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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02. 2015

프랑크프루트 미술관

in Frankfrut am Main

* 이전 글 : https://brunch.co.kr/@dexter/1


 "나는 모월 모일에 마인강 옆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라고 괴테는 정확하게 마인강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동네 지명의 유래를 알진 못하지만 마인강에 대한 애정은 항상 암 마인(am Main / on the Main river)을 같이 쓰는 지명 표기에 잘 드러나있는 것 같다. 

그 마인강 옆에 미술관/박물관이 쪼르륵 서있는데 축제덕에 프리패스도 샀겠다 얼추 다 들어가보았다. 처음 간 곳은 수공예 박물관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와있었지만 가보니 생활사 박물관(Museum für Angewandte Kunst). http://www.museumangewandtekunst.de/

옛날 디자인의 물건들을 잘 보관해둔 곳이지만 딱히 컬렉션이 훌륭하진 않았다. 컨셉의 문제다. 상당히 좋은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바로 옆의 이쁜 공원도 있는 곳이지만 내부는 좀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독일인들이 워낙에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안에 있는 개별 물건들의 디자인은 참 좋았다. 가전회사 브라운의 물건을 보니 모르긴해도 잡스가 영향받았을것만 같은 디자인의 물건이 많았다. 이것들은 물론 바우하우스 이후 계속 유지되어온 독일적인 감각이며 북유럽 등에서 더 확장되었다.

브라운의 가전제품들



두번째로 간 곳은 영화박물관(Deutsches Filmmuseum). http://deutsches-filminstitut.de/filmmuseum/

초기 영사기들도 있고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 특별전 등도 하는 한번 볼만한 박물관이다. 소박한 특수효과 속에 들어가볼 수 있게 한다거나 영사기를 돌려보게 한다거나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한국에 있었으면 초등학생 부모들이 많이 찾아갔을 것 같다. 


초기 영화들을 상설로 상영하고 있어서 한 30분정도 멍하니 봤는데 그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영화라는 매체를 처음 손에 쥔 사람들은 받자마자 특수효과부터 시도했다. 영화처럼 미래적인 매체가 생겼는데 그런 소중한 것으로 일상따위를 다루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심한 기기와 편집술로 그들은 필름속에 스펙터클을 만들어 집어넣는다. 


* Le papillon fantastique (1909) - Georges Méliès : https://www.youtube.com/watch?v=OANe6cCb5FE


* The ? Motorist (1906) - R.W. Paul : https://www.youtube.com/watch?v=4wzR9LxwxLA


버스터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 영화들을 보면 코미디 이전에 다이나믹 액션물이다. 지금 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이 녹아있다. 그것들을 보고 느꼈던 놀라움처럼 이 초기 영화들은 스토리를 담기도 전에 특수효과부터 담고 있었다. 과장 좀 보태서 현대 영화가 지향할 대부분의 것들이 초기 영화에 원형질로 담겨있었다. 




세번째로 간 곳은 건축박물관(Deutsches Architekturmuseum Frankfurt a.M.). http://www.dam-online.de/

건축물의 미니어처와 설계모형들을 전시한 곳인데 형편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두개의 모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소한의 기자재로 훌륭한 공간감을 만든 사례들이었다.

* Almarik Restaurant, Gili Trawangan \ Lombok http://www.thebeachfrontclub.com/beach-hotel/asia/indonesia/gili-islands/gili-trawangan/villa-almarik-lombok/?ref=featured

뼈대와 천막만으로도 힙해질 수 있어서 놀랐다 


* Kineforum Misbar, Jakarta http://www10.aeccafe.com/blogs/arch-showcase/2014/02/13/kineforum-misbar-temporary-open-air-cinema-in-jakarta-indonesia-by-csutoras-liando/cl_kineforum_12/


이런 가건물(?)로도 뽀대나는 극장을 만들 수 있다




네번째는 통신박물관. http://www.mfk-frankfurt.de/ (사진 편집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_-)

우편과 네트워크에 대해서 역시 체험위주로 전시된 곳이었는데 삐삐와 핸드폰까지 잘 수집하고 있었다. 옛 우편시대의 유물들은 보고있으면 짠한 느낌이 있다. 그 짧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인간은 정말 별별 수단을 다 만들어냈으니까 말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동기화되는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르지만 그래서 더욱 낭만적이기도 하다. 근대 우편체계는 철도체계와 마찬가지도 정말 그 환경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스템을 구축한 느낌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람을 갈아넣어 만들었다는 역사상 최강의 가격대비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택배가 겹쳐져서 조금 우울해지기도 한다.




