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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Nov 30. 2022

리어카와 야타이(屋台), 그리고 포장마차

 드라마를 보면 늘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 없이 술 한잔, 혹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우동 등을 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布帳馬車)의 장면입니다. 포장마차는 늦은 밤에 문을 열었기 때문에 비바람이나 추위를 막아줘야 했기 때문에 포장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 리어카라고 부르는 손수레에 비닐로 포장을 친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의 형태는 1950년대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비닐이 아닌 광목천을 두른 노점상에서 간단한 안주와 소주를 팔았다고 하네요.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리어카가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왔으니 리어카에 노점이 더해진 모습은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리어카(リアカー)란 일본말 대신 손수레라는 우리말 사용이 권장되고 있는데, 리어카는 사이드카(Side+ Car)를 본따서 만든 일본식 영어로 〈뒤에 자동차가 있다〉는 의미에서 뒤를 의미하는 Rear에 차(Car)를 붙인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노점음식점을 야타이(屋台,やたい)라고 합니다. 야타이는 우리나라처럼 도로나 광장 등에서 물건을 팔기 위한 작은 가게로 이동도 가능하고, 음식을 팔기도 하는데 거의 포장을 쳐놓지는 않습니다. 야타이의 형태는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를 개조한 것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야타이가 등장한 것은 에도막부가 들어선 지 약 반세기가 지난 1710년경으로 1780년경에는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당시 야타이는 [그림]에서 보듯이 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다니는 ‘후리우리(振売り,ふりうり)’, 가게를 통째로 메고 다니는 ‘가츠기야타이(担ぎ屋台,かつぎやたい)’,길거리 노점상가게형식인 ‘야타이미세(屋台見せ,やたいみせ)’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츠기야타이(担ぎ屋台)’는 국물요리를 넣고 다닐 수가 있어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야타이였습니다. 



 야타이가 1700년경에 많이 등장한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땅, 지금의 도쿄(江戸,에도)에 막부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걸 새로 건설해야했고, 그로 인해 외부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에도로 유입되었습니다. 거기에 도쿠가와막부에 근무하는 무사계급, 지방영주의 가족을 일정기간 강제로 에도에 살게 하는 참근교대제(参勤交代制)의 시행으로 당시 에도는 100만의 도시였습니다.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남성들이 많고, 주방이 딸린 방을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야타이가 생겨난 겁니다. 판매도 종래의 앉아서 하는 판매가 아닌 서서 파는 타치우리(立ち売り)형식이고, 먹는 사람들도 서서먹는 다치구이(立ち食い,たちぐい)였습니다. 그리고, 바쁜 에도인들을 위해 음식은 서서 집어먹기에 편리한 스시(寿司)이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튀김(天ぷら), 모밀국수(蕎麦), 장어(うなぎ) 등이 추가되면서 에도의 4대명물요리가 완성된 겁니다. 특히나 목재건물이 대부분이었던 에도의 건축물에서 조리하면 화재의 우려가 있는 튀김은 포장마차에서 먹기에 제격이었던 거죠. 



 


당시 에도를 비롯한 대도시에는 가부키연극, 불꽃축제, 뱃놀이축제도 자주 열리면서, 야타이는 기아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야타이에서 파는 음식 또한 다양해집니다. 길에서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극장이나 축제의 장소로 직접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도시락 배달서비스도 행해졌습니다. 지금 일본은 배달서비스를 하는 곳이 거의 없지만, 에도시대에 배달서비스가 발달한 것은 극장 안에는 식당이 없어 4시간 이상 하는 연극공연을 다 보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고, 연극과 연극 사이에 도사락을 먹었습니다. 지금 일본의 고급요리로 자리잡은 스시, 장어음식이 패스트푸드였다니 타임머신을 타고 1700년대의 에도의 어느 번화가를 걸어보고픈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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