도착-밥주고 약주고-침대주고-내보내기를 계속 하고 있다. 잘츠역의 20% 정도는 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한창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엔 몇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먼저 대단히 인도주의적인 일이다. 아랍조차 외면하는 그들을 받아주는 행위 자체는 더할나위 없이 칭찬할 일이다. 두번째로 받아줄 곳은 현재 서방밖에 없으며 그중에서도 현 유럽 최강국인 독일이 하는 것은 명분이 좋다. EU최대의 수혜국 얘기를 듣고있기 때문에 그 부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런 인도주의적인 일은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일이다. 세번째로 이 난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무비자 상태로 도시에 녹아들면 두고두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데 이건 독일도 오스트리아도 헝가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크게 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일이다. 오스트리아가 헝가리쪽 난민을 잠시 차단했던게 가벼운 오판이었을 뿐 나머지는 서방이 잘하고 있다.


이 시리아 난민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 탈출 직후에는 엉망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들 씻기도 했고 입을것도 얻은건지 금방 나가서 케밥을 만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입성들을 하고 있다. 냄새도 안난다. 급한 환자도 없는건지 의료진들은 설렁설렁 걸어다닐 뿐 딱히 뭔가 하진 않는다. 침상의 개수만이 그들의 고단한 처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와중에 누군가가 또 정리를 해놔서 아침에 보니 침상들이 잘 포개져있다.


이들은 중간에 난민 브로커들을 서너번정도 만나 인당 천유로 이상 뜯겼을 것이다.


말했다시피 잘츠부르크는 독일과의 접경지대에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시간 거리의 킴제를 보러간다. 유럽여행에서는 종종 국경이 여행지 선정에 방해가 되는데 딱 여기가 그렇다. 난 킴제나 왕의 호수같은 곳에 가려면 뮌헨보다도 잘츠가 더 가깝다는 것을 엇그제 알았다. 보니까 인스부르크에서도 바로 위의 독일쪽에 갈만한 곳들이 있다고 들었다. 


뭐 어디면 어떠랴. 기차타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에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금은 독일철도 1등석 4인자리를 혼자 쓰고 있으며 여긴 4인단위로 방처럼 막혀 문이 달려있다. 아무도 없으니까 나는 혼자서 음악을 틀어놨다. 데이빗 실비언이 로버트 프립과 가졌던 라이브. 운치있는 여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창밖에는 소가 쭈그리고 쉬는 장면이 지나간다. 요즘 내가 딱 소같은 마음이다. 별 걱정이 없다. 그날그날 밥걱정 정도 하는거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Ki2xHIPI40Y

Sylvian & Fripp


침제 호수는 오자마자 원웨이다. 곧바로 배타러 가고 곧바로 궁전으로 간다. 보니까 궁전 외에 별게 없는 곳이다. 호수가 크긴 하지만 이쁘다거나 한건 아니다. 호수 가운데 섬에 뜬금없이 지어진 베르사이유 궁전 짝퉁이 신기한거지.


기차역에서 호수까지 꼬마기차가 다닌다.


물이 안나오고 있다가 슬슬 걸어다니다보니 분수에서 물이 뿜어진다. 갑자기 이백년전엔 이 수압을 뭘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증기였을까. 소였을까. 저정도 높이까지 올리려면 보통 수압으로는 부족했지 싶은데 말이다.


뿜을 준비중인 분수


여긴 궁궐 보존을 제대로 하려는지 시간맞춰 가이드 투어만 진행한다. 혼자서는 못움직인다. 그래서 이방저방 가이드를 따라다니면서 구경했다. 만들어놓고 한번도 안쓴 방. 고작 열밤정도 잔 방 등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것들만 잔뜩 있는 이 곳. 역시 궁궐은 AFC인데 괜히 아무 생각없이 와버렸다. 호수 주변이 좀 이쁠줄 알았더니 영 아니올시다네. 


걷기좋았던 정원.


