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할 뿐

비 온 뒤 굳는 땅, 시련 뒤 단단해지는 마음

by 현이소

가끔은 후회했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가야 될 사람인지, 과연 그 선택을 감당할 만한 재능과 의지를 갖춘 사람인지 애석하게도 확신이 들지 않아서.


숱하도록 많은 밤 동안을 과연 나의 선택이 맞았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꿈을 포기하기 싫은 마음을 애써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척 외면해 가며.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자학하듯이 나는 나의 선택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었다.


더 후회하기 전에 이 길을 포기하고 이제라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지, 무엇이 진정 나에게 맞는 길인가를. 그렇게 부정적인 자기 의심이 굳어질 만큼, 슬프지만 이 길을 걸어오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의심이 내 안에서 자랄수록, 나는 더더욱 작가로서 내 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으며 성공하는 미래를 갈망하게 되었다.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고 벅찬 미래이지만, 그래서 더 이뤄지지 않을까 봐 초조하고 두려운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그건 순수한 바람에서 비롯된 건강한 기대가 아닌, 남에게 나의 가치를 한시 빨리 인정받고 싶단 욕망이 빚어낸 집착심에 가까운 마음이었다는 걸.


처음 이 길을 가기로 택하며 내가 품었던 마음은 오로지 글 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동경심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이 열정적이고 순수한 동기가 반드시 직업적인 성취와 인정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이후, 나에게는 참 많은 시련이 있었다. 그 다사다난한 일들을 이 페이지에 전부 다 세세하게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머릿 속엔 여전히 그때의 일들이 문신만큼이나 선명하고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도대체 사람의 앞길이 이렇게까지 꽉 막히고 답답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내게 있어 그 시절은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무너진 스스로를 몇 번이나 다그치고 일으키며 묵묵히 나아가야 했던, 인고의 시간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또, 내가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지나온 5년의 시간은 나를 밑바닥까지 떨어트려 절망을 맛보게 만든 암흑기였던 동시에, 지금 나라는 인간의 내면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준 뜻 깊은 시련이기도 했다.


과거 수차례 기대가 꺾이고 좌절되는 경험을 겪고도 나는 여전히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정하던 그 시절의 나처럼 내가 쓴 글이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전전긍긍 집착하고 괴로워하며 글을 쓰고 있지는 않다.


이것이 바로 과거의 미숙하던 나와 지금 나와의 가장 큰 차이다. 나는 더 이상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리며 글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고 매달릴수록 오히려 그 감정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뿐, 결코 원하는 성취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몸소 겪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을 얻은 뒤부터 나는 비로소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집착은 결국 더 큰 집착과 두려움을 불러올 뿐이고, 그 집착에 휩싸여 괴로워질 바에야 차라리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 믿고 묵묵하게 노력하는 편이 내게 훨씬 더 건강하고 이로운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겪은 5년의 시련이 결코 무의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보다 분명 더 큰 시야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로 과거의 나보다 한 뼘 더 나은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니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당장은 어찌할 수 없는 시련의 폭풍 속에 갇힌 것 같다고 해도 너무 두려워할 것은 없다.


끝내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결국 나를 더 강한 나로 만들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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