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거북 Oct 04. 2015

코블렌츠

in Koblenz

* 20150831

* Frankfurt Hbf - Mainz Hbf - Koblenz - Köln Hbf - Amsterdam Centraal


아침에 움직여서 마트에 들렀다. 한참 먹을걸 샀는데도 10유로가 안나온다. 유럽여행 갔을때 마트의 위치를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처럼 편의점이 있다거나 하지 않으므로 뭔가 생필품을 살만한 곳이 딱히 안보이기 때문이다. 귀가길에 마트가 열려있다면 한번쯤 들러 일용할 양식을 염가에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산 것들은 가방에 짱박아 뒀다가 심심하면 꺼내먹었다. 특히 소세지가 낑겨져있던 빵 한조각은 출출한 아침에 꽤나 응원이 되었다.




드디어 유레일을 개시했다. 아저씨가 날짜 적고 도장 찍은 뒤 나머지는 알아서 채우라고 건네주신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 들었지만 나는 일찍 가서 그랬는지 5분도 안되어 끝났다. 패스를 시작하니까 뭔가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무제한 교통편이 생긴다는 것은 발에 엔진을 하나 단 느낌인 것이다. 핸드폰을 손에 쥐는 것도 마찬가지일거다. 다들 핸드폰을 몸 가까운 곳에 두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핸드폰은 신경망의 연장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차역의 창구는 붐빈다. 그래서 뭔가 예약할 일이 있다거나 티켓을 기계에서 사기 어려워 창구를 이용하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 가자마자 번호표를 신속하게 뽑으시길. 티켓부스에 대기자가 30명씩 있었다. ICE 예약을 하려고 기다렸다가, 이거 꼭 해야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라고. 어차피 성수기도 아니니 그냥 해보자 싶어서 예약을 안하고 탔다. 일본에서 JR 패스 이용할때는 그래도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받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여긴 그것도 없다. 그냥 가서 아무 자리에나 대충 앉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ICE는 지정석이 맞고 그 자리에 주인이 없으면 상관없이 앉을 수 있는 것이었다. 유레일패스는 검표원이 나를 잡지 않게만 해주는 티켓이다. 다른 열차중에는 지정석이 없는 것들도 꽤 있었고 그런 열차는 자기가 1등석인가 아닌가 정도 확인해서 앉으면 된다. 아마도 성수기에 ICE같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패스가 있더라도 예약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역시 여행은 비수기에 가는게 좋다.


나는 1개월 글로벌 패스를 끊었고 이건 1등석 뿐이다. 그래서 비교적 편히 다녔다. 아무래도 2등석이 먼저 차고 1등석은 비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어쩌면 배낭여행자가 누릴 얼마 안되는 사치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잘 몰라서 2등석에 앉는다면 그것도 민폐가 될 수 있다. 2등석의 한정된 자리를 좀 더 붐비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리고 Hbf는 중앙역이라는 말. Haubtbahnhof. haubt = central이고 bahnhof = station이다. 여행자는 행선지 찾느라 수없이 보게되는 단어다. 그래서 구텐 모르겐보다도 더 빨리 눈에 익힌 단어가 바로 haubt였다. Hbf가 있는 도시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다.




먼저 마인츠로 이동했다. ICE로 두정거장이니 금방 간다. 라인강변에 있고 이천년 넘은 도시라고 적어놨지만 뭔가 볼게 아무것도 없는듯. 시티 센터로 안들어가봤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나름 라인란트-팔츠 주의 주도니 뭔가 있긴 있겠지. 


경치가 그렇게 좋다고 하길래 마인츠에서 코블렌츠까지는 굳이 30분 이상 더 기다려서 최대한 완행 열차에 탔다. 한시간정도 재미없는 장면이 나오다가 Bacharach 역을 지나면서 이쁜 집들이 라인강변을 따라 쪼르륵 서있다. (음악팬이라면 버트 바카라크가 생각날 것이다) 그런데 관광열차 치고는 뭔가 심심하다. 유레일에서 관광열차라고 홍보하는 라인들이 사실은 그냥 경치가 조금 좋은 구간을 말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창구에서 scenic trains라고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 유레일 사이트까지 보여줬는데도 어깨만 으쓱하곤 했다. Arlbergline이나 Black Forest Line처럼 노선명까지 명확하게 말해주면 뭔가 말해줄지도 모르겠지만 관광열차 타는게 그리 쉽지 않다. 


