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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r 28. 2023

오마네키네코(お招き猫) 부탁해요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吾輩わがはいは猫である。名前はまだ無い。どこで生れたかとんと見当けんとうがつかぬ。何でも薄暗いじめじめした所でニャーニャー泣いていた事だけは記憶している)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나츠메 소우세키(夏目漱石, なつめ そうせき)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る, わがはいはねこである)』의 첫 구절입니다. 더운 여름날 고개 숙인 해바라기처럼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집안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심심한가 해서 부르면 말 안 듣는 아이처럼 못 들은 척하죠. 그러다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휙 하고 어딘가 가버리죠. 그런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 느껴집니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본인들이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일본어로 네꼬(猫,ねこ, 고양이)라고 합니다. ‘야옹야옹’은 ‘냐아냐아(にゃーにゃー)’혹은 먀아먀아(みゃーみゃ), 야옹이는 냥코(にゃんこ)라고 합니다. 굳이 헬로우 키티를 떠올리지 않아도 일본만화, 영화, 소설, 게임에는 어김없이 네꼬(猫)가 등장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네꼬(猫)관련 이야기가 넘쳐나는 일본은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는 ‘네꼬즈키(猫好き, ねこずき)’가 많습니다. 일본인들은 고양이가 변신한다고도 믿습니다. 이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일본에는 ‘3년을 키워도 3일이면 그 은혜를 잊어버린다(猫は三年飼っても三日で恩を忘れる)’, ‘고양이를 죽이면 7대에 걸쳐 재수가 없다(猫を殺せば七代祟る)’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는 ‘네꼬마따(猫股, 猫又, ねこまた)’라는 요괴 고양이에 관한 민간전승에는 있습니다. 넓적다리 고(股)는 일본어로 ‘마타(股, また)’라고 읽는데, 지금은 넓적다리를 ‘마타’라고 하지 않고 ’모모(もも)‘라고 합니다.



‘네꼬마따(ねこまた)’는 야산이나 인가에 살던 고양이가 나이를 먹으면 사람의 말을 하고, 두 발로 걷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람을 잡아먹거나 죽이는 고양이 요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꼬리가 길고, 그 꼬리가 두 개로 갈라지면서 ‘네코마타’로 둔갑'한다는 거죠.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긴 꼬리 고양이(しっぽの長い猫)보다는 꼬리가 짧은 고양이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지금 일본에 꼬리가 짧은 고양이들이 많은 것도 ‘네코마타’의 전설 때문일지 모르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일본의 고양이는 일식집 카운터에서 앞발 하나를 들고 손님을 부르는 ‘마네키네꼬(招き猫, まねきねこ)’일 겁니다. ‘마네키네꼬’는 왼쪽 앞발을 들고 있는 것과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는 것이 있는데, 왼쪽 앞발은 손님(客, きゃく)을 부르고 오른쪽 앞발은 돈을 부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발을 다 들고 있으면 돈도 부르고 손님도 부른다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반자이(万歳 ばんざい)마네키네꼬’이지만 그런대로 좋을 듯합니다. ‘마네키네꼬’의 유래에 대하여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단지 헤이안 시대(794-1185)에 출간된 수필집, 『쿠사마쿠라(枕草子)』나 소설책, 『겐지 이야기(源氏物語)』에도 ‘마네키네꼬’의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이미 ‘마네키네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마네키네꼬’는 네코의 색깔에 따라서 의미를 달리합니다. 하얀색 마네키네꼬(白い招き猫)는 만사형통, 검은색 마네키네코(黒い招き猫)는 서양에서는 불길하다고 꺼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액막이용 고양이로 나쁜 액운을 없애는 강력한 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토에서는 상업번창의 상징으로 숭배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빨간색 마네키네코(赤い招き猫)는 건강과 장수를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예로부터 천연두를 퍼트린다고 믿은 천연두의 신, 호소우신(疱瘡神, ほうそうしん)은 붉은색을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疱瘡神


요즘은 노란색 마네키네꼬(黄色い招き猫)도 있는데 좋은 인연을 부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파랑은 학업 향상, 핑크는 애정운, 초록은 교통안전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원하는 색의 ‘마네키네꼬’를 하나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마네키네꼬’는 고반(小判, こばん)이라는 금화를 들고 있는데, 그전에는 목에 방울을 달고 있는 네코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점차로 방울을 단 고양이는 사라지고 금화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금화가 금전운을 부르는 길조의 상징, 즉 엔기모노(縁起物, えんぎもの)로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금화에 적인 금액이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한 개 사서 원하시는 금액을 적어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코이코이(来い来い, こいこい, 와라, 와라) 코우운요(幸運, こううんよ, 행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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