이 궁궐을 만든 왕은 노이슈반스타인을 만든놈인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이다. 바이에른이면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프로이센 사이에 낑겨서 눈치보던 소국인데 그 와중에 토목공사에 미쳐있었던 모냥. 이놈의 건축 프로젝트가 세개였다는데, 말 그대로 인민들을 갈아넣은 모양새다. 보니까 고종과 시기가 겹치던데 왜 그 시기에 이런 뻘짓들을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했을까. 그나마 얘는 여력이라도 있었을거 같지만 고종시대의 대원군은 뜬금없이 경복궁 전체수리를 감행한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국력을 얼마나 갉아먹을지는 그 건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이 궁궐은 모두 루이 14세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차있다. 자기 얼굴은 없어도 태양왕 초상화는 몇개나 있는듯. 궁궐 자체가 베르사이유를 모방해서 만들었다는데, 이것 참. 후발주자였던 독일도 참 프랑스 이태리 애들이 오랫동안 한걸 급히 따라하느라 욕봤다. 부러웠겠지. 아니면 태양왕이 구축한 절대왕권이 부러웠으려나? 나는 낭비가 주는 미감을 의미있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이런 과잉은 어떻게 해도 좋게 봐주긴 어렵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지만 정작 만든 왕은 얼마 안있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하고 지금 이 궁궐이 있는 섬에서는 말과 사슴을 키운다. 이 섬의 주인은 결국 말과 사슴들인 거다. 오래 점유하는 놈이 왕이다.


이쯤에서 사슴 사진 하나


여긴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걸리니 나오는데도 멀다. 오지라 2차대전을 피했으려나? 보면 일본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성이라는 히메지 성도 보존 잘된 이유가 있다. 한번도 거기서 전쟁을 하지 않았다. 


여튼 빡씨게 섬에서 빠져나왔는데 뭔가 기차가 30분 정도 지연된다는 정보를 본 것 같다. 30분이면 너무 긴데? 그것도 독일에서? 관련해서 뭔가 더 알아보려다가 대충 뭔가 기차가 오길래 탔다. 타고보니... 이 기차는 유레일이 안되는 기차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검표원이 지나가지 않기를... 다행히 지나가지 않았다. 급한대로 이동네의 주요 환승역인 Freissling까지 왔는데 지연시간이 더 늘었다. 뭔가 기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그 기차의 행선지인 Berhe 어쩌구까지 가는 버스를 급히 하나 동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스를 탔다. 


이 버스를 알아봐준 것은 모 독일 청년. 열심히 자전거로 다니는 중이며 뮌헨에서 4일정도 자전거타고 온 상황이라고 한다. 호스텔같은게 보이면 들어가서 자고 가끔 숲에서도 자고 그런다고. 이자식 허벅지가 튼실해서 자전거 잘 타게 생겼다. 청년이라 크라우트록 좋아하냐고 물어봤는데 뭔지 전혀 모른다. 크라프트베르크 얘기하니까 겨우 알까 말까. 클래식 록을 좋아한다면서 건즈앤로지스와 다이어스트레이츠를 얘기하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놈 설마 십대인가. -_- 그리고 닥터 드레를 좋아한다고. 


버스가 급히 마련된 탓에 작업하던 아저씨가 급하게 핸들을 잡고 주변에는 할마니 할아버지들이 어찌 알았는지 버스타러 오시고 완전 시장통이다. 자전거를 세대나 버스에 집어넣느라고 다들 고생을 좀 했다. 한시간 정도 졸다보니 도착.


옛날부터 관광지로 유명했었나보다. 히틀러 별장이 있었다고. 어떤 여자애가 수영하다가 금괴를 주웠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버스타고 십분 지나가야 쾨니히스제(King's Lake)에 도착한다. 여기도 이쁘긴 한데 호수가를 걸을 수가 없다. 배를 타고 구경하거나 순환버스같은 것을 이용해야 한다. 나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배를 탈 수가 없었고 돌아가는 버스편이 한시간 뒤가 마지막이어서 급하게 산책로를 올라가서 구경했다. 여긴 보니까 며칠 묵으면서 여러 산행 코스를 답사하기에 좋은 곳이다. 아니면 한달쯤 짱박혀서 뭔가 소설이라도 한편 써내거나. 나처럼 지나가는 관광객이 구경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짱박히기 좋아보이던 쾨니히스제


그래서 오늘 일정 종료다. 오늘의 모험이라면 기차가 지연되어 미아될뻔 했는데 어떻게 대체 버스를 타게 되었다는 것 밖에 없다. 킴제와 쾨니히스제 모두 별로였다. 이렇게 독일은 구리고 오스트리아는 좋다는 편견이 늘어간다. 이상하게 같이 독일어를 쓰는데 오스트리아는 뭔가 더 부드럽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독일 시골은 어디나 자연이 참 좋아보였다. 베르히테스가덴.


오늘 음료수 마시다가 알았다. salz는 소금이다. 할슈타트에 소금광산이 있던 것도 관계가 있는거 같다. 암염을 팔고있었다. 잘츠의 느낌이 뭔가 왈츠스러웠는데 이미지가 망가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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