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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Dec 29. 2022

당신의 행복선택은 소확행? 아님 한방?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일본에서 사용하지 않는 소확행

저는 일본인들이 왜 그렇게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일본에 살다 보니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만큼 사소한 이벤트가 이곳저곳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지난번 ‘복권 연하장’도 그렇지만 달마다 뭔가를 기념하는 날들이 들어있고, 국가적으로 그날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들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가 무슨 거대한 사건 사고보다는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많은가 봅니다.



일본의 문화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이야기하는 소확행(小確幸)을 즐기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小さいけれど確かな幸せ)”의 의미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확행이라는 말은 사실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별도로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야 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2018년으로, 소확행은 인크루트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행어에서 그해의 유행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어쨌든 이 말은 1984년에 출간된 무라카미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아사히당(村上朝日堂)』에 실린 단편, 「랑게르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에 등장하는 말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말하는 겁니다.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무라카미는 갓 구운 빵을 먹을 때,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서랍 안이 반듯하게 정리되는 있는 속옷을 볼 때 등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 뽀로로는 날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듯이 소소하게 느껴지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갓구운 빵을 사러 갔는데 문이 닫혀있거나 커피숍의 점원이 너무 불친절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소확행은 무너져버립니다. 그러니 소확행은 무엇인가를 기대해서 얻는 즐거움이나 내가 노력해서 얻는 즐거움도 아닌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던 식당의 음식이 너무 맛있다거나 할 때 느끼는 작은 행복감입니다. 


  기대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만드는 소확행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켜 주는 것 중 하나가 12월 31일,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오오미소카, 大晦日)에 먹는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일 겁니다. 그날 해(年)를 넘기는 메밀(そば)국수를 먹습니다. 메밀국수를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습니다. 메밀의 면이 가늘고 길어 수명을 연장시키고 가운을 좋게 한다는 설, 메밀은 잘 끊어져 일 년의 악재를 끊어버린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어떤 게 정설인지를 알 수 없지만 소화가 잘 되는 따뜻한 모밀국수를 한그릇만 배불리 먹을 수 있어도 그리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토시코시 소바에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지닌 것들을 넣어 먹습니다.


‘토시코시소바’는 건강하게 한 해를 맞이하고 싶다는 서민들의 바람이 들어있는 그야말로 좋은 연을 만들어주는 ‘엔기모노(縁起物)’입니다. 따뜻한 ‘토시코시소바’를 먹으면서 올해로 73회를 맞이하는 「NHK 코하쿠우타갓센(紅白歌合戰)」을 보면서 한 해를 마감하는 겁니다. 올해는 일본노래가 금지되었던 그 엄한 시절에도 인기를 끌던 ‘안전지대(安全地帯)’가 37년 만에 나온다니 저도 보고 싶어지네요. K-POP 여자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 ‘트와이스’도 나온다고 하니 올해의 마지막은 「NHK코하쿠우타갓센(紅白歌合戰)」나 보는 거로 할까요? 아 깜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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