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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Jan 15. 2023

오차즈게, 그만 가세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토지를 매개로 하는 서양의 봉건제와는 차이가 있는, 일본식 봉건제라는 정치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정치체계를 유지한 우리와 달리 일본은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은 명치유신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혼슈정도의 통일이고 그것도 완전지배가 아닌 충성서약을 받은 지배형태인 겁니다. 그로 인해 막부가 있던 교토나 도쿄 이외의 지방의 많은 나라는 막부의 지배를 받지만 독립된 세력으로 존재했고 그 때문에 타인에 대하여 배타적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우회적 표현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서 발휘된 것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동질감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토에서 손님이 그만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부부차츠케 다베테이카하리마센까(ぶぶ茶漬け、食べ ていかはりませんか?)입니다. 일본어 표준어로 말하면 '오차즈케와 도우데스카(お 茶漬けはどうですか.)'이지요.


부부차즈
부부차즈케


'부부차츠케를 드시겠습니까?'라고 교토의 방언으로 묻는 이 말이 품고 있는 의미는 그만 ‘가시죠(

帰れ)라는 직접적 표현이 아닌 가실 떄가 된 것 같습니다(もうそろそろ時間ではないですか?). 정도의 표현입니다부부차츠케(ぶぶ茶漬け)는 맨밥에 간이 될만한 장아찌, 연어, 다랑어, 김 가루 등 아주 간단한 것만 올려 따뜻한 녹차를 부어 먹는 오차츠케(お茶漬け)를 말합니다.




참고로 부부(ぶぶ)는 교토말로 ‘뜨겁다’라는 뜻입니다. 요즘에야 ‘오차츠케’가 고급스러운 재료를 넣어 단독요리로 팔기도 하지만 원래 밥맛없을 때 우리네 어른들이 밥에 물 말아 김치 올려 먹는 정도의 음식입니다.



그런 변변하지 않은 음식을 권한다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는 아니니 그만 가라는 의미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일설에는 술 마신 후 속 풀이용,  혹은 입가심용으로 오차츠케를 먹으니까 이 음식에는 ‘끝이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어 이런 표현이 나왔다고 하기도 합니다.



교토는 일본 왕실이 1000년을 거주하던 곳이라는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외지에서 교토로 이주한 일본인들조차 교토의 독특한 문화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재미있다는 의미의 「오모시로이 아지네스나(おもしろい味やな)」라고 하면 맛있다(おいしい)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괜찮다라는 의미의 마아마아(まあまあ)는 엄청난 칭찬의 말로 교토말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들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급 일식집에 진한 향수를 하고 온 손님에게 ‘아 향이 좋은 향수를 쓰시네요. 혹은 향이 참 좋으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칭찬이 아닌, 나름 품격을 갖추어 그런 차림은 음식점에 오는 예의가 아니라고 주의를 주는 겁니다.



당사자가 이런 표현을 못 알아 듣는 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다른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돌려 표현하는 것입니다. 불쾌할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건 아무래도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섬나라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한 배려의 문화에서 나온 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배제 혹은 모름말고 로 들릴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배려심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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