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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인 Nov 23. 2021

1화...나도 나를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삶






장녀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학생은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딸은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밖에도 나에게는 정형화된 규범의 틀이 존재하여 나를 그 안에서만 클 수 있도록 나는 키워졌다. 어항 같은 투명한 담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채 그곳으로 조금이라도 나가 볼 생각을 못했다. 아니, 나가면 안 된다며 나를 규범에 가두었다. 담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스스로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만들어 둔 담인데 심지어 높이도 높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낮게 만들어 담 밖의 세상을 보거나 문을 만들어 넘나들도록 만들어도 되는데도 말이다. 


  쓰레기는 길에 버리지 못하고, 초등학교 때 50원짜리 아이스크림 둘리바를 사서 먹으며 걷다가 다른 슈퍼가 나오면 그 슈퍼 주인에게 미안해서 반대편 손에 숨긴 후 그 슈퍼가 지나가면 먹었다. 아는 슈퍼도 아닌데 말이다. 장녀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집에서 제일 어른으로 엄마 아빠의 대신이니 동생들을 잘 돌봐야 했고, 여자는 순종적으로 또 순결하게 커야 했으며, 딸은 부모님이 원하는 기대와 함께 커야 했으며, 술과 담배는 나쁜 것이고, 선물은 주는 기쁨을 누리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서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짜장과 짬뽕을 고를 때 다수에 따르며 주문이 편한 것으로 내 의견을 숨기며 살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가볍고 우습지만 그 당시에는 무겁게 나를 누르고 있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담 안에서 살면서 안전감을 느끼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친구를 했으며 나는 내 아이를 그렇게 규범 안에 키우는 것을 반복했다. 그런 삶이 나를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도록 해서 가장 바른 삶이라고 이끌었을 것이다. 지금도 운전하면서 비보호 우회전을 할 때 보행신호가 초록불이면 초록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를 기다리면 뒷 차들의 클랙슨을 듣고 눈총이 따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인 걸 보면 말이다. 



이렇다 보니 나는 내 인생에서 선택을 내 기준이 아닌 예의 바르고 누구나 다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나 사회의 기준에 의해 선택했던 것 같다. 그러니 자의가 아닌 선택들 속에서 자의라고 믿었으며 열정이라는 것이 생겼을 리가 만무하다. 초등학교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중학교를 가듯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해 볼 생각조차 못하며 자연스러운 순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컸다. 성적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나랑 잘 맞다고 생각하며 취업하고, 소개팅하고 어느 정도 맞으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했으니 말이다.  


요즘 나오는 경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열정적이지 못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는 저 초등학생이 대단해 보이고, 죽자 살자 밤새워 가며 춤을 연습하는 저 고등학생이 존경스럽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래 만들고 무대를 구상하고 또  앨범을 내고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못한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다시 들려주기 위해 무대에 선 그들의 용기와 뚝심이 진심 부러웠다. 


내가 열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교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소심했던 학창 시절을 보냈고, 공부는 학교에서 하라는 정도까지만 하며 더 욕심 없이 했고,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선생님이 되면서 원에서 바라는 것을 하며 교사 생활을 했고, 첫사랑은 짝사랑하다 조용히 끝내고, 연애는 싸움 한번 없이 3년을 했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불 같은 사랑 해본 적 없이 소개팅으로 만나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며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니 참 특별한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싶다. 물론 혹자는 평범한 것이 얼마나 좋은데 그걸 불평하고 있냐며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죽은 이가 간절히 원하던 오늘을 나는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을 돌아보면서 좀 더 열정적이고 좀 더 간절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이 강압적이셔서 규범을 강조하는 스타일도 아니셨는데 내가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유전자에 진하고 깊게 무엇인가 박혀있고 도전과 열정을 멀리하며 편한 것을 추구하는 자기 합리화가 아주 잘되는 게으른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나만 그랬을까? 

나만 이렇게 살면서 40대를 맞이 했을까? 분명 나와 같이 이렇게 '평범함"과 "무난함"으로 자신을 만들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노력이란 말이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가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나를 찾아가기 위해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한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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