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은 ‘이제 너는 어른이야’라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본의 「성인의 날」입니다. 일본은 헌법이 제정된 이후 성인이 되는 나이는 줄곧 20세였는데, 2022년부터 18세로 개정했습니다. 한국도 성인이 되는 나이가 20세였는데, 2013년부터 청소년의 조숙화, 세계적인 추세 등을 반영해 19세로 바꿨습니다. 알바는 15세, 운전면허는 16세, 주민등록증 발급은 17세,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는 18세인데, 성인을 19세로 정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에 맞춘 게 아닌가 합니다. 어른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요?
성인이 되면 부모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나 대출 등 다양한 계약을 자신의 의사로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부모의 친권이 사라집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성인의 날」 행사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지자체에서 꽤 크게 성인식 행사를 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성인식(成人式)이 거행됩니다. 한눈에 딱 봐도 ‘아, 오늘 성인식에 참여했구나’하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인식에 참석하는 남자들은 멋들어진 정장을, 여성들은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두 손 가득 선물꾸러미와 꽃다발을 들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푸짐한 상품을 건네는 이 행사에 상당한 성인들이 참여하는데, 특이한 점은 여성들은 다 기모노를 입고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성인식이 행해진 건 나라 시대(奈良時代, 710~784)부터라고 하니 그 역사가 실로 오래되었습니다. 12살에서 16살의 귀족이나 무사 집안에서 남자는 ‘원복(元服, 겐푸쿠)’이라는 정장을 입고 앞머리를 자르고 관모를 쓰고 성인식을 거행합니다. 이를 「원복의 의식(元服の儀, 겐푸쿠의 기)」이라고 하는데, 귀족 여성의 경우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모기(裳着)라는 옷을 입고 성인식을 행했습니다. 성인식은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인 셈입니다.
18세기경부터는 서민들도 성인식을 했다고 하는데, 성인이 되는 걸 공식행사로 거행했다는 건 성인이 되었다는 걸 공포함으로 그가 사회의 한 일원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게 하기 위함이겠죠. 실제로 1896년, 민법으로 20세를 성인으로 지정했는데, 당시는 성인이 되는 동시에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병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46년 11월에, 사이타마현 이바라시에서 ‘청년 축제’를 했는데, 이게 꽤 반응이 좋아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1949년 1월 15일이 ‘성인의 날(成人の日)’로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에도시대에 정월 첫 보름날에 「원복의 의식(元服の儀, 겐푸쿠의 기)」이 행해지던 전통을 이어받은 거라고 합니다. 물론 이건 음력이니 양력으로 하면 1월 15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성인식은 인생에서 한 번만의 행사이지만,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의무가 아닙니다. 성인식은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젊은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자각을 갖게 하고 어른들은 어른이 되는 젊은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동창회」, 「기모노나 정장을 입고 20살이 되는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라는 느낌으로 참가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인식의 본연의 취지도 퇴색하면서 참석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어른은 남에게 쉽게 의존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감정과 행동, 말에 책임을 지고 다른 이의 버팀목이 되는 존재라고 하는데, 그게 어른이라면 저 한참 멀었습니다. 저는 어른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진정으로 깨닫다 보면 주변에 감사하는 사람이 될 거고 그러면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도 어른과 성인의 의미를 달리 사용하듯이 일본에서도 어른(大人, 오토나)에는 성인의 의미와 어른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어른(大人)은 말 그대로 기댈 수 있는 큰 사람인 겁니다.
다시 한번 너무 일찍 커버린 상처받은 아이와 고단한 삶의 무게를 소리 없이 감내하는 어른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날씨도 추운데 어른의 길에 들어선 여러분. 진짜 어른이 부재한 이 시대, 여러분은 누구의 그림자를 따라 어른이 되고 싶으실까요? 살짝 궁금해집니다. 고단한 삶의 끝에서도 ‘그딴 일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서는 2025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