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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Aug 24. 2022

주술회전  순애

무례하긴 순애야(失礼だが、純愛だよ)

“시츠레이다나, 쥰아이다요(失礼だが、純愛だよ, しつれいだが,じゅんあいだよ)라는 대사로 일본열도를 달군 일본애니메이션 〈주술회전(呪術廻戦, じゅじゅつかいせん) 0〉이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2021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귀멸의 칼날(鬼滅の刃,きめつのやいば)〉에 이어 2022년 초반부터 한국의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대사, “시츠레다나, 쥰아이다요(失礼だが、純愛だよ)”라는 말이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실례(失礼)야, 순수한 사랑이야”라는 말이 되겠죠. 다시 말하면 “함부로 말하지마, 진심이야”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말에서 실례(失禮)는 아시다시피 ’예의가 없다’,‘무례하다’라는 의미로 명사로도 동사로도 사용합니다. 동사일 때는 ‘실례하다’,‘실례되다’‘로 사용합니다. 일본말의 실례, 시츠레이(失礼,しつれい)도 우리나라와 사용법이 거의 같지만 명사, 동사 외에도 형용사로도 사용된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お先に失礼します,おさきにしつれいします)”처럼 우리나라 말과 거의 같죠. 하지만 형용사로는 ‘시츠레이나(失礼な)’로 “무례한 놈(失礼な(しつれいな)やつ”등으로 ‘무례하다’.‘예의없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시츠레이다나(失礼だが)는 な형용사의 원형, ‘시츠레이다(失礼だ)’로 사용된 경우로 역시 ‘무례하다’, ‘함부로 말하다’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다음 대사인 쥰아이다요(純愛だよ)의 순애(純愛,じゅんあい)는 명사의 원형(だ)를 그대로 사용한 거죠. 순애라는 말에서 우리는 아마 순애보(殉愛譜)라는 말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이 말은 한자가 순국의 순(殉)자를 사용하여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듯한 애뜻한 사랑이야기’를 말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사용된 순애는 ’쥰아이(純愛. じゅんあい)는 사심이 없는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ひたむきな愛), 퓨어한 사랑(ピュアな愛)을 의미하는 말로 일본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말을 “무례하긴 순애야”라고 번역되어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만 들으면 순애가 무례한 행동을 했나?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영화가 ‘순애에게 너무했네’라는 우스개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례하긴 순애야”라고 번역된 덕분에 각종 SNS에서 화제가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영화에서 사용된 이 대사는 일본에서도  [온나다라시(女誑し,おんなたらし)대사], 즉, 여자를 유혹(女を誘惑してもてあそぶこと)하는 플레이보이가 사용할 법한 말로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영화는 박성후라는 한국인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아쿠다키 게게(芥見下々,あくたみげげ)가  『주간소년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 2018년3월부터 연재하여 6천만 부의 판매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끈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화가 결정된 것은 2020년 10월부터 방영된 TV시리즈〈주술회전 1기〉의 최종화 방영 직후 곧바로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화 제목인 ‘주술회전(呪術廻戦)’의 '회전'은 빙글빙글 돈다는 뜻이 아닌 1회전, 2회전 할 때의 회전이라고 합니다.


  극장판, 〈주술회전(呪術廻戦) 0〉의 주인공은 TV시리즈와 달리 도쿄도립주술고등전문학교(東京都立呪術高等専門学校)에 다니는 옷코츠 유타(乙骨憂太,おっこつゆうた)라는 학생입니다. 그의 어릴 적 소꿉친구로 결혼을 약속한 오리모토 리카(祈本里香)는 그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습니다. 그런데 리카는 저세상으로 가지 안하고 원령이 되어 옷코츠에게 저주를 겁니다. 너무나 괴로워 죽기를 바라는 옷코트는 최강의 주술사인 고죠 사토루에 의해 주술고전에 들어가게 되고 동급생, 주술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요괴, 오니를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멋진 액션과 뛰어난 비주얼, 거기에 학원물로서의 로맨스까지 더해져 코코나로 지친 일상에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멋진 포스로 “쥰아이다요(純愛だよ)”라고 소리치는 옷코타를 보며 살짝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도 어딘가 있겠죠. 그럼 사람이. 아님 내가 말하죠 "쥰아이다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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