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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02. 2015

프랑크프루트 미술관 축제

in Frankfrut am Main

* 20150828 ~ 0831

* ICN - FRA

150828 - 150831150828 - 150831

인아웃 외엔 딱히 뭔가 정해진 것이 없었고 전날까지 별 생각 없다가 대충 옷만 싸서 출발했다. 그리고 어찌어찌 프랑크프루트에 도착해서 3일정도 보냈다. 호스텔에서 대충 묵고있는데 보니까 독방이 아니면 뭔가 나만의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진 않은 것 같다. 4인실 도미토리에서 뭔가 적는다는 것은 민폐이기도 하고 심리상 안될 일이다. 이건 기차에서 적고 있다.

어쨌거나 프랑크프루트에서 2.5일을 보냈고 소감은 이거다. "별로 올 일이 없는 곳." 자연이 이쁘길 하나 박물관이 좋기를 하나. 먹을게 많기를 하나. 뭐 하나 매력이 없다. 마인 강 역시 관광객에게는 아 그렇군 하고 넘어갈만한 작은 강이다. 허나 여행에는 반전이 있게 마련인 것이니, 올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술관 축제(museumsuferfest)가 있었던 것이다. 내막은 모르겠지만 프랑크 최대의 축제라고 한다. 나는 그 기간과 정확하게 겹쳐서 기간을 보냈다. 버글거리는 인파속에서 걷고 먹느라 좀 힘들긴 했지만 이 축제는 내가 여행의 첫번째 장소에서 실망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http://www.museumsuferfest.de/2015/


아침에 한참 걸어서 내려오다가 배고파서 빵집에 들어가 샌드위치같은 것을 시켰다. 한참 우걱우걱 뱃속에 넣고 있는데 한 처자가 들어와 빵을 시킨다. 빵에 사진을 찍길래 설마 한국인인가 하다가 급기야 빵사먹는걸 집에 자랑까지 하시길래 한국인임을 알았다. 그래서 여기 뭐가 재미있냐고 말을 걸었더니 자기도 처음 왔다고. 빵씹으면서 몇가지 얘길 나눴다. "독일은 선진국들 중에서는 제일 열심히 잘 사는 것 같아서 교환학생 기회가 생겼을때 여기로 정했어요." 최근에 그리스 경제위기를 비롯해 독일의 경제 패권주의를 까는 기사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타고난 근면함으로 만든 경쟁력으로 주변국에 무역불균형을 만들어 그들을 압박한다...라는 문구였다. 나도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 잘해서 경쟁력이 생긴 나라에게 욕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메르켈이 그리스에 취한 실력행사를 까려면 다르게 까야지 뭔 일 열심히 한다고 까나... 어쨌거나 독일이 주는 이미지는 저 여학생에게나 나에게나 이러했던 것이다. 과연 실제는 어떨랑가.

어딜 먼저 갈까 하다가 미술관 지구에 들렀는데 주변에 사방에 부스를 차리고 있는 것이다. 궁금해하다가 한국음식점 부스가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축제를 한댄다. 부스의 분위기는 여기서 확인 (uri news).


: 음 물건팔고 먹고 그런거 같은데 한국 야시장 분위기인가요? 

:: 그렇게 말하시면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규모가 다르죠. 프랑크 최대 축제에요. 

: 아 예...

저녁에 밥이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에 갔다. 볼게 미술관 뿐인거 같아서 이틀짜리 미술관 패스를 달라고 했는데, 뱃지 하나를 주면서 이번에는 이거면 된댄다. 축제라서 더 싸다면서 얼른 7유로를 내놓으라고 하시네. 반값도 안되니 나는 좋지하면서 바로 샀다. 3일간 프랑크 전역의 미술관을 들어가는 패스다. 더울때 들어가서 쉬고 간김에 화장실에 꼭 들렀다. 다니다보면 화장실과 편의점이 완전 레어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축제에 대해 잠깐 말해보면 정말 프랑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거 즐기려고 기다린듯 마인강 양쪽 2km 정도 되는 길이를 모두 먹을것과 벼룩시장 물건 파는 부스로 가득 채웠다. 그 사이사이에 각종 행사와 라이브 공연이 한가득 있었다. 스테이지가 한 열개는 넘은거 같으니 말 다했다. 그 스테이지별로 열팀 이상의 뮤지션이 나와서 계속 연주를 한다. 분위기는 완전 록페로 보면 된다. 그리고 성당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 등의 라이브를 한다. 구시가 전체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돌아다니다보면 공연과 이벤트를 피해갈 수가 없게 되어있다.

