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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r 09. 2023

사쿠라후부키(桜吹雪)에 설렘과 아쉬움

얼마 안있으면 도심의 거리마다 눈이 부실만큼 ‘벚꽃’이 만발할 겁니다. 해마다 날씨의 영향으로 약 일주일 정도 개화가 늦어기도 하지만 3월말이면 사람들을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듯 벚꽃은 서둘러 세상 밖으로 나와 온 세상을 핑크색으로 물들입니다.



그러면 저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진을 찍는 손길이 바빠지겠죠. 그것도 잠시. 봄 새싹들의 목을 축여주려 내리는 봄비에 야리야리한 꽃잎을 떨어트리고, 세차게 부는 봄바람에 눈송이처럼 분홍색 꽃잎은 하늘하늘 날아다닙니다.



영화, 〈초속 5센치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벚꽃잎(桜の花びら)이 바람에 날려 눈처럼 흩뿌려지는 모습을 사쿠라후부키(桜吹雪·さくらふぶき)라고 합니다. 마치 춤추듯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것을 마이치루(舞い散る·まいちる)라고 하는데 이 말을 벚꽃을 위해 만들어진 말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일본의 고전문학에서 꽃, 하나(花)는 그 자체로 ‘벚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꽃구경, 하나미(花見·はなみ)는 벚꽃 보러 가는 걸 말하는 거죠. 



벚꽃을 소재로 한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관료인 기노도모노리(紀友則, きのとものり)가 900년경에 지은 시를 하나 소개해 볼까요?



「久方(ひさかた)の 光(ひかり)のどけき春(はる)の日(ひ)に しづ心(こころ)なく 花(はな)の散(ち)るらむ」(『古今集』春下・84)



해석하면 ‘이도록 화창한 봄날 어찌 벚꽃은 떨어져 마음을 흔드는가’라는 의미입니다. 시에는 하나(花)로 표현되어 있지만 벚꽃(桜)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벚꽃은 그 어느 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았습니다.



일본인들의 벚꽃 사랑은 9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중국의 영향을 받아 ‘매난국죽’을 문학과 미술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였고, 이런 식물들로 정원을 가득 채웠습니다. 2월에 피는 매화(梅)는 봄이 왔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봄의 전령사로 신성시되어왔습니다.



그런데, 당나라로 사신을 파견하는 견당사(遣唐使)가 894년에 폐지된 이후 일본에는 독자적인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봄을 상징하는 꽃이 매화에서 벚꽃(桜)으로 바뀌게 되고 일본의 대표적 시문학(和歌,わか), 그리고 문학에 영향을 받은 미술, 공예품, 의복, 정원에는 벚꽃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일본 시인들의 벚꽃 사랑은 각별했습니다. 그것은 벚꽃의 아름다움에는 찬란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시인들은 어설픈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처럼 연한 분홍빛을 띠고 있는 벚꽃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인생을 반추하기도 합니다.



그런 감성을 ‘아와래(哀れ, あわれ)’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애상함으로 번역되는 ‘아와래’는 영어로 가련하다는 의미의 pitiful로 번영됩니다. 하지만 가엽다, 측은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본래 이 말은 사물의 이치가 그리 정해져 있어 어찌할 수 없는 서글픈 감정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말입니다.



찬란한 인생도, 가슴설레는 사랑도, 언젠가는 저 꽃잎처럼 진다는 것을 받아 들어야지요, 천천히 안착하고 싶다는 그 간절한 소망을 뒤로하고 한순간에 그 찬란한 날들을 거두어 가는 사쿠라후부키(桜吹雪)가 있어 벚꽃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저는 특히 밤에 보는 벗꽃이 너무 좋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따뜻한 니혼슈에 츠게모노를 안주로 먹으며 바라보는 요자쿠라(夜桜)는 곧 끝나버리는 영화의 결말을 보는듯한 아련함이 있어 너무 좋습니다. 아....가고 싶다. 일본의 정치인은 싫어도 일본의 이런 정취를 참으로 좋아하는 저는 필경 모순덩어리구나 라고 자책하지만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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