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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r 28. 2023

사케? 니혼슈? 정종? 같아? 달라?

길어진 코로나 탓에 혼술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코로나와 노재팬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자카야(いざかや, 居酒屋)라고 하는 일본식 선술집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일본 술을 찾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살짝 어른들이 고급스러운 회와 먹을 법한 일본 술을 젊은이들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일식집이나 이지카야 등 일본식 술집에서 일본 술은 ‘사케’(酒) 라고 하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사케는 술이라는 의미이고, 우리가 ‘사케’라고 하는 것은 니혼슈(にほんしゅう, 日本酒)라고 합니다. 간혹 회화체로 ‘사케’앞에 오(お)를 붙여 '오사케(お酒)'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식당 메뉴판의 주류에 맥주, 칵테일, 니혼슈(日本酒)라고 돼 있죠. 일본 술을 청주라고 하는 분들도 있죠. 청주는 일본어로 세이슈(せいしゅ, 清酒)라고 하는데 니혼슈의 한 종류로 니혼슈의 대부분이 청주라고 청주는 일본 술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신 듯합니다.



청주라고 하면 차갑게 마셔야 하는 술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중에는 차갑게 마시는 것이 니혼슈의 술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거의 모든 니혼슈는 차갑게 혹은 따뜻하게 마셔도 됩니다.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니혼슈를 '삶을 난(燗)'를 사용하여 [간자케(かんざけ, 燗酒)]라고 하지만, 술집에서는 그냥 뜨겁게 데워달라는 의미로 더울 열(熱)을 써서 "아쯔캉니 시떼 구다시아(あつかん, 熱燗)にしてください" 뜨겁게 해 주시하고 주문하시면 됩니다. 주로 추운 겨울에 아쯔캉을 마시는데 몸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네요. 순간 몸이 따뜻해지는 듯 느껴지지만, 원래 술을 마시면 몸에 열이 나니 취기가 빨리 돌아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거죠.



니혼슈의 종류는 술에 들어가는 양에 따라 쌀로만 빚은 쥰마이슈(じゅんまいしゅ, 純米酒)를 비롯하여 긴죠슈(ぎんじょうしゅ, 吟醸酒), 혼죠조슈(ほんじょうぞうしゅ, 本醸造酒) 등 9종류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니혼슈를 즐기는 분 중에는 지자케(地酒)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형회사가 만든 술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나온 재료로 특정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니혼슈입니다. 물론 구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일본은 니혼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구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분 중에서 일본 술의 일본 명칭이 정종(正宗)으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신 데 정종은 니혼슈를 제조하는 벚꽃 마사 무네(櫻正宗) 주식회사가 만든 니혼슈의 브랜드명입니다. 이 회사는 1625년에 창업한 회사로 1840년에 새롭게 만든 술의 이름을 찾던 중 불교 경전인 임제정종(臨済正宗)의 정종이 일본식으로 읽으면 마사무네(まさむね)이지만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청주의 세이슈(せいしゅ)로 발음하는 것에 착안하여 마사무네(正宗)라는 이름의 니혼슈를 발매하게 된 겁니다.



이후 마사무네라는 니혼슈가 인기를 끌면서 마사무네 앞에 지역이나 연도, 술을 만든 사람 등의 이름을 붙인 「〇〇正宗」이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니혼슈를 마사무네 즉 정종으로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일본 술집에서 니혼슈를 시키면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독특한 일본의 니혼슈 따르는 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술집에서 니혼슈를 시키면 약간 움푹하게 파인 접시나 아주 작은 마스라고 하는 되(升) 위에 니혼슈를 따를 유리잔을 놓고 넘치게 따라줍니다. 니혼슈의 받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약 180m가 들어가는 이치고마스(一合枡)하는데 이것을 킷키리(もっきり)라고 합니다.



근대이전 니혼슈는 우리나라 막걸리처럼 술통에서 되로 퍼서 팔았는데, 그 전통을 이어받아 술집에서 니혼슈를 잔으로 팔 때, 술 잔 받침으로 나무로 된 마스(되)를 놓고 넘치게 따라줍니다. 이렇게 따르는 것을 모리코보시(盛りこぼし)라고 하는데, 이 말은 가득 담다의 모루(盛る), 흘리다의 코보수(こぼす)를 합쳐 만든 말입니다.



가게에 따라 마스에 가득 따라주는 분도 있고 반쯤 따라주는 분들도 있지만, 손님은 덤으로 따라주는 술을 주인의 마음으로 감사히 받는 거죠. 니혼슈를 병째 팔지 않고 잔술로 파는 것은 다양한 지역에 따라, 혹은 회사마다 다른 맛을 내는 니혼슈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촉촉이 봄비가 내리는 날 니혼슈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교토의 어느 거리에서 봄비로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바라보며 니혼슈 한잔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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