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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y 21. 2023

아리가토우(有り難う)는 삶의 예찬이다

일본어로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 사용하는 표현을 흔히 ‘아리가토우(ありがとう)’라고 합니다. 일본인들도 거의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쓰고 있어 ‘아리가토우(ありがとう)’의 한자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있는데, '아리가토우(ありがとう)'는 「有り難う」라고 씁니다. 그런데 「有り難し」의 변형체인 「有り難う」에는 감사의 의미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좀처럼 ‘있기(有る) 어렵다(難しい)’라는 의미입니다. ‘있기(有る) 어렵다(難しい)’는 말이 왜 감사하다는 의미가 될까요? 



‘아리가토우(ありがとう)’라는 말은 불교에서 전해지는 ‘맹귀부목(盲亀浮木)의 비유’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맹귀부목은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라는 의미로 어느 날 부처님이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아난(阿難)에게 묻습니다. “넌 인간으로 태어난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난은 “몹시 기뻐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석가는 “끝없이 펼쳐지는 깊은 바닷속 눈이 보이지 않는 거북이가 살고 있는데 그 거북은 백년에 한 번씩 바다 위로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드넓은 바다에 통나무 한 개가 바람이 부는 대로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다. 그 통나무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는데, 백 년에 한 번 수면으로 올라오는 눈먼 거북이가 파도에 휩쓸리며 물 위를 표류하는 통나무 구멍에 머리를 넣을 확률은 얼마나 될 거로 생각하는가”라고 아난에게 다시 묻습니다.



그러자 아난은 놀라면서 “석가님, 그런 일은 거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죠. 석가는 다시 묻습니다.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아난은“수억년 수십억년 아니 수조년에 한 번은 일어날지 모르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라고 답하죠.







이에 석가는 “아난아,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일은 이 눈먼 거북이 통나무 구멍에 목을 넣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있기 어려운(有り難う)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리가토우(有り難う)는 그리 간단히 일어나지 않는, 신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말합니다. 그야말로 신이 자신의 힘을 나에게 빌려줘야만 일어날 수 있는 기적 같은 일,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나의 주변의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그 기적의 일이 ‘아리가토우(有り難う)’한 일이라는 겁니다. 석가는 말합니다. 이번 삶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다음 삶에서도 구원받을 수 없다고 말이죠.



첫 아내, 딸, 장남을 모두 잃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런 불행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좌절의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자 그의 부친은 딕 브라운의 ‘2컷 만화’를 선물합니다. 만화 주인공인 붉은 수염의 바이킹 해이가르는 배가 폭풍우와 벼락으로 좌초되자 신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왜 하필 나인가?”라고 외쳤는데 신은 “왜 넌 안 되느냐?”라고 반문했다고 하죠.


눈먼 거북이 바다 위를 표류하는 구멍 난 통나무를 만나고 그 둘이 하나가 되는 ‘아리가토우(有り難う)한 일이 나의 삶이라면, 지금은 좀이 힘들어도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견뎌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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