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갉아먹으며 자라나는 꿈
글을 매일 꾸준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 일상인 작가라면 집필 과정에서 언젠가는 꼭 걸리고야 마는 불가항력적인 직업병이 있다.
바로 '손목 터널 증후군.' 아마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이 익숙한 병명을 어디에선가 한 번쯤 스치듯 들어봤을 것이다.
꼭 작가가 아니어도 손목을 자주 써야만 하는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또 다른 진단명으로는 수근관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노화나 잦은 사용 등이 주원인이 되어 발병하고, 이로 이해 손목 부분의 저림 증상 및 타는 듯한 통증, 이상 감각 등을 동반하게 되는, 제법 골치 아픈 신경 질환이다.
작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질환을 고작 스무 살 초반의 내가 통증에 밤잠마저 설쳐가며 매일 고통스럽게 앓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작가 데뷔는 겉으로는 잡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는 기회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나의 심신을 어느 때보다 가혹하게 혹사시켜야 했던 힘든 경험이기도 했다.
원고 집필을 시작한 초반 시기의 손목 건강은 괜찮았다. 완고 인도일까지의 시간이 넉넉했기에 계획 상 하루에 1편, 5천 자 씩 꾸준히 집필한다면 출판사에 무사히 전달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체험했듯이 인생은 마냥 우리가 뜻한 대로만 흘러가주진 않는다.
나의 경우는 출판사가 나와 별도의 상의 없이 플랫폼 측에 원고 심사를 넣어버리고,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 론칭 날짜가 확정 돼버리면서 모든 일정이 도미노 무너지듯 처참하게 꼬이고 말았다. 당시에 나는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신인 작가였으므로 이런 일이 크게 부당하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보단 일이 벌어지면 벌어진 대로 뭐 어쩌겠어,라는 마인드로 묵묵히 집필을 이어가려고 더 악착같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여겼다.
내 글이고 작품이니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 한 편씩, 5천 자만 쓰면 되었던 작업량에서, 하루에 3,4편씩 무려 1만 5천 자~2만 자씩 원고를 집필해 내야 하는 무리한 스케줄에 시달렸다.
하루 반절을 내리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만 열나도록 두드려대다 보니 멀쩡하던 손목 건강에도 자연스레 적신호가 커졌다. 처음엔 참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원고 집필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점차 손목이 시큰거리고 저릿한 증상이 심해졌다.
작업할 때는 물론이고 밤에도 파스를 붙이고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잠에 들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통증을 겪은 시기였다. 이후 작품을 론칭하고 세 달 동안이나 한 자도 쓰지 않고 손목을 쉬게 하자, 그때서야 통증이 차츰 옅어지게 되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작품을 집필할 때 절대로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무리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철칙을 세웠다. 실제로 이후 다른 작품을 집필할 때는 완고 인도일을 일부러 넉넉하게 잡거나, 출판사 측과 론칭 일정을 적극적으로 소통해 조율하는 등으로 나에게 맞는 집필 스케줄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일을 하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순위는 바로 나 자신의 건강이다. 특히나 온종일 키보드를 눌러대기 일쑤인 전업 작가에게 손목은 거의 목숨과도 비슷한 가치의, 결코 다쳐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그러니 설령 업무가 과도하게 밀려드는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당연한 듯이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말고 그나마 지킬 수 있을 때 건강이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건 지속 가능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아무리 나의 일이 중요하다고 한들, 건강을 잃는다면 그토록 중요하고 사랑하는 일도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