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오늘 드디어 교보 오프라인에도 입고가 되었길래 집 근처 교보로 얼른 달려가 인증샷을 한장 찍고 왔다.
비록 매대에는 못 오르고 책장 저 구석에 한권이 띡하고 꽂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반가웠다는. 조만간 많은 사랑을 받아 매대에도 오르도록 하여라 하고 주문을 걸고 돌아왔다. 하하.
얼마 전에 출판사로부터 받은 증정본 10부. 실물로 보니 훨씬 더 예뻐서 깜짝 놀랐다. 디자이너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의 실제 주인공들과도 한 컷!
책이 드디어 오프라인에까지 다 깔리고 나니 이제는 정말 출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사실 이 원고는 책으로 나오기까지 너무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지라 (그 우여곡절로 책을 한권 더 쓸 수 있을 정도. 에효.) 개인적으로는 책이 나왔다는 설레임보다는 이제는 다 끝났다는 후련함이 훨씬 더 크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이 원고는 작년(!) 봄에 수많은 출판사에 투고하던 중 5월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원래는 작년 10월에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7월에 그놈의 아베 때문에 한일관계가 엉망이 되는 바람에 11월에 계약이 해지되는 사태를 겪었다는. 흑흑. (살면서 내가 일본과 관련된 책을 쓰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해봤고 더군다나 그 책이 아베 때문에 발목 잡히리라고는 진심 1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살다보면 정말 별 일을 다 겪는다는. 아베 넘 싫어. 흑흑. 그런데 오늘 뉴스 보니 아베 이제 사임한다고. 세상사 참 모를 일이다.)
암튼 그 후에 계약해지로 1차 멘붕이 온데다가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한일관계에 2차 멘붕, 거기에 코로나까지 이어지면서 출간이고 뭐고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올 6월에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다시 원고를 최종 정리하고 여기저기 출판사를 찾던 중 운이 좋게도 새로운 한 출판사를 만나 드디어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하기까지도 책 한권 쓸만한 사연이 있었다. 정말이지 사연 덩어리 책이라는.)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이라는 제목에서 이미 다 말해주고 있듯이 이 책은 우리 가족이 도쿄에 살 때 아이들을 한 일본 유치원에 보내면서 겪었었던 일들을 담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실 이 책은 일본 유치원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나와 우리 가족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담긴 책이라는. 그러니 꼭 일본이나 일본 유치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전부터 내 브런치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지금의 브런치북은 몇몇 꼭지만 추려 완전히 새롭게 만든 버전) 이전에 브런치로 이미 책의 내용을 다 읽었다 생각하 수도 있겠지만 책을 계약하면서 원래 브런치에는 없던 글을 여섯 꼭지를 더 썼고 기존의 글들도 내용을 추가하고 새롭게 고쳐 쓴 부분이 많다. 그러니 책으로 다시 읽는다고 해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무슨 화려한 경력이나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판계에 뭔가 대단한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팔로워를 몇만명씩 거느린 유명 인플루언서인 것도 아니고, 그저 개뿔 아무것도 없는 그냥 일개 아줌마일 뿐인데 그런 내가 단순히 원고 투고만으로 출판사를 한 곳도 아닌 두 곳이나 뚫었다는건 원고가 좋았다고 밖에는 달리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아하하. 꼭 내가 쓴 글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원고 하나만큼은 좋은 원고라고 자부한다. 많은 분들이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나름 오랜 시간 동안 출판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벌어봐야 어차피 푼돈일 걸 아니까. 딱히 유명세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의도치 않게 몇몇 소소한 유명세를 누려봤는데 나같이 예민한 성격의 사람에겐 영 피곤한 일이었다. 내 이름으로 나온 책을 꼭 한권 가져보고 싶다, 나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져보고 싶다.이런 생각으로 쓴 책도 아니었다. 그런 책은 이미 한권 있다. 이 책을 발판 삼아 계속 책을 쓰는 전업작가가 되어보겠다. 뭐 이런 야무진 꿈도 없다. 계속 책을 쓸 만큼의 컨텐츠도 없고 또 딱 각잡고 글을 써야 하는 그런 힘든 과정을 딱히 즐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살면서 뭔가 이건 좀 책으로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특별한 경험을 또다시 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로 내가 와세다 유치원에서 보냈던 그 1년의 시간이 너무 좋았어서 그때의 기억을 남겨두고 싶어서 그때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들려주고 싶어서 정말 순전히 그런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또 내게는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낸 나의 30대에 내 스스로가 보내는 따스한 위로이자 격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40대에 건네는 나만의 뜻깊은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그러더라. 이런 치열한 프로들의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너의 글에 그만한 가치를 느껴서 자신의 피같은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뜻깊은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펼쳐질 나의 40대에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되기를 작게나마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아이의 그 반짝이던 어린 시절을 이미 지나쳐 온 사람들, 혹은 그 시절을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아니면 앞으로 그 시절을 함께 하게 될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한권의 따스한 선물과 같은 그런 책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 기회가 되신다면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한번 읽어봐주시고 재밌으셨다면 여기저기 소문도 많이 내주시길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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