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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10. 2015

암스테르담 걷기

in Amsterdam

* 20150903


고흐와 렘브란트를 보고 난 다음에 바로 근처에 하이네켄 체험관이 있었으나 거기서 충분한 먹주를 마실 자신이 없어서 그냥 안갔다.  암스텔엔 어딜 가나 하이네켄 광고가 붙어있다. 더블린에 있는 기네스 간판보다 많은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고 하이네켄 체험관에서 고개를 돌리니 음반점이 있었다. 물론 음반점이 근처에 있음을 알고 슬쩍 둘러본 것이다. -_- 소박하고 오래되어 보였다. 특이한건 LP고 CD고 죄 알맹이를 따로 빼놓고 관리중이라는 것이다. 절도를 막기 위해서 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참... 십여년전 런던에서 음반 샀을때도 이렇게 되어있었다. 그때 수십장을 사왔기 때문에 일일이 정확하게 체크해보질 못했는데 두세장이 껍데기와 알맹이 매치가 안맞았다. 그럼 실제로 못쓰게 된건 네개 이상의 CD인 것이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여튼 여기는 그렇게 관리하고 있었다.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판 한장만 사줬다.


판가게. 나에겐 음반점이 성지다. 어느 도시를 가나 한곳 이상은 들러보려고 노력했다.


그 판을 딸랑딸랑 들고 나와 선착장이 있나 했더니 보인다. 배같은건 평소에 잘 안타는데 이미 사버린 암스테르담 카드때문에 그냥 타봤다. 전체적으로 푸어하다. 그렇게 한바퀴 도니 여기도 참 뭐 없구나 싶다.


배에서 찍은 사진. 이것보단 훨씬 지저분한 이미지다.


오늘의 최고 모험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의 어딘가 쯤에나 해당될만한 곳에 있는 ADM이라는 공연장에서 독일 둠메탈 밴드의 공연을 보는 것이다. 여긴 암스텔 카드도 안되고 Sloterdjik 역에서 시외버스를 타야한다고 했다. 호스텔의 청년이 그리 알려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구글지도에서 제대로 된 버스편을 알려주질 않는다. 불안하다. 


어쨌거나 청년의 말을 믿고 갔다. 물어물어서 버스까지도 겨우 탑승. 그래서 내리라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내리니 좌에는 물류센터 우에는 공장. 행인도 없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주변을 좀 헤매다가 곧 출발하려는 자동차를 붙잡고 운전자에게 물어보았다. 이놈은 지리도 모르고 스마트폰도 잘 못쓰는데 어떻게 운전하는 것인지... 물류센터 직원에게 물어보란다. 그게 낫겠다 싶어 물류센터로 갔다. 주소를 보더니 PC에서 구글지도를 검색해준다. 열심히 걸어가면 30분 정도 내에 갈거라고. 돌아오는 교통편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해서 포기했다. 내가 탄 시외버스도 30분에 한대 있는 차였다. 나중에 사이트를 찾아보니 ADM이라는 곳은 오지에 만든 해방구인 모양이다. 둠을 들으며 다들 마리화나를 하고있을 것 같다. 그래서 포기. https://adm.amsterdam/


돌아가는 길에 찍은 표지판. 암스테르담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 꽤 멀리 나와있다는 얘기다.



올때 버스정류장이 얼마 안되어보여서 오던길로 걷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모험의 시작. 생각보다 엄청 먼 거리였다. 100분 정도는 족히 걸었나보다. 버스는 한 15분 탄 느낌이었는데. 괜히 버스가 다니는게 아니었던게다. 주변에는 물류센터와 택배회사 등 뭔가오지에 있을만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래도 자전거 길을 잘 닦아놔서 오는게 어렵진 않았다. 지겨웠을 뿐.


그렇게 기차역까지 와서 기차타고 들어왔는데 집에와서 보니 뭔가 허전했다. 아까 산 판을 그만 기차에 놓고온 것이다. 아놔. -_- 십여년전 지하철에 LP 네장을 놓고 내린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안살 판을 샀더니 결국 그놈은 손에 안들어왔네 그려, 다음날 혹시 몰라서 유실물센터에 가봤는데 할부지 한명이 뭔가 관리를 하시는건지 아닌건지. 당연히 없겠거니 싶었고 당연히 없었다. 그리고 포기. 이렇고 공연도 포기 판도 포기한 날이 되었다.


내 숙소가 뭔가 아레나 축구장 옆에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오렌지색 훌리건과 파란색 훌리건이 기차역을 점거하다시피 가득했다. 유럽인들의 축구사랑은 지독하다.


해가 질때까지 이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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