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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05. 2015

잔세 스칸스

in Zaanse Schans

* 20150902

* Amsterdam Arena - Zaandam - Delft - Utrecht


숙소 바로 옆에는 암스테르담 아레나가 있다. 그래서 밤에는 훌리건들도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사람이 조밀하게 모여있는 광경이었다. 내가 축구팬이었으면 환장했겠으나 아니니까 스킵. 그리고 그 옆에는 하이네켄 콘서트홀이 있었다. 한달쯤 뒤에는 반 모리슨도 공연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기간에는 아무 공연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스킵. 뭔가 숙소로 인한 지리적 이점은 없었다.


알크마르의 치즈장터는 매주 금요일에 연다고 하니 김새서 그냥 풍차보러 간다는 잔세 스칸스로 갔다. 이쁘더군. 우리에게 전형적으로 심어진 네덜란드의 이미지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태리 단체여행객도 왔다. 이 콤보라면 안봐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듯 하지 않는가? 어쨌거나 이쁘고 좋은 동네였다. 


이런 마을과


이런 풍차가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치즈도 잔뜩 팔았기 때문에 오만가지 치즈를 멀미나게 시식했다. 맛이 꽤나 달랐겠지만 몇개만 먹으면 뭘 먹는지 이미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제 먹었던 소세지 시식도 그랬다. 사슴인지 멧돼지인지 알게 뭐냐 그냥 짭조름한 고기맛이었다. 맥주도 세가지 정도만 맛보면 이미 술인지 물인지 정도나 겨우 구분하는 나다.


여튼 치즈 가격은 정말 싸다. 이렇게 싸고 다양하게 치즈파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면 맥주바라도 차려서 그 치즈들을 안주로 내놓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치즈가 꽤 손도 많이 가고 기간도 오래걸리는 아이템 아닌가? 그런데도 유독 싸다. 몇년전 탈린 여행갔을때도 치즈가게 들어갔다가 금새 코가 마비된 뒤 치즈 시식을 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이거저거 꽤 샀지만 20유로가 채 안되었던거 같다.




델프트로 이동. 졸다가 한역 지나쳤다. 헤이그 바로 옆의 도시인데 헤이그는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거니 하면서 넘어갔다. 


델프트는 간 보람이 있었다. 중세풍의 도시 모양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었다. 작은 운하들도 귀여웠고. 델프트 공대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대딩들이 많았다.


뭘 찍은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AFX...인 것으로.


베르메르의 고향이라고 하고, 도자기가 유명하다는데 전시된 도자기들의 수준은 그리 높아보이진 않았다. 이곳 도자기를 델프트 블루라며 높이 쳐준단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청자 전시회가 생각났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묘하게 경이로운 색감과 질감이 있었다. 그럼 뭐하나. 그건 그때고 지금은 알 수 없지. 실용에 있어서는 유럽인들이 더 잘 활용하고 있을수도 있다. 


베르메르와 도자기를 조합한, 진주귀걸이를 한 도편 소녀 되시겠다.


중간에 휴고 그로티우스의 동상 밑에서 잠시 쉬었는데 이 인간 누구였지 했다가 나중에 위키백과를 보니 자연법의 아버지라고. 언젠가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었나보다. 왜때문에 자연법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있는가...라는 설명을 찾고싶었지만 아직 못찾았다. 아마도 그로티우스의 주장이 개중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일텐데, 법학 문외한은 잘 못찾겠다. 여튼 그렇다고.


델프트는 코블렌츠만큼 이쁘진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내가 방문한 곳들 중에서는 가장 살고싶은 곳이었다. 구시가에 대형 음반점이 세개나 밀집된 곳은 여기밖에 못봤다. 암스테르담에 있을진 모르겠으나 내가 가본 곳에는 없었고, 위트레히트에서 세계 최대의 레코드페어가 열린다지만 그건 그때뿐이니... 델프트는 일단 음반점 숫자에서 점수를 땄다. 운하 옆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커피 받침대는 차와 관련된 단어들의 사전 내용을 인쇄한 것이었다. 내가 사전업자인 것을 점원 아가씨에게 말해줄걸 그랬다.


사전의 정의 형식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위트레히트는 대학과 각종 전시로 유명하다고 한다. 매년 11월에 전세계 최대규모의 레.코.드.페.어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페어 날짜로 휴가를 맞추려 했는데 그것을 못했고 아마 나는 이것 때문에 위트레히트라는 도시를 언제고 또 한번 이상 방문하게 될 것이다. 안할리가 없다. http://www.recordplanet.nl/en/


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시장통을 보라.  저기서 손을 곡괭이삼아 보물을 파내는 것이다.

출처 : http://www.recordplanet.nl


어쨌거나 위트레히트는 나름 큰 도시였다. 여기도 대학도시인데 대학생들이 어찌나 많고 이놈들이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지 자전거도로가 인도보다 많은 지경이었다. 위트레히트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많은 자전거들이었다. 그 외엔 그냥 열심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운하가 한둘 있었지만 이건 델프트의 꼬마 운하들에 비해 별로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도시여서 역 주변의 복작거림만으로도 충분히 매력도가 떨어졌다. 레코드페어를 겪지 못했으므로 나는 위트레히트를 조금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나저나 대학다니면서 왜 이런 곳으로 교환학생 한번 오겠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안타까웠다. 


써있기로는 커피숍 같지만 실은 대마초 가게이다. 커피는 kaffe라고 써있는 곳을 가야 준다. 


올라오다가 숙소 근처에 기차역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위트레히트에서 한역만 오면 암스테르담 아레나 역이다. 그래서 굳이 중앙역으로 가지않고 숙소로 금방 올 수 있었다. 나중에 중앙역 갈때도 유레일로 그냥 가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나름 소득이다. 목요일의 공연은 하를렘이라는 곳에서 하는데 역시 그곳까지도 기차가 간다. 유레일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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