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시작이 남긴 것들
"당선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담당자와 나눈 첫 통화. 그때 나는 누군가에게 처음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본격적인 작가 인생의 역사적인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드디어 꿈을 위해 쏟아온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함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오르던 감각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통화를 끊고서 가장 먼저 내게 휘몰아친 감정은 '믿기지 않음'이었다. 정말 이게 되다니. 나에게도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이런 믿기지 않도록 감격적인 순간이 찾아오다니.
그간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미디어를 통해 모르는 타인의 성공 신화만 지겹도록 접해온 나로선, 생애 첫 공모전 당선이란 쾌거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건이었다. 늘 자기 분야에서 일찍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부러워하기만 하던 내게도 드디어 확실한 성과로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그랬다.
하지만 이른 방심은 대체로 삶에 독으로 작용하는 법이었다. 불행하게도 그때의 나는 차마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장 큰 목표를 성취했다는 사실에만 취해서 앞으로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올지는 딱히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난생처음 도전한 공모전에서 무려 수백만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까지 거머쥐고 작품 계약까지 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이후로도 지금과 비슷한 꽃길이 쭉 펼쳐질 줄 알았던 거다.
참, 근거 없이 희망차게도.
그렇게 출판사와 첫 웹소설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원고 작업에 돌입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며 쓴 좌절을 맛봐야 했다. 우선, 출판사 담당자는 내게 피드백을 줄 테니 기존 원고 10화 분량을 다시 다듬어 보내달라고 했다. 일명 '리뷰'라는 과정이었다.
당시 웹소설이란 걸 처음 써본 나는 운이 좋아 당선된 것일 뿐, 실상 집필한 작품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한마디로 당시 인기 있는 메이저 키워드가 적당히 자극적으로 버무려져 있어 뽑혔던 것이지, 객관적인 시놉시스나 묘사의 수준은 냉정히 말해 평균보다 빈약한 축에 속했다. 그러니까 원고에서 프로가 아닌 미숙한 아마추어의 티가 팍팍 났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이 된 건,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천운이었다고 밖엔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 부족함은 누구보다 작가인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여, 무려 2주 동안 밤낮없이 매달려가며 수정한 원고를 몇 번이나 검토한 끝에 출판사 측에 보냈고, 출판사는 일주일이 지난 뒤에 나에게 답신을 보내주었다.
쿵쿵. 쿵쿵. 쿵쿵.
도착한 메일을 확인하려는데 문득 심장이 부정맥 증상이라도 도진 것처럼 요란하게 두근거렸다. 지금이야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땐 공식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그 정도로 긴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몇 번이나 숨을 가다듬은 후에야 진정하고 간신히 파일을 열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나는 심장이 지하 끝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을,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고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에이포 한 장 분량으로 빽빽이 적힌 평가 중에서도 유독 하나의 문장이 가뜩이나 오그라든 나의 가슴을 뾰족하게 후벼 팠다.
'이렇게 쓰시면 안 됩니다, 작가님.'
그렇게 시작되었다.
꽃길인 줄 알았지만 실은 수백 킬로짜리 자갈밭 비포장도로였던, 나의 첫 작가로서의 험난한 흙길 여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