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믿기 어려운데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간고쿠뽀이(한국스럽다, 韓国っぽい)’가 칭찬(褒め言葉)이라는데 정말인가요?”. 중학교 2학년 딸이 있다는 어느 여성네티즌의 질문입니다. 그에 대한 답변이 “사실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좋은 의미로 「한국스럽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봤는데, 특히 쇼핑몰에서 옷을 보고 있을 때 그런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였습니다.
또 다른 답변에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K-pop 아이돌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Twice 멤버 전원의 이름을 슬슬 적어 보이더라는 군요. 그러면서 같은 반 여자아이가 강제로 Twice 멤버 이름을 외우게 했다나 뭐라나.
또 어느 학부모는 자녀학교의 교내 점심방송에 K-pop이 자주 나오는데, 딸 친구는 완전히 K-pop에 빠져서 그녀가 방송을 담당하는 날에는 그냥 K-pop만 튼다고 합니다.
지금 일본의 10대 20대 세대들에게 한국 문화는 ‘좋아한다’ 정도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적인 스타일, 패션, 노래를 따라하는 것이 핵인기인 거죠.
일본매스컴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지만,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트렌드는 ‘간고쿠뽀이(한국스럽다, 韓国っぽい)’한 겁니다. 이건 이전에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유행한 드라마의 인기에 힙입어 한국정부가 일본에서 한류를 일으키려 했던 것과 다른 겁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거꾸로 기성세대가 개입하지 않아서 일본의 젊은이들이 더 즐기는 모양새입니다.
2년 전쯤 일본의 여성 잡지 『MERY』가 상반기의 트랜드를 이끄는 단어 10개를 선정하였는데 그 중 3개가 한국 관련된 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MERY』는 왜 지금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한국’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층들이 주로 소통하는 Instagram, Facebook, YouTube, TikTok 등에서 세련된 한국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끈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한국에서 유행하던 3단으로 조명의 조절이 가능한 전구 모양 병에 음료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본에 없는 트렌디한 것들을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K-POP, 드라마만이 아니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패션, 인테리어, 미식, 하물며 웨딩까지 관심 분야가 확장된다고 거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떤 걸 트렌디하게 느낀다는 건 그게 트렌디하게 느끼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는 겁니다. 그건 일본시장만 의식한 일본콘텐츠와 달리 제작단계부터 K-POP과 한국 드라마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세계 시장을 의식하며 만들어졌고, 그 결과 일본의 드라마보다 스케일이나 영상미, 스토리텔링 면에서 흔히 말해 먹히는 걸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은 좀 너무 유사한 것들을 찍어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지만 말이죠.
한국의 콘텐츠가 일본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일본의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이 한국 관련 상품을 애용하고 이런 걸 sns등을 통해 접한 일본의 젊은이들이 트렌디하게 느끼게 된 거죠.
어느 일본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 화장품이 갖고 싶어진다고 말합니다. 그건 ‘이태원 클래스’ ‘더 글로리’ 등 한국 드라마의 유행으로 한국 여자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청순을 내세운 그녀들의 메이크업이 동경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서 일 겁니다.
그 외에도 한국 아이돌의 하루 18시간의 레슨을 견뎌내는 성실함, 겸손한 이미지,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K-POP 가수의 안무와 가창력 등에 감동을 준다고 합니다. 이런 한국의 연예기획사 시스템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일본의 전통예능을 배우는 과정과 흡사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K-POP의 인기로 연예인이 되려는 일본의 젊은이 중에는 일본이 아닌 한국 연예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실제로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과 일본의 소니 음악이 손잡고 일본에서 활동할 걸그룹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정상급 걸그룹 니쥬(NiziU)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번에도 박진영의 주도하에 보이그룹 오디션을 진행한다고 하니 한국가요는 힙한 겁니다.
기성세대 중에는 이런 일본의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한국을 열등한 나라, 못사는 나라, 남북이 분단된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 거죠. 좋으면 좋은 거고 트렌디하면 따라 하는 건데 한국 거니까 안 된다? 그럴 이유가 없죠.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만.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대학으로 유학 오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물가 상승과 엔저 현상과 맞물려있기는 하지만 일본을 찾는 관광객 1위는 한국인입니다.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일본 관련 식당, 술집이고 일본 애니입니다. 한편 지금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좋아하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하니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의 젊은이 중에는 한국에 관심을 끌게 되면서 과거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일부 정치인들은 여전히 분열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지만. 좋은데? 합한데. 그럼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