다섯번째는 슈테달 미술관. http://www.staedelmuseum.de/

다른 유럽 미술관들에 비하면 소박한 규모지만 그래도 나름 갖출것을 다 갖추고 있다. 옛날 그림들이 많고 인상파도 화가별로 한두개씩은 걸려있었다. 80년대 미술가들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표현주의적이라서 보다보니 지겨워졌다. 화가들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놨는데 나중에 찾아보기나 할런지 원. 여기까지가 첫날 돌아본 박물관들. 이미 탈진한 상태.




둘째날은 첫날 안가본 유명하지 않은 박물관들에 갔다. 먼저 괴테 하우스. https://www.goethehaus-frankfurt.de

박물관은 괴테 서한을 하나씩 세워둔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보기 위해서 뚜껑을 올렸다가 다시 내려야 하는 구조였다. 뭔가 변색을 우려한 것인지 과하게 보호하는 그 모습에서 괴테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바뜨 별로 볼건 없다. 나라면 파우스트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괴테 생가도 전시가 좀 부실했다. 생활사 박물관에 있는 물건들 중 괴테시대의 것은 괴테생가에 배치해놓고 옆에 설명을 써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물건은 집에 있어야 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니까. 어쨌거나 괴테가 얼마나 부자였는지는 알겠다. 강남의 건물주 정도는 되는 인물이었다.


안에 걸린 당시의 고지도를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해자와 성으로 둘러싸인 상태였고 괴테는 그 성안의 큰 건물에서 살았던 것. 말 그대로 이너 써클이었다. 여행 가이드에 작센하우젠에 가서 애플와인을 마셔보라 써있는게 왜인가 했더니 작센하우젠은 프랑크푸르트와 구분된 마인강 옆의 또다른 성이었다. 즉 또다른 구시가였던 것. 그래서 작센하우젠도 가봤는데 방황할 에너지까지는 없어서 구시가의 존재를 확인해보진 못했다.


다리 아래쪽이 작센하우젠. 옛날부터 구분된 지역이었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4/45/Frankfurt_Am_Main-Merian1770-Komplett.gif


프랑크프루트 역사박물관도 들어가보니 좀 별로였는데 여긴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http://www.historisches-museum.frankfurt.de/

여기서 배출한 몇몇 수집가들이 기증한 물건들을 따로 보관해두어 그것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에 남은 오타쿠들이다. 이중 한명은 작은 그림만 수집한 사람이었다. 벽걸이 판넬 큰 것에 작은 그림을 깨알같이 채워넣었다. 그것만으로도 풍속의 역사 아니 모든 것의 작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자기만의 주제를 가진 수집가는 멋있다. 그래서 그 수집가에 대해 조금 읽어봤더니 '거금을 상속'... 그래 세상이 그렇지 뭐.


*  Johann Valentin Prehn의 수집품 https://www.pinterest.com/pin/516014069780059216/

작은 그림은 보관도 쉽고 가격도 싸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미술관도 있길래 가봤더니 역시 너무 현대적인 것들만 있었다. http://mmk-frankfurt.de/

요셉 보이스의 청동으로 만든 똥덩어리를 보니 한숨이 나올 지경.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나 앤디 워홀 등 나름 유명한 인물들의 작품들이 있었으나 나에겐 다들 똥이다. 금방 나왔다. 




그리고 또 한두개 박물관에 갔지만 뭐 이정도로. 이미 또 탈진해서 땀을 콸콸 쏟아내고 있었다. 여행은 체력의 유한함을 체감하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랑크프루트의 박물관들은 그리 수준이 높지 않다. 하지만 시내에서 별로 할일이 없기 때문에 아침에 재래시장(일요일이라 못갔다) 가보고 박물관 개장하면 박물관 돌아보는 것은 그런대로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박물관 패스는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 그걸로 박물관에 가면 나름 이득...이라기보단 할일없는 프랑크프루트에서 뭔가 배우게 해줄 것이다. 마인강 순환 유람선이 있으니 그것을 타도 좋겠고. 


음반점에 가지 않는 여행이 얼마만인지... 매우 어색하다. 어쨌거나 이런 대도시에서 나의 성지인 음반점을 스킵한 내가 대견하다... 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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