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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Oct 12. 2015

케테 콜비츠

in Köln

* 20150904

* Amsterdam Centraal - Köln Hbf


암스테르담에서 독일출발 열차는 예약이 안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을 들어서 최대한 일찍 쾰른으로 왔다, 와서 예약해보니 당연하게도 자리가 있었다. 평일 비수기에 만땅이면 그것도 문제겠으나 금요일이니 또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예약하고 오늘 하루는 쾰른에서 보내기로. 


와서 찾아보니 쾰른은 프랑크푸르트보다 인구가 많다. 베를린-함부르크-뮌헨 다음이라고 한다. 어째 교통이 좋다 했다. 바뜨 가이드북에 별 정보가 없었다. 관광지로서는 꽝인가 싶은 기분이 잠시 들었다. 쾰른은 종종 Cologne이라는 표기도 보이는데 이건 원래 불어식 표기이고 이게 영어로까지 넘어가서 정착했다고 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다 대성당이 뙇하고 있어서 가봤다. 크기와 뽀대로 압도하는. 거대한 고딕. 그 압도적인 외관에 비해 내부가 그리 커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밤에 보면 더 무섭다.


모름지기 준비가 부실한 관광객이라면 그냥 씨티투어 버스를 타는게 정석이다. 그래서 타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별로... -_- 일단 쾰른이라는 도시가 별로 볼게 없다. 중앙역에 잠깐 내려서 눈앞에 떡 있는 쾰른 대성당을 보고 신속하게 들어가도 될 정도라고 하면 좀 잔인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어쨌든 씨티투어버스를 타고 먼저 케테 콜비츠 미술관에 갔다.


상가 건물 중심에는 광정이 뚫려있고, 그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그걸 타고 끝까지 오르면 콜비츠 미술관이 있다.


여기는 일단 장소가 좋았다. 처음엔 상가건물 꼭대기여서 뭐 이래 싶었지만 미술관 전용 엘리베이터가 예쁘게 있었고 꼭대기는 온실처럼 운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거친 시대의 거친 그림을 남긴 케테를 감싸주는 공간...은 개뿔 그냥 뭘 놔도 이쁘게 보일 잘 뽑은 공간이었다. 유럽애들 공간 쓰는건 좀 배워야 한다. https://www.kollwitz.de/


콜비츠는 양차대전을 다 겪은 사람이고 당시 독일과 일본 국민들은 전범이었으면서 동시에 국가의 희생자들이었다. 그들도 다 배고팠다. 콜비츠는 모성과 여성성을 잘 표현한 작가이고 그 이미지는 빈곤, 즉 배고픔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콜비츠가 그려내는 아이들은 대부분 항상 굶주려있다. 그 외에도 콜비츠의 '죽음'을 비롯해 여러 연작들이 일부나마 전시되어 있어 꽤 볼만했다. 서울에 온 콜비츠도 귀찮아서 넘어갔는데 정작 독일에서 결국 돈내고 보게 되었다. 사실 여기 있는지도 몰랐다. 보니까 콜비츠 미술관은 베를린에도 있었다.


죽음을 친구로 착각한 남자


nie wieder krieg / never again, war


다음에는 식물원에 내려봤다.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지 여기저기 엉망이었으나 그래도 동네 정원치곤 아주 좋은 곳. 쾰른은 확실히 주요 관광지는 아니어서 그런가 부실하게 관리중인 곳들이 꽤 눈에 띈다. 그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구석에 혼자 짱박혀서 책읽던 중년의 아주머니. 평일 이시간에... 여유와 교양의 결합이라고 할까. 우아했다.


그리고 씨티투어버스를 마저 타봤는데 역시 갈 곳이 없다. 야간 기차시간까진 5시간 이상 남은 상태. 이래서야 우짜노 하다가 판가게를 찾아봤더니 있긴 있다. 그래서 한번 가봤는데 가다보니 다른 판가게도 나오네. 여기 판가게들은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고 구색도 나쁘진 않다. 음악 듣기엔 꽤 괜찮은 곳이다. 일단 판가게가 열개정도 성업중이다. 주요 장르는 메탈과 일렉트로닉스. 


한 가게는 사진도 못찍게 했다. 그런 사진이 돌아서 자기네거 베낀다며. 그집은 93년에 만들어진 판가게이자 클럽같은 곳이었다. 이름이 Kompackt이고 레이블 역할도 하는거 같다. https://www.facebook.com/KompaktRecords


판가게 구경하다가 빵가게에서 시간때웠다. 혼자 어디가서 맥주마신다는 것도 꽤나 처량해서 그냥 뭉개고 있었는데 밖에서 떠나가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떠들고 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안에있는 독일인들이 웅성거리는게 충분히 이해될 정도.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도 그정도 숫자 모이면 충분히 시끄럽다. 그건 이후 융프라우에서 느끼게 된다. 내 다음번 패키지 여행은 환갑 지나서나 고민해보기로 하자... 그러다 야간열차를 탔다.


음반점에 걸려있던 뭔가 공연 포스터. 일본 만화의 영향력은 세계적이다.


쾰른은 이후 한번 더 오게 되는데 순전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스팍스 비어드라는 미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너무 멋진 연주를 해주어서 30유로라는 싼 금액에 이런 공연을 봐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였다. 여기서 들어볼 수 있다. https://spocksbeard.bandcamp.com/


밤에는 다크 고쓰 에너지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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