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りだ
비행기로 약 두 시간 정도면 대부분 갈 수 있는 일본의 도시들. 거기에 최고의 슈퍼 엔저로 부담감도 없어 올여름 휴가도 “일본! 너로 정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여름에 여행하기에는 습도가 너무 높아 좀 힘듭니다. 이들 도시의 7월과 8월의 평균기온이 서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높은 기온, 잦은 비, 거기에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이어서 항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 조금만 걸어도 온몸은 땀으로 흥건해지니, 가족끼리 여행이라면 택시로 이동하는 걸 권해드리고 싶네요.
이번 휴가를 일본에서 보내고 싶은데 아직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라면 좀 시원하고 조용한 일본의 소도시를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지방과 수도권이 많은 차이를 보이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지방 도시는 도시마다 각기 얼굴을 보여줍니다. 꼭 그곳에 가지 않으면 보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사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한 지방의 소도시들로 떠나보길 강추합니다.
쿠라시키, 마쓰시마, 이즈, 이세 등 저마다의 매력을 보여주는 도시들도 있지만, ‘아, 덥다’. ‘이 더위를 피하고 싶다’, ‘난 니혼슈(にほんしゅ, 日本酒) 정말 좋아해…. 거기에 일본의 마츠리도 보고 싶고, 고즈넉한 풍광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단연 도호쿠 지방입니다.
그런데 단점은 직행은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한 80만원하죠. 그러니 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된 분이라면 ‘도쿄 왕복+JR패스’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JR동일본은 패스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니가타지역만 여행할 수 있어서 홋카이도까지 가지 않고 도호쿠지역만 여행하려 해도 '도호쿠 미나미 홋카이도레일패스'를 구매하셔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홋카이도황복도 80만원이 훨씬 넘으니 도호쿠 관광에 관심이 없다면 홋카이도도 이런 방식으로 여행하면 더욱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도쿄도 여행하고 중간에 도호쿠도 여행하고 내친김에 홋카이도까지 갈 수 있으니 일석 삼조네요.
하지만 이번에는 8월에 열리는 도호쿠 지방의 3대 마츠리(축제)를 소개하려 합니다.6일권이니 마츠리가 열리즌 지역 외에도 도호쿠지역의 모든 곳을 눈에, 마음에 넣고 올 수 있습니다.
도호쿠 지방은 전체 면적의 70%가 울창한 삼림으로 뒤덮여 있어 신칸센이 놓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거기에 1m가 넘는 적설량을 보여주는 도호쿠 지방은 아주 오랫동안 외부인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고대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영화 ‘모노노케 히메’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겨울의 도시, 도호쿠 지방이 축제의 도가니가 되는 때가 있으니 바로 8월입니다. 8월 3일에서 8일 사이에 동북지방 3대 마츠리, 아오모리현의 ‘네부타 마츠리’, 아키타현의 ‘칸토 마츠리(秋田竿燈まつり)’, 미야기현의 ‘타나바타 마츠리(七夕まつり)’가 열립니다.
도호쿠 지방의 여름 마츠리는 저녁 시간이 백미이니, 우선 도쿄에 도착하였다면 하루 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신칸센을 타고 혼슈의 최남단, 신아오모리역까지 가시길 바랍니다. 아오모리시에서는 매년 8월 2일부터 7일까지 네부타 마츠리(ねぶた祭り)'가 열리는데, 국내외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올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마츠리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 영웅들의 거대한 형상을 신차에 태우고 행진하는 네부타 마츠리가 열리는데, 등롱을 강물에 띄워 보내는 토로나가시() 행사도 같이 열리니 가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음날은 아오모리시와 센다이시 사이에 있는 아키타시로 향합니다. 아키타현은 예로부터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쌀이 나오는 곳으로, 니혼슈를 잘 모르겠다 하는 분들은 우선,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을 사면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아키타시에서는 매년 8월 3일부터 6일까지 오곡의 풍요를 기원하는 ‘아키타 칸토 마츠리(秋田竿燈まつり)’가 열립니다.
칸토(竿燈)란 46개의 등을 단 12m 높이의 긴 대나무를 말하는데, 이건 벼에 이삭이 달린 모습을 형상화한 겁니다. “돗코이쇼~, 돗코이쇼”라는 힘찬 구령과 여러 명의 가마꾼들이 등불을 매단 칸토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매년 8월 6일에서 8일까지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仙台七夕まつり)’가 열립니다. 이건 칠월칠석제로, 이 축제는 센다이의 초대 영주로 니혼슈의 이름으로 유명한 정종, 즉, 다테 마사무네(1567~1636)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예전부터 칠석날에 소원을 종이에 적어 걸어두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는데, 마사무네는 이런 칠석제를 소원을 적은 ‘단자쿠’라고 불리는 긴 종이를 나무에 걸어두고 불꽃으로 여름 밤하늘을 장식하는 마츠리로 만든 겁니다.
축제 기간에 JR 센다이역에는 ‘후키나가시’라고 불리는 10m나 넘는 화려한 칠석장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길게 늘어진 장식 사이사이를 걷는 것이 이 마츠리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칠석장식은 사업 번창과 건강, 장수 등을 기원하며 지역주민들이 일일이 전통색종이를 접어서 만든 겁니다.
이번 여름 덥고 지친 마음을 확 날려버릴 도호쿠 지방의 마츠리는 어떠실지…. 아마도 잊지 못할 여름날의 선물 같은 추억이 될 겁니다. 특히 센다이에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주 너른 해수욕장도 있습니다. 센다이의 해수욕장은 태평양으로 계속 헤엄쳐 가다 보면 미국이 나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