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갉아먹으며 자라나는 꿈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작가 일을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카페에 가면 선호하는 원두도 따로 고를 만큼 커피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지만, 그때는 커피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일절 없는 문외한이었다. 그 정도로 작가가 되기 전까지 내게 '커피'란 음료는 전혀 가깝지 않던 딴 세상의 음료였다.
하지만 처음 작가가 되고 주어진 일을 벅차게 해치우며 살아내기 바빴던 그 시절. 내게 있어 커피는 하루라도 걸러 마실 수 없는, 무사히 주어진 일을 끝내려면 의무적으로 매일 들이켜야만 하는 애증의 생명수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커피는 다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일시적인 각성효과가 뛰어나다. 내가 작가 생활을 하며 커피를 손에서 놓을 수 없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나는 주로 아침 한 번, 저녁 한 번, 이렇게 하루 두 번 인스턴트커피를 두 봉씩 커다란 텀블러에다 얼음을 넣고 탄 뒤 작업하는 틈틈이 책상 옆에다 두고 마셨다. 이때 하루에 커피만 1L 이상은 족히 마셨던 것 같다.
심지어 이른 아침부터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빈속에 차가운 커피를 원샷으로 때려 붓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때는 스무 살 초반이라 위장이 지금과 달리 튼튼해서 그랬는지, 위장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지속하는데도 당장 큰 탈이 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나마 괜찮았을 때 카페인 섭취를 멈췄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때의 나는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빈속에 커피를 때려 붓고도 속 쓰림이 없었고, 심지어 자기 직전에 커피를 마셔도 종일 집필하느라 머리를 고되게 굴린 탓인지 침대에 눕는 즉시 곯아떨어질 만큼 수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까.
당장 나쁜 부작용은 없는 것 같은데 원고를 집필할 때 집중이 더 잘 되게 만드는 각성 효과는 좋으니, 나는 더욱 카페인에 의존하며 집필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었다. 아무리 튼튼한 위장이라도 결국 지속된 카페인 섭취를 버티지 못했고, 중독으로 인한 금단 증세와 극심한 피로 증상까지 겹치며 나는 결국 집필 후반부에 컨디션이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카페인을 끊고 싶어도 마시지 않으면 아예 집중이 되질 않았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나는 작품을 완결하기 전까진 어쩔 수 없다고 나 자신과 타협한 뒤, 쓰린 속에도 커피를 억지로 마셔가며 꾸역꾸역 집필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완고를 넘기며 급한 불을 끈 뒤로는 나는 그 지긋지긋하던 커피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끊었다. 이제 커피라면 지긋지긋하다 못해 꼴도 보기 싫은 심정이었다.
실제로 첫 작품을 완결 짓고 나서 나는 커피를 1년 동안이나 마시지 않았다. 가끔 커피의 씁쓸한 맛이 그립기도 했지만, 고생했던 기억을 망각한 채 한 입만 마셔도 곧장 위장이 쓰린 경험을 한 뒤론 의식적으로 커피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한 2년 정도가 지나자, 커피를 마셔도 위장이 쓰리지 않게 되었고, 나는 그때부턴 정말 마시고 싶을 때만 가끔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연하게 탄 커피를 주문해 마시는 걸로 커피에 대한 갈증을 적당히 해소하고 있다.
무언가를 처절하게 해내기 위한 각성제로서가 아닌, 오롯이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 여유롭게 음미하며 들이마시는 한 잔의 맛있는 음료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