ヨナ抜き音階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K-POP이나 이제는 좀 시들해진 J-POP 모두 영미의 팝, 흑인음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영향을 받으면서 사실상 국적 불명의 음악으로 성장한 장르입니다.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국적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적절히 영어와 한국어를 섞고 최신 유행의 리듬과 비트를 뒤섞어 놓아 그야말로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에 ‘신선하다’ ‘재미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완전히 이질적인 것이 아닌 ‘전형성+신선함(이질성)’이 더해질 때가 아닌가 합니다. 너무 이질적인 것에는 관심조차 가지 않을 테니 말이죠. 익숙한 포맷인데 좀 신선한 뭐 그런 거로는 현대 대중매체에 일명 좀비(Zombie)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살아있는 시체가 떼로 몰려다니며 인육을 탐하는 기괴하고 두려움을 주는 좀비 영화는 1980년대 유행하던 한국의 민간 괴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강시, 처녀 귀신 등의 어설프기 짝이 없던 분장을 뛰어난 CG 기술을 더해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거기에 도저히 억울해서 이대로는 황천길에 갈 수 없다는 강시나 처녀 귀신의 개인적 서사를 대중들이 좋아하는 전란, 정치적 부패 등 지배층의 부패로,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몰리는 짓밟힌 민중들의 분노, 혹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좀비로 형상화하는 스토리텔링이 덧입혀지면서 좀비 이야기는 보편성을 확보하며 대중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최근 세계 음악 시장에서 K-POP의 위상은 엄청나다고 합니다. 2013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hot 100 2위에 오를 때에는 “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2016년 「화양연화」 파트2로 처음 빌보드에 진입한 방탄은 3년 후인 2019년 「화양연화」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 2관왕을 차지하면서 K-POP이 해외 차트에 지속해서 등장합니다.
군 복무로 개인 활동을 중단했지만, 방탄 멤버들의 음원은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빌보드로 직행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방탄만이 아니라 뉴진스, 블랙핑크, 세븐틴, 르세라핌, 엔하이픈 등 한국의 K-POP 가수들이 ‘미국 빌보드차트 핫100에 진입했다’ ‘1위를 했다’ ‘그래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그 노래는 물론이고 가수의 이름조차 낮설 때가 있습니다.
화제가 되어 찾아 들어봐도 ‘이게 그렇게 좋은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곡들도 있습니다. 그나마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성공적 데뷔를 했을 때는 “노바디 노바디 벗츄”를 따라 했던 것 같지만 이후 팬덤으로 무장한 아이돌 문화, 인디밴드 등이 등장하면서 최신 음악으로부터 소외가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K-POP이라 불리지만 한국어가 한 문장도 들어가지 않은, 익숙하지도 않은 리듬의 곡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인이 부르면 다 K-POP인가?’ ‘K-POP이라는 장르의 특징은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일본의 대중가요를 일컫는 J-POP이라는 용어는 1988년 처음 등장했는데, 이 시기 일본에서는 민영화 바람으로 지금 우리처럼 뭐든 J를 붙였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대중음악을 ‘일본의 팝’, 아니 ‘일본식 팝’ 음악을 J-POP이라 부른 겁니다. 이 시기 일본은 아이돌 황금시대를 거쳐 미국의 R&B와 소울, J-ROCK, 재즈 부류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시티 팝이 유행합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세계시장에 문을 두드렸습니다만, J-POP은 그다지 서구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J-POP은 K-POP과 마찬가지로 서구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묘하게 정서가 다른 곡들이 있습니다.
혹시 요나누키음계(ヨナ抜き音階)를 들어보셨나요? 서양음악이 일본에 유입되던 1870년경 〈도, 레, 미, 파, 솔, 라, 시〉로 구성된 서양음악은 당시 일본인에게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으로 5음 음계(五音 音階)를 사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서양음악에 친숙하게 느끼게 하려고 서양 음계에서 파와 시를 뺀 요나누키음계(ヨナ抜き音階)가 고안되었습니다. 「요나」란 당시 일본은 음계를 〈히, 후, 미, 요, 이, 므, 나(ヒ・フ・ミ・ヨ・イ・ム・ナ)〉라고 불렀는데, 이 중에서 요(파)와 나(시)를 뺀(누키는 빼다라는 의미의 동사) 음계를 요나누키 음계(ヨナ抜き音階)라고 합니다. 구슬픈 정서를 만들어내는 요나누키 음계는 일본의 ‘엔카’, 그리고 엔카와 폭스트롯을 접목한 2박자 중심의 트로트의 기본화성이 됩니다.
요나누키 음계로 만들어진 음악들은 ‘외우기 쉽다’ ‘노래 부르기 쉽다’ ‘친숙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요 ‘학교 종’이나 ‘퐁당퐁당’ 등이 이 음계로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일본식 음계와 장단을 따른 음악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본의 5음계는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에 들어간 것으로 ‘일본식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전통 음악 역시 5음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의 요나누키 음계를 친숙하게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 음계를 사용하면 어딘가 쓸쓸하고 서글픈 정서가 느껴지는데, 최근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요네츠겐시(米津玄師)의 ‘파프리카(パプリカ)’라는 곡도 요나누키 음계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방탄도 2018년에 발표한 ‘IDOL’은 한국전통악기와 소리를 도입하고 영상에 한국전통을 접목하였고, 사우스 아프리칸 비트에 국악의 굿거리장단과 추임새 ‘얼쑤 좋다, 덩기덕 퉁더러러 지화자 좋다’라는 EDM을 덧입혔습니다. 영미의 서양문화에 끌리면서도 자국의 대중문화이기를 원하는 분열이 최근의 K-POP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