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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Aug 10. 2023

편견을 혐오하는 나의 ‘무의식적 편견’

 전 나름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으로, 평소에 “○○○, 혹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럴 거야”,  “○○○한 사람은 이런 경향이 있어서 나랑 생각이 맞지 않아” 등의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자부심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주 사소한 일로 저도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는 ‘무의식의 편견(Unconscious Bias,アンコンシャス・バイアス)’, ‘암묵적 편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휴가철로 한산해진 지하철, 여러 명이 우르르 탔지만 휴대폰에 시선을 빼앗긴 저는 누가 탔는지 관심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중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덩치가 좀 큰 남성이 제 옆에 앉았습니다. 그 남성은 계속 다리를 흔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불안증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관한 언론보도에 저 또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터라 옆자리의 남자에게 순간 제 마음에 긴장감이 감도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장애인 단체에서 어딘가 가는 중이며 옆자리의 그 남성도 그 단체의 한 사람일 거라는 걸 그의 이름표로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나를 밀치거나 하는 돌출행동을 하면 어떻게 대응하지?” 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나의 불안과 걱정은 그의 앞에 동행인이 있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는 사라졌습니다. 


일본 유학 당시 수차례 장애인 외출 동행을 한 적이 있었음에도, 이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걸 왜일까?.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덩치가 큰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면, 아이였다면 불안하지 않았을까? 아마 불안감은 덜했겠지만, 여전히 불편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남성은 폭력적이다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겁니다. 



자폐 스펙트럼, 일명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변호사를 다룬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실생활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사람들을 마주한다면 내가 과연 관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아주 오래전 파리에서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하철 안은 온통 흑인이었습니다. 그러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저를 엄습해 왔습니다. 그때 저는 만약 흑인이 아닌 백인으로 가득했어도 이런 마음이 들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 안에 내가 알지 못하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제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노골적 편견이나 차별은 강한 바람처럼 눈에 보이기 때문에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나 이성적으로 그런 편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편견은 드러나지 않아 자신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불과 15초 이내에 그 사람에 대한 직관적 판단을 한다고 합니다. 이 짧은 시간을 MOT 진실의 순간, 결정적 순간이라고 하는데 TV 광고가 15초 길이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습성은 오랜 세월 생존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맹수가 사는 정글을 벗어난 지금도 우리는 맹수가 아닌 사람을 향해 경계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휠체어 탄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이야 우리에게도 나름 익숙한 풍경이지만 당시만 하여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 혹은 발달장애를 앓는 분들을 직접 길에서 혹은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접하는 일이 매우 적었습니다. 아무리 균형 잡인 사고를 하려 노력해도 우리의 사고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선입견(先入見), 고정관념(固定觀念), 편견(偏見)은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히가시 오사카 장애인 체육대회



제가 일본에서 한동안 거주하던 오사카시 이쿠노구(大阪市生野区)에는 조총련 단체, 게이, 발달장애 유치원, 조선족, 장애인이 운영하는 빵집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 나와 다른 성적, 정치적 취향을 갖은 분들, 장애를 갖은 사람들을 접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편견의 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져 가는 걸 느꼈습니다. 편견의 벽을 깨는 건 학습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내가 사는 공간에 그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중증장애가 아닌 장애아동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일반학교 교사가 특수아이의 돌발적 행동을 지도하고 그 아이로 인해 수업진행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모두 특수학교로 보내자는 주장은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너무 성급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장애아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비장애인들이 사는 세상이며, 비장애 아이들도 학교가 아니라면 장애아이(인)와 생활할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겁니다.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무리 올바른 사고를 하려 해도 무의적 편견을 갖기 쉬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편견은 스스로 쳐놓은 차별의 그물을 자신의 울타리 속으로 집어넣는 일입니다. 불편한 것들을 사회에서 모두 격리하는 방법이 과연 최선일까, 나도 나이를 먹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나 또한 사회에서 격리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의학과 법의 발전으로 사회의 통념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을 정신병원(시설)이나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범죄자가 아닌 이상 우린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 고립되지 않고 살아가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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