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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r 28. 2023

도쿄라도 산책할까

 코로나 엔데믹이 끝을 보이자 그동안 억울려있던 여행을 향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도쿄로 gogo. 도쿄 긴자의 10석 규모의 한 카레 집의 손님 10명 중 7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도쿄를 찾는 한국인은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찾는 도쿄. 그 도쿄(東京, とうきょう)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도쿄는 서울보다 3배 반 정도 크고 인구는 1300백만 정도니까 서울보다는 조금 많죠. 도쿄의 특징 중 하나는 언덕(坂)이 많다는 겁니다. 사카(坂, さか, 언덕)라는 지명이 붙은 곳만 해도 800개가 넘는데, 그중 ‘후지미자카(富士見坂, ふじみざか)가 유명합니다.


富士見坂


이름 그대로 후지산이 보이는 언덕이라는 거고, 시오미자카(汐見坂, しおみざか)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라는 거죠. 사카가 붙은 지명에는 유령언덕이라는 의미의 ‘유레이자카(幽霊坂, ゆうれいざか)’, 훔쳐보는 언덕이라는 의미의 ‘노조키자카(のぞき坂, のぞきさか)’ 등 특이한 지명도 있는데 그중 노상강도 언덕이라는 의미의 ‘오이하기자카(おいはぎ坂, おいはぎざか)’가 압권입니다.



예전에 그곳에 강도가 자주 출몰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곧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다가오는데, 여름이 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도쿄의 사카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를 들고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도쿄가 일본의 중심지가 된 것은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 家康, とくがわ いえやす)가 도쿄에 에도막부(江戸幕府, えどばくふ)를 세우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도쿄는 수도가 아니었습니다. 일본 왕이 교토(京都,きょうと)에 살았기 때문이죠.



도쿄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めいじいしん) 이후 일본 왕이 도쿄로 옮겨오면서부터 일본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수도를 의미하는 경(京)은 음독으로 쿄(きょう), 케이(けい), 훈독으로 미야코(みやこ)라고 읽는데, 근대이전 문헌에서 미야코라고 하면 교토를 말합니다. 동녘 동(東)의 서울 경(京)이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동쪽의 수도라는 뜻이죠. 



근대이전 도쿄의 이름은 에도(江戶,えど)였습니다. 이에야스는 왜 도쿄에 자리를 잡게 된 걸까요? 이에야스를 에도로 보낸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とよとみ ひでよし)로 자신에 필적하는 실력자인 이에야스가 “언젠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도요토미의 예상은 불행히도 적중했죠.



그래도 이에야스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에도는 정말 미지의 땅으로 잡초만 무성하고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습지대 어촌이었습니다. 땅도 비옥하지 못해서 벼나 밀 대신 메밀(蕎麦)만 심을 수 있어 지금도 도쿄에서는 소바(そば)를 오사카(大阪)는 우동(うどん)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왜 이에야스는 도요토미의 명령을 수락했을까요. 도쿄가 관동평야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근처에 바다와 강이 인접해 있어서 오사카처럼 물자를 운반하기에 좋은 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야스는 에도에 막부를 세우자마자 31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항시 범람하던 도네가와(利根川, とねがわ)를 정비하고, 근처 바다를 메웁니다. 이로써 도쿄는 교통의 요충지로 거듭나면서 정치・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18세기 중반에는 인구 100만 명 넘는 거대한 도시로 발전합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쿄에는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시바이(しばい, 芝居, 연극) 등 대중들의 볼거리, 즉 미세모노(見世物, みせもの)가 넘쳐나게 됩니다. 도쿄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장어입니다. 보양식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최고의 고급 보양식으로 꼽히는 우나기(うなぎ, 장어)를 우리는 소금이나 고추장 양념으로 먹지만, 일본은 우나기동(うなぎ, うなぎどん), 장어덮밥으로 해 먹습니다.



그리고 일본 음식을 대표하는 초밥, 스시(寿司, すし)가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한 것도 에도입니다. 원래 초밥은 지금처럼 하나하나 작게 잘라서 집어먹는 것이 아닌, 도시락 같은 사각 그릇, 혹은 김밥처럼 말아서 잘라먹는 것이었습니다.


箱寿司



그런데 바쁜 에도 사람들이 간단히 야타이(屋台, やたい, 포장마차)에서 식사를 때우기 위해 손으로 집어 먹는 모양으로 바뀐 거죠. 그래서 이런 모양의 초밥을 도쿄 앞 바닷가에서 잡은 생선으로 초밥을 만들었다 하여 에도마에즈시(江戸前寿司, えどまえずし)라고 했습니다. 도쿄에 가셔서 초밥도 좋지만 짭잘한 소바, 우나기동, 도쿄에만 있는 몬자야키라도 드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저는 코로나전에는 유락쿠쵸에서 야마노테선의 덜컹거림을 들으며 니혼슈를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어려분은 어디가 좋으신지요? 좋은 곳 있다면 저에게도 살--짝 알려주심 고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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