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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Aug 24. 2022

간지나게 살아볼까

“오우, 오늘 좀 간지나는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간지나다’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한국문화에 정착된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느낌있다’, ‘멋스럽고 세련되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간지나다’가 인터넷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이라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멋스럽고 세련되면서도 개성있다’등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간지나다’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종래 우리가 알고 있는 한정된 개념 속으로 자신들의 미의식을 넣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식 신조어인 ‘간지나다’는 '느끼다'라는 뜻의 일본어 동사 '간지루(感じる,かんじる)'의 명사형으로 간지(感じ)는 ‘느낌있다’, ‘멋스럽고 세련되다’ 등의 의미는 전혀 내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지+나다」라는 식으로 표현한 걸 겁니다. 우리말 ‘간지나다’을 역으로 일본어로 번역하면 ‘느낌(간지, 感じ)을 내고 있다’라는 의미가 될 테니까 말입니다.      

 일본어는 「형용사+간지(感じ)」의 형태로 ‘좋은 느낌(いい感じ)’,‘행복한 느낌(幸せな感じ)’, ‘불길한 느낌(嫌な感じ) 등으로 사용합니다. 〈--느낌이 들다〉로 표현하고 싶으면 「형용사+간지(感じ)+가스루(がする)」를 붙여서 ‘행복한 느낌이 들어(幸せな感じがする)’라고 하면 됩니다. 우리말 ‘간지나다’와 가장 유사한 표현은 ‘--느낌이 나다’라는 의미인 ‘간지가 데루(感じが出る,かんじがでる)’이지만, 이 또한 멋지다라는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형용사를 붙여서 ‘엘레강스한 느낌이 나다(エレガンスな感じが出る)’로 표현하면 ‘간지나다’에 가장 근접한 의미가 됩니다.      




 또 다른 일본식 신조어로 ‘츤테레(つんでれ)’가 있습니다. ‘츤데레(ツンテレ)’는 툴툴거리는 태도를 의미하는 ‘츤츤'(つんつん)’에 부끄러워하는 태도, 좋아하는 여성을 눈에서 꿀 떨어지게 보는 모습 등의 의미하는 '데레데레'(でれでれ)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정확한 일본 발음은 츤테레가 아니라 ‘츤데레(つんでれ)’로 일본 아니메캐릭터(アニメキャラ)의 성격으로 설정된 조어입니다. 평소에는 보이시하게 ‘츤츤(ツンツン)한 태도’를 보이던 여성이 갑자기 ‘데레데레(デレデレ)’한 얼굴로 애교를 부리는 캐릭터의 여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기성세대 중에는 이런 일본식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층은 일본어 사용에 전혀 반감이 없어 보입니다. 이건 일본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BTS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어 사용을 ‘간지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속 거리도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섞인 마음을 갖게 합니다. 비록 지금은 서로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껄끄러운 ‘츤테레’상태이지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벗어버린 ‘간지나는’ 우리로 거듭날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을 믿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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