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일본 애니메의 주인은 모두 16세 남자이지?
최근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판도 뒤흔든 '체인소 맨(チェンソーマン)'의 덴지(デンジ)의 나이는 1981년생으로 16살이다. '주술회전(呪術廻戦)'의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 역시 작품 시작 시 15살로 곧바로 고등학교 1학년(16세)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술회전 0'의 주인공 오코츠 유타(乙骨 憂太)도 주술고전의 1학년, 그러니까 16살이다.
왜 모두 16살이지? 개중에는 17살로 설정된 경우도 있기는 하다. '모노노케 히메'의 남자 주인공인 아시타카는 17살, '너의 이름은(君の名)' 의 주인공 다치바나 나다키(立花 瀧)가 17세다. 말하자면 16살이나 많아야 17살인 거다. 물론, 만화나 애니메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이 중고등학생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본의 전통문학에는 나라나 집안을 구하고 장렬하게 죽어간 영웅에는 유독 16살이 많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16세 남자는 아마도 고서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 풍토기(風土記)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영웅, 야마토 타케루(日本武尊)일 거다. 아버지, 게이코천황(景行天皇)을 받들어 동국정벌과 서국정벌에 내몰린 타카루는 일본 열도 평정에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해신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며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그의 모습은 일본을 세운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영웅적인 타케루와 달리 여심을 자극하며 사랑받은 인물은 헤이케 모노가타리(平家物語)에 등장하는 절세의 미소년, 다이라노 아츠모리(平清盛)이다. 천황의 비호를 받으며 엄청난 권력을 누리던 헤이케 집안은 미나모토와의 싸움에서 밀리면서 몰살을 당하는데, 헤이케 집안의 마지막 전투에서 용감하게 죽음을 선택한 16살의 소년, 아츠모리의 이야기는 그림,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만들어질 만큼 오랫동안 일본인의 사랑을 받았다. 도망가지 말라는 적의 장군의 말에 말을 돌려 적군에 잡힌 아츠모리의 얼굴을 본 적군의 장군은 너무 어리고 고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그를 살려주려 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마지막까지 살리려 했던 적군의 장수, 구마가이는 그가 치욕스런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그를 죽이지만 전쟁이 끝나고 자책과 후회로 불가로 귀의한다.
오다노부나가도 즐겨 불렀다는 그에 관한 시는 다음과 같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영원한 집이 아니구나. 풀에 맺힌 이슬이나 물에 비친 달처럼 영원하진 않네. 금빛 골짜기에서 꽃을 노래해도 번영의 꽃은 나를 떠나 무상의 바람 속으로 사라져가고, 남쪽 망루에서 달을 비웃던 사람들도 달보다 먼저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구나. 인생 50년, 이 세상을 살다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마치 꿈만 같네. 한 번 태어난 것들 중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
思へばこの世は常の住み家にあらず 草葉に置く白露、水に宿る月より尚あやし 金谷に花を詠じ、榮花は先立つて無常の風に誘はるる 南楼の月を弄ぶ輩も 月に先立つて有為の雲にかくれり 人間五十年、下天のうちを比ぶれば、夢幻の如くなり 一度生を享け、滅せぬもののあるべきか.
다이라노 아츠모리(平清盛)의 죽음을 슬퍼한 이 노래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어야 했던 무사들에게 사랑받았는데,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소년에 대한 측은함과 그 순수한 용맹함이 더욱 사람들의 뇌리에 남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어른의 죽음보다 미소년의 죽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인기 애니메에서는 주인공을 죽일 수 없으니, 서브 주인공들이 주인공을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을 결심하는 스토리가 자주 등장한다. 어리지도 않지만, 어른도 아닌 흔들리는 자아의 16살. 그 흔들림이 주는 혼란이 독자들의 마음도 흔드는 것 같다.그래도 죽음같은 걸 결심하는 캐릭터에는 좀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멋들어지게 포장되는 건 아니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