이런 경치가 띄엄띄엄 지나간다. 

출처 : https://www.trafalgar.com/usa/tours/european-whirl/summer-2015




흔히 그리는 이상적인 유럽과 유사한 이미지의 도시는 많지않다. 내 경우 에딘버러(스코틀랜드), 도노스티아(바스크), 탈린(에스토니아)이 그랬는데 하나 추가했다. 코블렌츠다. 모젤강이 라인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생긴 중세도시인 코블렌츠는 본과 마인츠 사이에 있고 ICE도 서지않는 소박한 곳이다. 하지만 이쁜 중세도시로서는 가히 최고로 멋진 곳 중 하나다. 이런 곳인줄 알았으면 여기서 어떻게든 1박했을 것이다. 라인강변에 흩뿌려진 레고같은 집들은 보기만 해도 애향심이 솟을듯한 느낌이다. 한참을 헤매며 걸었다. 중간에 흑맥주도 하나 사마시고 강에 발을 담가볼까 대충 자리깔고 누워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냥 걸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이래서 역으로 돌아갈 수나 있나 싶어서 길가다 쓰레기 버리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다. 땀흘리는 나를 보더니 짠했는지 물한잔 마시라며 내준다. 별로 멀지는 않지만 이 더위에 걷기는 꽤 힘드니 나만 괜찮다면 차를 태워주겠단다. 호의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이라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는 못가봤지만 최근에는 쿠바에 간 것이 마지막 여행이라고 했다. 그의 호의로 역까지 편하게 왔을 뿐 아니라 무려 한시간이나 시간이 생겼다. 사실 그 한시간은 라인강 주변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그냥 빵집가서 빵을 집어먹은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독일 여행의 핵심은 소도시에 있었다. 숙박을 옮겨다니면 골치아프니까 대도시에 베이스캠프를 치더라도 소도시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게 제일 즐거웠다. 이쁜 소도시 찾는 노하우는 별것 없다. 그냥 구글지도를 보고 강이나 호수가에 있는 도시들 이름을 보고 검색해보면 사진이 나올 것이니 그중 마음에 드는 도시를 가면 된다. 물론 더 좋은 것은 그 도시에서 묵는 것일게다. 나는 나중에 강을 오가는 유람선 라인 따라서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좋은 경치를 이렇게 밖에 못찍었나 싶은데 라인강변은 실로 아름답고 걷기 좋다.


코블렌츠에서 화장실 찾느라 고생을 좀 했다. 독일의 화장실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 유료라는 것도 마음에 안들지만 그 유료화장실이 별로 많지도 않다. 즉 화장실이 보였을때 이용해주어야 한다는 것. 심지어 쇼핑센터와 기차역도 유료였다. 얘들에게 배변이란 뭘까 싶은데 혹시 인간을 훈련시키기 위한 주된 방법중 하나로 이런 기술을 구사하는건가? 보면 독일인은 뭔가 억제된 이미지가 있는데 혹시 그 기원이 여기에 있는건가 싶지만 사실 요전에 갔던 터키도 그랬고 많이들 그렇더라. 그래도 독일이 최고 심한거 같은 기분이다. 그것도 지역별로 편차가 있으며 커피가게에 화장실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제각각이다. 당신도 그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화장실 찾아내는 스킬을 익히게 될 것이다. 


코블렌츠에서 쾰른을 거쳐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암스테르담행 ICE에서는 정신을 잃고 자버렸다. 자다깨서 다시 자려고 찾아간 숙소 근처의 역에는 출구가 두개 있었다. 나는 하필 나쁜쪽 출구를 골라서 그 밤에 30분 이상을 헤맸다. 어떤 흑인이 이봐 어디 가고 싶은거야? 하고 불러서 잠시 쫄렸지만 가서 물어봤다. 이방인은 겁쟁이이기 마련이라 타인의 호의에도 쫄리곤 한다. 어쨌거나 그 친절한 흑형은 다른 친구랑 얘기해보더니 저쪽으로 직진해보라고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결국 발견했는데... 아까 메트로 역에서 반대쪽으로 나갔으면 1분 내에 찾는 곳이었다. 오밤중에 헤매고 다닌게 너무 억울했지만 사실 여행에서 헤매는 일은 다반사니까 언젠가부터는 헤매면 그냥 한번 웃게 되었다. 억울해할 기력이 남아있던 시점이다. 이렇게 해서 또 하루 종료.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크프루트 미술관 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