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시작이 남긴 것들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작품 하나가 세상에 다듬어진 모습으로 탄생하기까지 과연 얼마의 시간이 들까.
작가마다 편차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거의 일 년이었다. 물론, 내 경우는 신인인 데다 미흡했던 실력 탓에 데뷔와 동시에 하드 트레이닝을 함께 거쳐야 했던 터라, 아무래도 다른 작가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통 손이 빠른 작가는 3개월 만에 한 작품을 출간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6개월, 그 외의 나처럼 손이 느린 작가의 경우는 1년, 편수가 몇 백 편을 훌쩍 넘기는 장편 웹소설의 경우는 1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장기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웹소설을 직접 집필해 보기 전까진 이렇게 오랜 시간이 드는 작업일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보통 작가가 한 작품을 완결까지 쓰는 걸 '완고'라고 하는데, 이렇게 원고를 완성해서 넘기기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출판사의 피드백을 받는 '리뷰'라는 과정을 거치고, 이후 2교에서 3교까지 작품을 디테일하게 교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교정 과정에서는 작가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설정 오류나 비문 수정, 오탈자 검수 등을 한다. 나름 정교하게 세분화된 전문 작업을 거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긴 시간 동안 붙들고 작품을 쓰게 되다 보니, 글을 창작하는 작가는 누구보다 본인이 쓴 글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웹소설 작가는 성과에 따라 수입이 유동적인 프리랜서 직종이다. 하여, 작품을 처음 계약할 때 받는 선인세나 계약금을 제외하면 작품을 집필하는 기간이 6개월이 되었든, 1년이 되었든, 론칭 이후의 수입을 정산받기 전까지는 수입이 '0'을 찍을 수밖엔 없다.
나의 경우는 학생일 때라 투잡을 뛰지 않고 거의 매일을 원고를 고치고 쓰는 데만 매달렸으니, 1년의 시간을 거의 무임금(?) 노동을 한 셈이다.
그나마 나는 공모전 상금이라도 받은 덕에 생활하는 덴 큰 지장이 없었지만, 투고를 통해 계약하는 대다수의 신인 작가들은 소액의 선인세나 계약금을 받고도 쪼들려가며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이게 냉혹한 프리랜서의 삶이고 현실이다.
아무튼,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작가는 작품의 론칭 성적에 자연히 목을 멜 수밖에 없어진다. 작품의 성적이 좋아야만 지금까지 공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알고 있듯, 삶의 대부분 분야에서 개인이 들인 노력과 그로 인해 산출되는 성과의 수준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나도 이 사실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첫 작품을 어렵사리 플랫폼에 론칭한 경험 이후 반강제로 알게 되었다.
보통 신인 작가의 경우, 같은 날 여러 작가의 작품과 묶여 동시에 한 플랫폼에서 론칭되는 경우가 흔하다. 독자 유입이 많은 단독 배너로 작품이 론칭되는 건 대게 직전 작품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았거나, 론칭한 작품들의 성적이 꾸준히 좋았고 두터운 팬층을 가진 기성 작가의 신작이다.
물론, 작품이 절대적으로 좋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단독 론칭 기회를 잡기도 하겠지만, 나에겐 전혀 해당하지 않는 얘기였다. 그러므로 신인 작가는 한 날 동시에 론칭되는 여러 작품들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만 높은 매출을 기대해 볼 여지라도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온갖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첫 작품의 론칭 당일. 나의 작품은 과연 그 피 터지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게 되었을까?
결과는 대참패였다.
장장 1년을 거쳐 집필에만 전적으로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무색하게도, 나의 첫 작품은 빛보다도 빠르게 독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날마다 성적이 무서운 속도로 뚝뚝 떨어지는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자괴감이 들 만큼 처참한 성적표였다.
'뭐야? 내 작품 어디로 갔어?'
그렇다. 나에게만 애틋하고, 나에게만 재미있던, 나의 소중한 첫 작품은 그렇게 론칭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장마철 하천 유속이 불어나듯 무시무시한 속도로 눈 깜짝할 새 금방 백 위 권의 순위 밖으로 떠내려 가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매출이야 뭐, 당연히 선인세를 몇 달에 거쳐 갚아야 했을 만큼 1년 간 투자한 노력 대비 소소한 수준이었다. 결국 완벽히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나는, 그때서야 이 업계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바닥임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나는 초라한 성과에 대해선 애써 흐린 눈을 유지하고서 쭉 포기하지 않고 웹소설을 썼다. 비록 처음은 기대보다 한참 이하의 쓰라리고 아픈 실패를 맛보았지만 마치 그런 적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무던하고도 꿋꿋하게.
아무리 치열한 경쟁 통에도 질긴 잡초처럼 살아남아 경쟁작들 틈에서 결코 떠밀려 내려가지 않는, 그런 능력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마음 한편에 품고서.
그런데,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5년 차 웹소설 작가가 된 지금까지도 내게 여전히 답을 내지 못한 미지수의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괜찮다.
포기하지 않고 걷는 한, 아무리 높은 해발 고도를 가진 산이라도 결국은 정상에 다다라 완주 깃발을 꽂게 되는 법이니까.
비록, 힘들게 지나온 터널의 끝에 날 기다리는 것이 또 다른 암흑일지, 마침내 마주한 빛일지, 지금 당장 알지는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