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허리 통증이라니: 요통

나를 갉아먹으며 자라나는 꿈

by 현이소

솔직히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나는 일상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 철썩 붙어 지내는 것이 남들보다 익숙한 작가지만, 실은 손가락만 바쁘게 눌러대며 의자에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글을 좋아하고, 창작을 사랑한다고 해도. 손바닥을 최대한 크게 펼쳐도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까.


5년 차 작가가 된 지금까지도 나는 눈을 뜨고 곧장 책상 앞에 앉는 것을 꽤나 힘들어한다. 앉는 것까지는 괜찮으나 이후로 집중이 잘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서 그렇다.


사실 이런 증상은 내게 새롭다기보단 과거부터 늘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문제였다. 학창 시절에도 시험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종일 책을 펴고 앉아 있으면 실제로 집중하는 시간보다 딴생각을 하거나 심심풀이 소설을 끄적거리는 시간이 더 많기도 했다.


부모님한텐 죄송한 일이지만, 솔직히 난 이때부터 내가 공부 쪽에 그리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 객관화가 남들보다 비교적 일찍, 정확하게 이루어졌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이때부터 나는 작가가 될 싹수가 심상치 않게 보였던 것 같다. 차라리 이때 빨리 깨달은 것이 이제 보면 다행이다.


하지만 단지 지루하게 앉아있는 걸 싫어한다고, 도망치듯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나이는 서글프지만 진즉에 지나버렸다. 나는 이제 스스로 내린 선택에 따른 결과를 묵묵하게 책임져야 하는, 어엿한 한 사람의 성인이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도 자의로 선택한 이상, 그 길을 가며 겪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혼자서 버티고 이겨낼 줄 알아야 하는 의무를 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 그냥 책상 앞에 무작정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 과정이 지루하고 싫기로서니,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주어진 책임과 현실에서 도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앉고 나면 뭐라도 하게 되어 있다. 다만, 그 과정을 끝까지 버티는 것이 조금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글이 잘 써지든, 고작 몇 줄 만에 막히든, 개의치 않고 앉아서 정해진 하루치 작업량을 어떻게 해서든 필사적으로 완성해 냈다. 고3 수험생 시절에도 그 정도로 오래 앉아있지 못했던 짧은 인내심을, 스스로 선택해 작가가 되고서야 처음 발휘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엉덩이가 무거운 인간이었다니. 이럴 수가 있던 건가. 스스로도 대단히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하루에 거의 12시간을 넘게 책상 앞에만 앉아서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결국 허리 건강에도 무리가 왔다.


그 당시 공모전에서 수상해 얻은 상금으로 나름 비싼 기능성 의자를 구입해 사용 중이었는데도, 한 번 터진 허리 통증은 걷잡을 수 없이 나날로 심해지기만 했다.


집필 막바지에는 의자에 딱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지끈거리는 요통 탓에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져 집필을 방해받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결국, 의자 등받이에 따로 구매한 허리 받침대 쿠션을 부착하고, 허리에도 자세를 바르게 유지시키는 복대를 착용한 뒤에야 가까스로 남은 집필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안타깝고 미련하게 버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 뒤로 나는 작업할 때마다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고, 딱히 통증이 없어도 미리 허리를 단단히 받쳐줄 복대를 착용한 뒤 집필을 시작한다.


직접 겪은 바로는, 허리 통증은 한 번 도지면 일정 기간이 흘러 자연적으로 지유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잔잔한 통증이 거슬리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싶어, 가능한 사전에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잃고 나서 후회하면 늦는다. 특히나 건강은 더더욱 잃기 전에 챙겨야 한다. 지금의 나는 미련했던 과거와 달리, 누구보다 내 몸을 우선으로 챙겨가며 일하고 있다.


가능한 행복하게, 어떤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을 건강한 마음과 정신으로. 사랑하는 일을 오래오래 지속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나의 소망을 무사히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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