대충 이런 분위기. http://www.op-online.de/region/frankfurt/museumsuferfest-frankfurt-bilder-3821364.html


먹을것은 빵종류를 빼고는 모두 터키와 동남아쪽이 장악한 듯한 느낌이다. 독일다운 것은 빵에 끼운 소세지, 빵에 끼운 스테이크, 감자튀김 따위가 끝이다. 좋은 맥주 만드느라 기운을 다 쓴건지 정작 먹을 것은 형편없다. 그 틈을 아시아인들이 메워주었다. 이 동네에서 꼭 먹어보라는 애플와인을 마셔봤는데 얼마나 훌륭한지는 잘 모르겠다. 사과가 많이 나는 동네인지 사과를 그라인더에 넣어서 통채로 짜내는 사과주스를 팔고 있었는데 달달하고 맛이 좋았다. 벌들이 그 근처만 얼쩡거릴 정도로 당도가 코에 꽂힐듯 강했다. 

누구나 다 간다는 뢰머광장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별로 중세삘도 안났다. 나는 이미 중세도시중의 갑이라고 할 수 있는 에스토니아의 탈린에 가봤으므로 어설픈 중세동네는 이제 봐야 의미가 없다. 여긴 더더욱 그랬다.

코딱지만한 광장인데 완전 크게 나왔다. 사진을 믿지 말자.



그 바로 위쪽에 있는 대성당은 좀 달랐다. 지난 여행 이후 AFC(another f**king castle/church)는 더이상 가봐야 의미가 없어서 잘 안가고 있었지만 여긴 의외로 볼만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주 모던한 십자가 그림이었는데 성당에 이런 것이 걸려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작가는 1963년생인 모양. http://www.dom-frankfurt.de/dom/aktuelles/manfredini-triptychon-im-dom/

Manfredini - Triptychon im Dom : https://www.flickr.com/photos/33784579@N05/8559416980


부스들이 잔뜩 생겼길래 죽 따라가면서 먹고 보고 들으며 놀았는데 독일인들은 은근 손재주(kraft!)가 좋은 것인지 이쁜 생활용품 파는 곳들이 많았다. 독일 물건은 일본 물건만큼이나 알아주곤 했었지. 친구놈이 농담처럼 '전범들이 물건은 참 잘만들어.'라고 했었다.

어쨌거나 그 많은 공연장 춤판 등은 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핵심요소였다. 어딜가나 쿵짝거리니까 분위기가 가라앉을 도리가 없었다. 나오는 뮤지션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고 수준 이하도 꽤 많았다. 그 수많은 스테이지들을 돌리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같긴 했다. 독일 록이나 팝이 가지고 있던 개성들은 다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독일은 뭔가 뻣뻣하거나 싸이키해야 제맛인데 다들 힙합, 펑크나 하드코어, 아니면 그냥 애매한 로큰롤 등 영미의 흔한 음악들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래도 청중들은 꽤 호응이 좋았고 메탈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들이 매우 많았다. 뭔가 헤비한 음악만 나오면 앞에가서 덩실거리며 춤을 추더라.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DJ가 있는 댄스장이었다. 모두 함께 방방 뛰고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연스럽게 부비부비가 될 지경이었다. 하긴 요새는 찬송가도 EDM으로 하는 곳이 있다고도 들었다. 의외에 장소에 또 사람이 많았는데 그곳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해주던 성당이었다. 어르신들이 80%이상을 차지하는 구성이었지만 장소를 항상 꽉 채우곤 했다. 나는 뭐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더만 그들은 박수칠 지점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남녀노소 예외가 없었다.

가장 인상적으로 본 공연은 우연히 발견한 재즈공연. 한국계 독일인 Nashi Young Cho의 한시간짜리 무대였다. 재일교포인 이정미의 노래를 들어봤으므로 중간자들의 노래가 얼마나 호소력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궁금했다. 들어보니 잘웃고 노래 잘하고 한국노래와 한국말도 공부한 호감가는 보컬이었다. 표정이 이자람과 비슷해서 귀여웠다. 독일인들과 함께 연주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한국인들과 함께하는자리에서도 위화감이 없어보였다. 중간자들은 종종 쓸쓸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나는 중간자들이 부럽다. 
https://www.facebook.com/nashijazz/photos/a.636911483019949.1073741828.636346533076444/1032951053415988/?type=3&theater


그날의 공연. 사진을 꽤 날려서 퍼온 것들로 대체를... 


호스텔에 들어오니 양키청년들 셋이 있었다. 어색하게 세이하이만 하고 입을 닫은 나도 문제였지만 이 친구들 모두 자신의 폰만 보고 있었다. 이제 이런건 전세계가 동시에 싱크된다.


관광청에서 퍼온 사진이다. 속아선 안된다. 이런 날은 1년에 하루 뿐이고 전반적으로 프랑크프루트는 심심하다.

http://www.frankfurt-tourismus.de/en/Discover-Experience/Events/Festivals-in-Frankfurt/Museum-Embankment-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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