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경 Aug 24. 2022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여름이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이었지만 마치 기억에서 삭제된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구나”, “특별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갔구라”라는 자책이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쓸모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조차 엄습해오는 주말,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これえだ ひろかず)감독의 2016년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이 지나가고〉 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우미요리모 마다 후카쿠(海よりもまだ深く)〉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약 15년 전 나름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그 이후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이 지금은 남의 뒷조사나 하면서 대책 없이 살아가는 한심한(ダメな)인간입니다. 주인공에게는 다른 기회도 있었습니다. 도박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주인공에게 스토리를 작성해달라고는 부탁을 받지만, 주인공은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그 부탁을 거절합니다. 



 매달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 때문에 어머니집에서 돈되는 것들을 몰래 뒤지고, 누나에게 매번 손을 벌립니다. 그러다가도 돈만 생기면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처럼 도박으로 탕진하기 일쑤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갖고 싶어하는 운동화를 사줄 돈이 모자라자, 새 운동화에 몰래 흠집을 내서 가격을 깎아 사는 찌질한 일도 서슴없이 합니다. 한편, 그의 어머니의 꿈은 단독주택에 사는 겁니다. 예전에는 주택에 살았지만,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집을 날려 버려 지금은 작은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누나는 교사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떡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발버둥쳐도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현실이 나아가주지 않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夢を諦めきれない男)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어 있나요(あなたは、「なりたかった大人になれただろうか)라고. 그러면서 영화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행복은 말이야, 뭔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거야(幸せってのはね、何かを諦めないと手にできないものなの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생이 잘 안풀려 풀이 죽어있는 아들에게 “너는 바다보다 깊이 사람을 사랑한 적이 그나이 먹도록 없잖아. 없으니까 살 수 있는 거야 매일 즐겁게(あたしは海より深く人を好きになったことなんてこの年までないけどね。ないから生きていけるのよ。毎日楽しく). 우리도 바다보다 깊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으니 살아봅시다. 그런 사랑을 찾을 때까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작가의 이전글 삿뽀로 맥주와 붉은 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