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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Jun 10. 2023

생활밀착형 AI로봇 페퍼의 인간다움

 호텔 룸서비스부터 병원, 커피숍, 식당 등에서 심심치 않게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하는 로봇을 만나곤 했지만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챗GPT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AI로봇은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습을 실감합니다.  물품을 배달하거나 안전사고 예방이나 응급상황을 대신하는 생활 밀착형 로봇을 보고 있노라면 로봇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고객 테이블로 식음료, 냅킨 등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서빙 로봇이 KT에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산업로봇이 발전한 미국과 달리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비스 로봇이 발전한 나라입니다. 세계 최초로 두발로 걷는 로봇을 만든 것도 1973년 가토 이치로라는 와세다대학 교수팀이었습니다. 이처럼 서비스 로봇의 시작은 일본입니다. 2000년, 혼다(ホンダ)의 '아시모'(アシモ),  2014년에는 소프트뱅크(ソフトバンク)가 '페퍼'(Pepper, ペッパー), AI 청소용 로봇(清掃ロボット) 위즈(Whiz, ウィズ), 배달 운반 로봇인 서비(Servi, サービィ) 등을 출시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121cm의 ‘페퍼’는 음성과 가슴의 태블릿을 통해 얼굴인식, 감정인식 등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감정적 교감도 할 수 있습니다. ‘페퍼’ 광고에는 인공감정으로 슬픔을 위로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모습이 나와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 로봇은 약 120만엔 정도면 구매가 가능해 유치원이나 양로원, 은행 등에서 상용화되고 있는데, ‘페퍼’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우주 소년 아톰’(鉄腕アトム)이 생각납니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외모에 착한 인간성까지 부여받은 아톰은 더는 기계가 아닌 친구이고 가족일 것입니다.



로봇은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인 『RUR』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실제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로봇은 리모컨을 사용해서 일어서고 앉는 동작, 저장한 음성으로 말하는 기능 외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걸을 수도 없었죠. 이후 서양에서는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인간 규모의 지식기반을 가진 지능형 기계, AI로 약칭되는 인공지능개발에 주력하였습니다.



서구에서 로봇이라는 개념이 1923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의 모습으로 만든 인간’이라는 의미로 진죠닌겐, 즉 인조인간(人造人間, じんぞうにんげん)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마징가Z’(マジンガーZ〉에도 등장하죠.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 Z”라고요. 그런데 로봇 만화를 처음 만든 것도 일본입니다.



그런데 1965년 일본에서 산업용 로봇기술을 전하는 로봇연구는 산업용 로봇이 아닌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ヒュ‽マノイド) 로봇이었습니다. 그 결과, 1973년에 와세다대학에서는 세계 최초로 두 발로 걷는 ‘와봇’ (WABOT-1, ワボッ-1)이라는 로봇을 개발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걷지는 못합니다. 겨우 한두 발자국을 걸을 정도이고 지능도 2살 정도의 아기 수준이죠.

와봇


만약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하는 기능성만 따진다면 굳이 두 발로 걸어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계산기나 굴삭기, 컴퓨터,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다관절로봇처럼 인간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만 특화하는 것이 더욱 기능적이고 생산적이죠. 미국에서 전쟁용으로 개발한 로봇 '빅도그(Big Dog,ビッグドッグ)"는 발이 4개 달린 개로 이동성이 뛰어난 일명 전쟁 로봇입니다.



그럼 왜 유독 일본은 인간과 유사한 로봇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걸까요. 요즘은 휴머노이드를 넘어 인간의 모습과 행동으로 거의 인간과 구별할 수도 없는 안드로이드(アンドロイド)로봇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 같음’을 보여주는 서비스 로봇을 보며 ‘인간처럼 말하기’,‘인간처럼 행동하기’,‘인간의 마음’에서 말하는 “인간다움, 즉 닌겐라시이(人間らしい,にんげんらしい)은 과연 무엇일까?”, 연일 비인간적인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일들과 마주하며 로봇의 인간다움과 인간의 로봇다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은 단지 로봇이 인간처럼 되는 ‘의인화’ 과정은 아닐 겁니다. 인간의 몸은 비록 안드로이드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아도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잘 움직이지 않는 기계와 다름없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린 인간다운 로봇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인간이 무엇인가”를 로봇을 통해 알아가는 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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